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낚이다!

2008. 6. 21. 08:50일기

<친구에게 낚이다!>
2008.06.19 목요일

학교 끝나고 성환이와 수영이와 김훈이와 나랑 영우랑, 4단지 놀이터에서 온몸이 땀에 흠뻑 젖도록 뛰어놀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성환이와 수영이가 "우리 학원 때문에 집에 가야겠다!"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막 놀이가 물이 올라 재미있어지려고 하는데, 애들이 간다고 하니까, 섭섭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성환이와 수영이도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다음에 또 놀자!" 하며 놀이터 바깥으로 가버렸다.

그런데 훈이까지 "난 시간은 있지만 나도 가야겠어!" 하며 아이들 뒤를 따라 '쌩'하고 가버렸다. 나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맥이 탁 풀려 울상이 되어서, 영우랑 힘없이 미끄럼틀 타기만 반복하였다.

얼마가 지났을까? 갑자기 김훈이가 다시 놀이터 입구에 뽀르르 나타났다. 나는 반갑게 훈이에게 달려가 "어, 훈아, 다시 왔구나!" 하는데, 훈이 뒤편을 둘러싼 초록색 나무들 사이로, 언뜻언뜻 성환이와 수영이가 눈에 띄었다.

"어? 훈아, 쟤들 왜 아직 안 갔어? 학원 지각 안 하니?"하고 물었더니, 훈이가 킥킥 웃으면서 "너, 이제야 알아차렸니? 너 낚였어!" 하였다. 나는 속으로 '응? 낚였다고? 내가 물고긴가? 그게 무슨 말이지?' 하며 아이들이 숨어 있는 나무 앞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나무껍질에서 짖궂은 요정들이 튀어나오듯, 성환이와 수영이가 초록색 나무 뒤에서 '슉슉' 나타나며 이렇게 말했다. "상우야, 우린 니가 언제쯤 낚인 걸 눈치 채고 우릴 찾아올까 기다렸단다!"

그러면서 성환이와 수영이는 얼떨떨한 나를 보고 재미있어 하다못해 배를 잡고 칵카카 웃었다. 나는 친구들이 나를 골려준 게 고마워 낚인 값을 톡톡히 하려고, 아이들을 덮치고 더 펄펄 날뛰며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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