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름 방학 계획

2008. 7. 19. 08:09일기

<나의 여름 방학 계획>
2008.07.18 금요일

우리 반은 미국에서 와서 한동안 같이 공부했던 성건이가, 방학이 끝나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볼 수 없게 되는 것을 섭섭해하며, 왠지 조금 우울한 기분으로 방학을 맞았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번 방학 때 하고 싶은 것과, 꼭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도 될 것을 나누어 곰곰이 생각하며 걸었다. 먼저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니, 마음속에서 시냇물이 졸졸 흐르듯, 하고 싶은 일들이 흘러 넘쳤다.

가족과 여행하기, 곤충 박물관에 가보기, 영화 보기, 영우와 신나게 뛰어놀기, 온 동네를 다니며 무엇이 있나 샅샅이 관찰해보기, 배낭 메고 천보산 정상에 올라가기, 지는 노을을 보며 베란다에 돗자리 깔고 앉아 레모네이드 마시기, 가끔 늦은 밤에 엄마, 아빠와 TV 콘서트 7080 음악 듣기,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찾아뵙기!

할머니께 식물 기르는 법 배워서 방울 토마토 키워보기, 트라이더 타기, 수영하기, 배드민턴 하기, 축구 연습하기, 철봉 연습하기, 잠들기 전 마루 벽에 걸린 예수님 십자가 보며, 우리 가족 행복하게 지켜달라고 기도하기, 가족과 대화 나누기, 길이라면 어디든지 당당하게 걷기, 밥을 굶어도 행복한 책읽기!

이번엔 꼭 해야 할 것들이다. 매일 샤워하기, 적당한 시간에 잠자기, 일기 쓰기, 살 많이 찌는 음식 가려 먹기, 1학기 수학 천천히 복습하기, 줄넘기 연습, 내 물건 정리하는 습관들이기!

그다음 안 해도 될 것들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아빠 물건 몰래 만지다 고장내기, 동생 찍어 누르기, 가족과 싸우기, 우유먹고 뚜껑 안 닫기, 위험한 짓 하기, 음식 남기기, 컴퓨터 게임 오래하기, TV 만화 보기, 옷 아무 데나 벗어던지기, 업어달라고 조르고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다고 떼쓰며 아빠 엄마 괴롭히기!

방학 계획을 짜며 집에 도착했을 땐 뿌듯했는데, 엄마한테 인사하고 가방을 풀어보니, 가장 중요한 1학기 생활 통지표와 영어 인증서를 빠트리고 온 걸 알았다. 나는 "으악~"하고 다시 땀이 마르기도 전에, 이글거리는 땡볕을 뚫고 학교로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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