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남자
2008. 7. 6. 08:49ㆍ일기
<죽지 않는 남자>
2008.07.02 수요일
수업을 마치고 예민이와 석희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데, 예민이가 학교 앞 상가에서 엄마를 만나 돈을 타서 우리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보자마자 강아지처럼 사악 핥아먹었는데, 예민이와 석희는 점잖게 앙 베어 먹었다.
내 입가에 아이스크림이 잔뜩 묻은데다 입을 타고 줄줄 흘러내리니까, 석희와 예민이는 기겁을 하였다. 예민이랑 석희는 소곤소곤 나랑 떨어져 걷자고 속삭였다. 난 애들에게 더 바짝 붙어 걸으며 일부러 계속 아이스크림을 입에 묻혔다. 그러다가 애들의 충격도 가라앉힐 겸, 화제를 바꾸어 말을 걸었다. 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불로장생 이야기에 살을 붙여 예민이와 석희에게 들려주었다.
"어떤 과학자가 있었어. 그는 불로장생 할 수 있는 약을 만드는 데, 오랜 세월을 바쳤지. 약이 거의 다 완성되어갈 무렵, 아무리 연구를 해도 알 수 없는 마지막 재료 1% 때문에 고민하게 되었어. 그 사람은 마지막 재료가 무엇인지 알게 해달라고 매일 하느님께 기도했지. 그러던 어느 날 그 사람이 약을 가지고 계속 생각에 빠져 길을 걷는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번개가 쾅! 하고 치더니 손에 들고 있던 약에 정통으로 맞았어!
그런데 번갯불을 맞을 때 약의 마지막 1%가 채워져 약은 완성이 되었지만, 번갯불을 맞아 산산이 부서졌지. 하지만, 그 과학자에게 약 한 방울이 튀어서 늙지도 죽지도 않는 불사신이 되었어. 처음엔 얼떨결에 좋아했지만, 시간이 흘러 1년이 가고, 10년이 가고, 100년이 가는 동안 자기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이 모두 죽어갔고 자기 자신만은 계속 살게 된 거야! 혼자서 영원히!"
나는 여기서 이야기를 멈추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너희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겠니?" 예민이가 "그럼 나야 좋지 뭐~"하며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표정을 심각하게 바꾸어 "하지만 너희에게 같이 얘기하고 웃을 사람들이 계속 떠나가는데두?" 하였다. 예민이는 그러자 "그러면 가축을 기르면서 살지 뭐~" 했다. 난 또 물었다. "그런데 말야, 가축도 다 사라지고 없는 거야, 그런다면?"
그때부터 석희는 몇 시간 뒤면 지구의 멸망을 앞둔 아이처럼 시무룩해져서 대답을 못하다가 어렵게 꾸물거리며 "그럼 난 어쩔 수 없이 잠만 자면서 외롭게 살 거야. 아님 자살을 하던지~" 나는 더 물었다. "그런데 자살을 할 수도 없어. 칼로 찔러도 아프지 않고, 불에 데어도 감각이 없어. 어떻게 해도 죽지 않아." 석희가 꺼져가는 얼굴로 "그럼 어쩔 수 없이 평생을 슬퍼하며 외롭게 살아야지~"하고 말했다. 그리고 예민이와 석희의 얼굴은 절망감과 슬픔으로 일그러져 갔다.
나는 뒷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과학자는 하느님께 제발 죽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다시 번개가 쳐서 약효에서 풀려나 행복하게 죽을 수가 있었어. 드디어 나도 사랑하는 가족들의 뒤를 따라갈 수 있구나 하고!" 석희와 예민이의 얼굴도 그제야 풀어지며 "그럼 잘됐네. 나라도 감사하고 기쁘지 뭐~" 하였다.
나는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과연 사랑하는 사람들이 없이 나 혼자 영원히 산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어쩌면 제때에 죽는다는 것도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구나 생각하였다. 석희와 예민이도 무언가 골똘히 깊은 생각에 빠진 듯,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걷다가 인사하고 헤어졌다.
