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gwooDiary.com(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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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7 차가운 느낌
2007.04.17 화요일 나는 미술 시간에 차가운 느낌을 그렸다. 이번 미술 시간에는 어떤 형체나 동물같은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낙서를 하든 뭘 그리든 간에 느낌이 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따뜻한 느낌, 어두운 느낌을 낙서 따위로 그려 색칠해서 표현하는 것이다. 나는 차가운 느낌을 그리면서 다이아몬드같은 얼음 덩어리를 그리고, 구역 별로 가장자리는 파랑색, 가운데는 하늘색으로 색칠을 하였다. 바탕은 보라색으로 하였다. 그러자 얼음 덩어리들이 은은한 빛을 띄우는 장면이 머리를 스쳤다. 그 장면은 내가 그린 그림과 거의 비슷했다. 빛은 내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 때 나는 느낌을 그리는 것도 위대한 작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급식을 다 먹고 수업을 시작했을 때, 선생님께서는 언제 그..
2007.04.17 -
2007.04.12 불소 양치
2007.04.12 수요일 3학년 4반은 불소 양치를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아이는 "앗싸! 신난다." 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얼굴을 찌푸린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지난 수요일, 냄새는 식초같고 맛은 느끼한 불소 양치의 기억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교실 문이 열리고 불소 용액이 든 봉지를 들고 우리 선생님이 들어오시자, 아이들은 일제히 "꺄아아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특히 내 짝 승진이는 가슴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다는 시늉을 했다. 아이들은 자기 차례가 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은 '아' 벌리고 고개를 해바라기처럼 위로 올렸다. 선생님도 아이들에게 먹이를 주듯이 '아' 하시면서 불소약을 넣어 주셨다. 내가 맨 마지막 차례라 그런지 선생님께서는 약을 더 많이 넣어 주시는 것 같았다. ..
2007.04.12 -
2007.04.09 자석 장난감 만들기
2007.04.09 월요일 2교시 과학 시간이었다. 이번에는 자석으로 장난감을 만들었다. 어떻게 만드는 것이었냐면 선생님이 나누어 주는 종이에다 자기가 그리고 싶은 동물이나 곤충을 그리고, 다 그렸으면 선생님한테 가지고 가서 "다 됐어요, 선생님." 하고 말하면 "너무 크다, 작다." 이렇게 말씀을 하여 주시거나, 중간 부분에 꽃핀을 꽂아 주신다. 그러면 자기 자리로 돌아 가서 통과 못한 사람은 고치거나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통과를 한 사람은 꽃핀에다 실을 묶거나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서 실의 끝자락을 자기 책상에 또 한번 테이프로 붙이면 완성! 가지고 노는 법은 각자 가져 온 자석으로 꽃핀을 붙인데에 갖다 대서 붙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선생님이 만든 것처럼 자석에 완전히 붙으면 안되고,..
2007.04.09 -
2007.04.05 거리의 예술가
2007.04.05 목요일 학교에서 집으로 오고 가는 길은 이상하게도 나에게 작지만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해준다. 나는 그것들이 즐겁다. 오늘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초록색 공원 트랙 길을 따라 내려오던 중, 맨발 마당 맞은 편 풀숲 속에서 아름다운 관악기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소리가 너무 부드럽고 편안해서 나도 모르게 그 음을 따라 부르며 풀숲 너머를 바라보았다. 거기 벚꽃 나무 아래 벤취는 어릴 때 엄마와 내가 앉아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었던 곳인데, 그 벤취에 어떤 아저씨 둘이서 클라리넷을 불고 있었다. 아저씨들이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무언가에 집중해서 연주를 할 때, 벚꽃 나무는 마치 무대 배경처럼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바람도 잔잔하게 불고 음악 소리가 너무 포근하여 엄마 생각이 났다..
2007.04.05 -
2007.04.04 이상한 개교 기념일
2007.04.04 수요일 오늘은 왠지 이상한 날이다. 어젯밤 나는 심한 감기 기운으로 갑자기 토하느라 잠을 설쳤다. 약을 먹고 간신히 잠 들었는데, 눈을 떠 보니 온 집 안이 대낮처럼 환하고 빈 집처럼 조용했다.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 나는 깜짝 놀라 이런 지각이군 하면서 가방을 찾았다. 그런데 엄마가 현관 옆 방에서 웃으시며 "잘 잤니? 오늘 개교 기념일이니까 푹 쉬렴." 하셨다. 그제서야 나는 다시 침대로 돌아와 오랜만에 게으름을 피웠다. 집 안은 나 밖에 없는 것 처럼 조용했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부드럽고 따스했다. 게다가 그 시끄러운 영우까지 미술 학원 가고 없으니 그야말로 내 세상이었다. 하지만 뭔가 낯설었다. 내가 지금 이 시간에 이러고 있다는 것이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처럼 ..
2007.04.04 -
2007.04.02 벚꽃
2007.04.02 월요일 아침 학교 가는 길, 아직은 쌀쌀하지만 날씨는 초롱초롱 맑았다. 우리 학교가 보이기 시작하는 언덕 길에 벚꽃 나무들이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 오늘따라 동그란 별같은 벚꽃이 유난히 눈에 잘 들어왔다. 언제 이렇게 꽃을 피웠지? 연분홍 벚꽃 잎들이 나무 밑에 촘촘히 떨어졌다가 어떤 거는 바람을 타고 저 쪽 나무로 날아갔다. 아직 벚꽃이 안 핀 나무도 있었다. 하지만 꽃봉오리가 제법 크게 핀 것들이 있었는데 너무 탐스러워서 먹고 싶었다. 어떤 엄마가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벚꽃 나무 길을 천천히 걸어 갔다. 나는 벚꽃이 눈에 잠길 정도로 벚꽃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쳐다보고 있는데, 누군가 지나가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지존, 벚꽃 욜라 많이 폈네! 벚꽃 죽어라!" 이런 끔찍한..
2007.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