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04 이상한 개교 기념일

2007. 4. 4. 00:00일기

<이상한 개교 기념일>
2007.04.04 수요일

오늘은 왠지 이상한 날이다. 어젯밤 나는 심한 감기 기운으로 갑자기 토하느라 잠을 설쳤다. 약을 먹고 간신히 잠 들었는데, 눈을 떠 보니 온 집 안이 대낮처럼 환하고 빈 집처럼 조용했다.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 나는 깜짝 놀라 이런 지각이군 하면서 가방을 찾았다.

그런데 엄마가 현관 옆 방에서 웃으시며 "잘 잤니? 오늘 개교 기념일이니까 푹 쉬렴." 하셨다. 그제서야 나는 다시 침대로 돌아와 오랜만에 게으름을 피웠다. 집 안은 나 밖에 없는 것 처럼 조용했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부드럽고 따스했다. 게다가 그 시끄러운 영우까지 미술 학원 가고 없으니 그야말로 내 세상이었다.

하지만 뭔가 낯설었다. 내가 지금 이 시간에 이러고 있다는 것이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처럼 어색했다. 지금쯤이면 나는 교실에서 수업을 듣거나, 선생님 몰래 친구가 쪽지를 던지는 것을 보고 작게 웃거나, 아니면 쉬는 시간이 되어 아이들의 소리로 미어터지는 복도 한 가운데를 걷고 있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께 걸려 벌 서는 것도 그리워진다.

갑자기 학교 생활의 모든 것들이 이렇게 그리울수가! 역시 나는 집에서 빈둥빈둥 노는 것이 적성에 맞지 않는가 보다. 개교 기념일이 1년에 한 번 뿐이라는 것이 정말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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