2008.07.02 수요일
수업을 마치고 예민이와 석희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데, 예민이가 학교 앞 상가에서 엄마를 만나 돈을 타서 우리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보자마자 강아지처럼 사악 핥아먹었는데, 예민이와 석희는 점잖게 앙 베어 먹었다.
내 입가에 아이스크림이 잔뜩 묻은데다 입을 타고 줄줄 흘러내리니까, 석희와 예민이는 기겁을 하였다. 예민이랑 석희는 소곤소곤 나랑 떨어져 걷자고 속삭였다. 난 애들에게 더 바짝 붙어 걸으며 일부러 계속 아이스크림을 입에 묻혔다. 그러다가 애들의 충격도 가라앉힐 겸, 화제를 바꾸어 말을 걸었다. 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불로장생 이야기에 살을 붙여 예민이와 석희에게 들려주었다.
"어떤 과학자가 있었어. 그는 불로장생 할 수 있는 약을 만드는 데, 오랜 세월을 바쳤지. 약이 거의 다 완성되어갈 무렵, 아무리 연구를 해도 알 수 없는 마지막 재료 1% 때문에 고민하게 되었어. 그 사람은 마지막 재료가 무엇인지 알게 해달라고 매일 하느님께 기도했지. 그러던 어느 날 그 사람이 약을 가지고 계속 생각에 빠져 길을 걷는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번개가 쾅! 하고 치더니 손에 들고 있던 약에 정통으로 맞았어!
그런데 번갯불을 맞을 때 약의 마지막 1%가 채워져 약은 완성이 되었지만, 번갯불을 맞아 산산이 부서졌지. 하지만, 그 과학자에게 약 한 방울이 튀어서 늙지도 죽지도 않는 불사신이 되었어. 처음엔 얼떨결에 좋아했지만, 시간이 흘러 1년이 가고, 10년이 가고, 100년이 가는 동안 자기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이 모두 죽어갔고 자기 자신만은 계속 살게 된 거야! 혼자서 영원히!"
나는 여기서 이야기를 멈추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너희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겠니?" 예민이가 "그럼 나야 좋지 뭐~"하며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표정을 심각하게 바꾸어 "하지만 너희에게 같이 얘기하고 웃을 사람들이 계속 떠나가는데두?" 하였다. 예민이는 그러자 "그러면 가축을 기르면서 살지 뭐~" 했다. 난 또 물었다. "그런데 말야, 가축도 다 사라지고 없는 거야, 그런다면?"
그때부터 석희는 몇 시간 뒤면 지구의 멸망을 앞둔 아이처럼 시무룩해져서 대답을 못하다가 어렵게 꾸물거리며 "그럼 난 어쩔 수 없이 잠만 자면서 외롭게 살 거야. 아님 자살을 하던지~" 나는 더 물었다. "그런데 자살을 할 수도 없어. 칼로 찔러도 아프지 않고, 불에 데어도 감각이 없어. 어떻게 해도 죽지 않아." 석희가 꺼져가는 얼굴로 "그럼 어쩔 수 없이 평생을 슬퍼하며 외롭게 살아야지~"하고 말했다. 그리고 예민이와 석희의 얼굴은 절망감과 슬픔으로 일그러져 갔다.
나는 뒷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과학자는 하느님께 제발 죽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다시 번개가 쳐서 약효에서 풀려나 행복하게 죽을 수가 있었어. 드디어 나도 사랑하는 가족들의 뒤를 따라갈 수 있구나 하고!" 석희와 예민이의 얼굴도 그제야 풀어지며 "그럼 잘됐네. 나라도 감사하고 기쁘지 뭐~" 하였다.
나는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과연 사랑하는 사람들이 없이 나 혼자 영원히 산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어쩌면 제때에 죽는다는 것도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구나 생각하였다. 석희와 예민이도 무언가 골똘히 깊은 생각에 빠진 듯,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걷다가 인사하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