장날

2008. 6. 9. 08:57일기

<장날>
2008.06.06 금요일

오늘은 우리가 사는 5단지 안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장날이다. 엄마가 뭐 사먹으라고 주신 돈 3천 원을 들고, 나는 영우와 아침부터 장이 열리기 시작하는 5단지 입구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장터에 들어서자마자 여기저기 구수하고 짭짤하고, 매콤한 먹거리 냄새가 우리를 끌어당겼다. 나는 갑자기 배가 고파져 구경하는 것은 뒤로 미루고, 코를 킁킁거리며 묵밥 코너를 지나, 도너츠 팔려고 아저씨가 천막을 치는 곳을 지나, 즉석 탕수육 코너를 지나, 핫도그와 떡볶이 파는 가게 천막 앞에 도착했다.

마침 핫도그가 뜨거운 기름에 지글지글 담긴 채, 튀겨지고 있었고, 떡볶이도 철판 위에서 빨갛게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나랑 영우는 핫도그 한 개와 어묵 한 꼬치씩 사서, 양손에 들고 번갈아 한입씩 와구와구 먹으며 시장 안을 돌아다녔다.

생선 파는 자리에 할머니들이 바글바글 모여계셔서, 나도 뭔가하고 고개를 쑥 들이밀었다. 물고기 파는 할아버지가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축 늘어진 오징어 몸통을 높이 쳐들고 외치셨다. "이거 한 마리 사주셔! 값도 저렴하구, 맛도 좋아! 한번 사드시고 맛없으면 다음번에 안 사면 되잖아!"

할아버지가 그렇게 열성적으로 외치는데도 선뜻 사는 사람은 없었다. 이곳은 바다에서 아주 먼데, 도대체 어디에서 이 많은 물고기를 가져오시나? 궁금하였고, 열심히 물고기 파시는 모습이 젊은이보다 강렬 해보였다.

그래도 나는 미끌미끌한 오징어보다는 농산물 코너가 맘에 들었다. 농산물 코너 중앙에 쌓여 있는 완두콩 더미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거대한 초록색 그물망에 푸릇푸릇하고 통통한 완두콩 깍지가 겹겹이 쌓여 있었는데, 흥부와 놀부에 나오는 박 덩이처럼 컸기 때문이다.

어떤 아주머니께서 "이거 7천 원이면 싼 거예요?" 하고 묻자, 주인아주머니가 "그럼유, 이거 9천 원에서 7천 원으로 내린 거유!" 하셨다. 나는 완두콩도 사고 싶고, 탱글탱글한 양파도 사고 싶고, 시원해 보이는 브로콜리도 사고 싶었지만,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리니 6백 원만 딸랑 만져질 뿐이었다.

장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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