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여러 음악

2008. 7. 16. 08:41일기

<세상의 여러 음악>
2008.07.12 토요일

우리 가족은 저녁 7시 30분, 집 앞에 있는 고등학교 다목적 강당에서 열리는 음악회를 보려고 급하게 움직였다. 오늘 공연은 양주시에서 주최하는 시민 음악회라고 들었다.

우리는 고등학교 건물 벽에 붙은 안내 화살표를 따라 강당을 찾아갔다. 나는 화살표 끝을 따라가면 음악을 타고 떠나는, 거대한 배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두근두근했다.

그런데 강당 안에는 음악회를 보러 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앉을 자리가 없었다.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강당 벽을 빙 둘러서 있었고, 강당 입구에까지 다닥다닥 붙어서서 공연을 기다렸다.

오늘 공연은 양주 시민들을 위한 무료 공연인데다가, 무더위도 식힐 겸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것 같은데, 강당 안은 냉방 시설이 안돼 있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구마 찜통 같았다. 나와 영우는 뒷자리에 간신히 두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더위와 흐르는 땀을 못 참고 자꾸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보다못해 뒤에 서 계시던 엄마가 부채질하라며 팜플렛을 건네주셨다.

공연 처음엔 좀 지루했다. 시립 합창단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굵고 크게 강당을 울렸지만, 난 눈을 감고 듣는척 하며, 아저씨, 아줌마들이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목소리로 노래 부르는 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덥지 않을까? 에이, 나도 다른 애들처럼 강당 밖으로 나가 놀까? 하는 생각이었다.

중간쯤 어떤 합창 단원 아줌마 한 명이, 모짜르트의 '밤의 여왕'을 부를 때부터 귀가 트이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 노래는 음이 너무 높아서 노래보다는 묘기에 가까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서 이어지는 관현악단의 연주 '핀란디아의 조곡'은 잔잔하게 시작되다가 나중엔 강당을 두드려 부술 것처럼 둥당둥당 몰아쳤다.

지휘자 아저씨가 돌아서서 같이 부르자고 손짓을 하며 우리 노래 '친구여', '바위섬'을, 강당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따라불렀다. 나는 어른들이 이 노래들을 다 아는 것이 놀라웠고, 함께 부르는 노랫소리가 어설프지만, 이상하게 마음을 울렸다.

영화 음악 모음곡 연주를 할 때, 나는 너무 반가워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하하 웃으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슈퍼맨',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사운드 어브 뮤직', '80일간의 세계 일주' 다 내가 알고 좋아하는 곡들이 아닌가!

뮤지컬 모음곡도 이어지고 마지막 힘을 다해 '푸니쿨리 푸니쿨라'가 합창 되자, 관객들은 강당이 무너질 만큼 박수를 치고도 쉽게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공연 내내 쉬지 않고, 음악이 뼛속까지 사무쳐서 몸이 오싹오싹했었는데, 더위는 그 사이에 힘을 잃고 물러간 듯 바깥으로 나올 땐, 밤하늘의 별이 더 시원하게 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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