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우기

2008. 7. 28. 20:08일기

<이 때우기>
2008.07.24 목요일

치과에 영우 앞니를 뽑으러 따라갔다가, 나도 간 김에 같이 검사를 받아보다. 그런데 뜻밖에 영구치인 어금니가 조금 썩어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장 치료를 받기로 했다.

나는 병원 침대 위에 반듯이 누웠다. 의사 선생님께서 "마취하지 말고 그냥 하자!" 하며 이 때울 준비를 하고 계셨다. 나는 누운 채로 선생님을 흘깃 올려다보며 "아픈가요?" 하고 물었다. "아니, 아프지는 않지만 불편할 거야."

선생님은 입을 크게 '아' 벌리라 하고는, 말랑말랑한 초록색 천을 이 때울 자리만 남겨놓고 입안 전체에 착 덮어씌웠다. 그리고는 몇 번을 "더 크게 아~!" 한 다음, 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게 집게 같은 것으로 위아래 입술을 찝어서 고정했다. 그랬더니 나는 붙잡힌 상어처럼 입을 아 벌린 채로 꼼짝없이 굳어 버린 꼴이 되었다.

치료받아야 할 이가 안쪽 어금니라서 입을 있는 대로 크게 벌려야 했는데, 입가가 찢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선생님이 끝이 뾰족한 기구로 내 이를 딸각딸각 긁어내며, "상우가 생각보다 입이 작구나!" 하셨다.

작은 드릴로 '윙' 소리 내 썩은 부분을 깎아낼 땐, 땅이 움직이듯 잇몸이 약간 들썩이며 돌아가는 것 같았다. 이가 하나 좀 썩어서 때우는 것뿐인데, 큰 수술을 받는 것 같았고, 의사 선생님은 스프레이로 어떤 액체를 진지한 표정으로 취이취이 뿌리셨다.

나는 치료 과정이 흥미로웠지만, 침을 삼키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었다. 입을 벌린 채로 견디고 있으려니 자꾸 숨이 허억 넘어갔다. 입을 고정한 자리도 쪼이듯 아파졌다. 마침 침대 옆에 계시던 엄마가 자꾸 다리를 쓰다듬어 주셔서 안심이 되었다.

썩은 부분을 깎아낸 자리에 이 색깔과 똑같은 연고를 바르고 말리고 내려왔는데, 입을 다물 수 있어서 너무너무 홀가분했고, 몸도 깃털처럼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집에 가서 음식을 먹어도 되고 양치질도 된다고 하셨다. 영우랑 나는 치료를 잘 받은 상으로 작은 장난감 차를 받고 나와, 나는 급하게 화장실부터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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