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gwooDiary.com(644)
-
2007.03.10 리허설
2007.03.10 토요일 오늘은 내가 손꼽아 기다리던 우리 피아노 학원 연주회 날이다. 우리는 저녁 7시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을 하기 위해 토당동 청소년 수련관으로 대이동을 하였다. 도착하자마자 준비된 연주복으로 갈아 입었다. 하얀 블라우스에 뒷부분이 길고 날개처럼 갈라진 검정 양복을 입으니 지휘자가 된 것 같아 으쓱했다. 원래는 연주자들만 앉는 지정석이 있는데 너무 들떠서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원장 선생님께 걸려서 원장 선생님 옆에 서서 리허설을 구경했다. 집에서 오디오로 음악을 들은 적은 많지만 직접 연주하는 사람들 앞에서 들은 적은 드물었기에 기분이 달랐다. 비록 작은 음악 학원 학생들의 연주이지만 일류 피아니스트들에게 듣는 것 같았다. 내가 칠 때는 지금까지 연습해 온 게 허무하지 않도록 온 힘..
2007.03.10 -
2007.03.08 투표
2007.03.08 목요일 드디어 투표 시간이 되었다. 선생님께서 "선생님이 이렇게 도장 찍은 종이를 나누어 주면 반으로 접어서 왼쪽에는 남자 중에서 맘에 드는 회장 후보를 쓰고, 오른쪽에는 여자 회장 후보를 각각 1명 씩 쓰세요." 하고 말씀하셨다. 순간 우리 반은 아무도 없는 밤길처럼 조용해졌다. 놀 때는 그렇게 시끄럽던 우리 반 아이들이 지금 이 순간 누구를 뽑을까 고민하느라 쥐 죽은듯 조용해진 것이다. 어떤 아이는 이미 결정했다는 듯이 단호하게 적었고, 어떤 아이는 식은 땀을 흘리며 쓸락말락 연필만 만지작거렸다. 나도 갑자기 잘 모르는 애들을 뽑으려니 갈피가 안잡혀서 머리가 좀 아팠다. 그래서 평소에 하던 모습과 오늘 연설을 생각하며 책임감 있는 아이를 찾아 보았다. 그래, 얘라면 거뜬이 해낼 수..
2007.03.08 -
2007.03.06 자연의 아름다움
2007.03.06 화요일 오늘은 학교에서 자연의 아름다움 표현하기를 2교시부터 3교시까지 했다. 어떻게 하는 것이었냐면 자연의 모습이 있는 사진을 몇 장 준비하고 선생님이 좀 작은 종이를 나누어 주시면, 그 종이를 반으로 접어 다시 펴서 왼쪽에는 자연 사진을 풀로 붙이고, 오른쪽에는 왼쪽에 있는 자연 사진을 똑같이 그리지 말고 선과 삼각형이나 사각형, 또는 육각형 같은 도형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나는 노랗고 빛나는 나무들이 강물에 비추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꺼내놓고, 금색 싸인펜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나뭇잎은 원기둥에 원을 주렁주렁 달아놓은 기분으로 그리다가 금색이 아까워서 노랑색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강은 풍경이 밤이라서 은은한 보라색으로 그렸다. 친구들이 거의 다 그리자 선생님은 친구들 그림을 보..
2007.03.06 -
2007.03.05 사나운 바람
2007.03.05 월요일 학교 끝나고 교문을 나서자 바람이 아주 사나웁게 몰아닥쳤다. 학교 옆 나무들은 춤을 추듯 흔들렸고 옷자락이 팔락거렸다. 게다가 춥기까지 하였다. 내 두 볼은 꽁꽁 얼어있었다. 나는 덜덜덜 떨면서 집으로 갔다. 바람은 멈췄다 싶더니 더 큰 바람을 데리고 와서 더 세게 몰아쳤다. 나무가지는 흔들렸다. 나는 너무 얼어서 한발짝 가는 것도 힘들었다. 나는 제발 태양이 떠서 이 추위를 멎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러면서 하늘을 보니 놀랍게도 맑고 깨끗했다. 이렇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데 땅은 이토록 바람이 쌩쌩 불어 난리라니 뭔가 궁합이 맞지 않는 날씨다! 나는 지름길로 가보려고 공원 정자가 있는 잔디 광장으로 가로질러 갔는데, 바람은 더욱 심해 살을 찢을 것처럼 무섭게 불었다. 그 넓은..
2007.03.05 -
2007.03.02 개학
2007.03.02 금요일 오늘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진학을 하였다. 나는 내가 새로 들어갈 교실을 찾아 헤매다 결국은 찾아냈다. 바로 3학년 4반이었다. 교실 앞에는 같은 반이 된 친구들이 우글우글 모여 있었다. 교실 문이 잠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맨 앞에는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준영이가 문을 잠그고 있는 자물쇠를 발돋움하여서 뗄려고 만지작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탱' 하는 소리가 났다. 준영이가 자물쇠를 연 것이다. 문이 열리자 아이들이 벌떼처럼 우글우글 들어갔다. 아이들은 교실 안에서 선생님 없다고 마구 날뛰고 있었다. 선생님이 들어오자 후닥닥 제자리에 앉았다. 우리 담임 선생님 이름은 서미순 선생님이셨다. 선생님 머리카락은 곱슬곱슬하시고, 목소린 근엄하시고, 눈빛은 어린 아이같이..
2007.03.02 -
2007.02.18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
2007.02.18 일요일 나는 가족과 영화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를 보러 롯데 시네마로 향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 제시는 어릴 때부터 집안 일을 도우면서 많은 꿈을 키운다. 그림도 열심히 그리고, 매일 낡은 운동화를 신고 달리기 연습도 빼먹지 않는다. 어느 날, 학교 달리기 시합에서 1등을 할 뻔 하다가 제시네 반에 전학 온 레슬리라는 여자애한테 지고 만다. 그 일 이후로 둘은 친구가 되고, 학교 끝나고 오는 길에 숲까지 달리기 경주를 하다가 상상하면 그대로 이루어지는 신기한 숲에 오게 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제시와 레슬리는 그 숲을 아지트로 삼고 '테라비시아'라고 이름을 짓는다. 거기서 날마다 상상으로 여러 가지 모험을 하고, 제시 상상 속의 괴물들과 일대 전투도 벌인다. 그러던 어느 날, 호..
2007.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