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우일기(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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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수업
2010.05.19 수요일 오늘 학교 시작부터 우리 반 아이들은 들뜨고 긴장되어 술렁거렸다. 바로 학부모 공개 수업 때문이었다. 1년에 단 한 번 있는 행사로 이번 공개 수업은, 6학년 마지막으로 하는 초등학교의 공개 수업이라서 더 의미가 있었다. 아이들은 점점 달아올라 쉬는 시간, 얼기설기 얽혀서 부모님이 오시는지, 안 오시는지를 묻느라 바빴다. 그리고 3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이 치고 2명 정도의 학부모가 첫 타자로 들어오셨다. 시작한 지 2~3분 정도가 지나고, 엄마를 비롯해 오기로 한, 대부분의 부모님이 들어오셨다. 학부모님들은 마치 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보는 듯이, 교실 뒤편에 나란히 서셨다. 3교시는 말하기, 듣기, 쓰기 시간으로, 무엇을 묘사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어떤 사람이..
2010.05.24 -
놀랍다 윈도우7! 멋지다 블로거! - 상우의 윈도우즈7 런칭 파티 체험기 마지막회
2009.10.22 목요일 무대 한가운데 거대한 스크린에,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무늬와 Windows7 이라는 글자가 바닷물이 찰랑찰랑 움직이는 것처럼, 단조롭게 흔들리며 나타났다. 그걸 보니 내가 전에 과학관에서 해보았던 블랙홀 체험처럼, 꿈처럼 몽롱하고 묘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나는 한 묶음의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상상에 잠겼다가, 쯔즈즉~ 하는 카메라 소리에 놀라 헙~! 하고 깨어났다. 갑자기 내 옆에 거대한 카메라를 멘 블로거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너, 혼자 왔니?", "네, 혼자 왔어요.", "그래? 어디에서 여기까지 왔니?", "양주에서 왔어요." 아저씨는 이제 막 에베레스트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온 사람처럼 젊고 기운이 넘쳐 보였다. 아저씨는 놀랐다는 듯이 오~ 하며 계속 물었다. "너, 블..
2009.10.26 -
최연소 블로거 나가신다! - 상우의 윈도우즈7 런칭 파티 체험기 1탄
2009.10.22 목요일 저녁 7시 10분쯤, 나는 '멜론 악스'라는 특이한 이름의 공연장 앞에 도착했다. 오늘 여기서 새롭고 혁신적인 인터넷, 윈도우즈7이 출시된 것을 기념하는 파티가 열리는데, 나는 777명의 블로거 중 한 사람으로 초대받아 왔다. 멜론 악스 건물 앞에는, 윈도우7 이라고 새겨진 연두색, 파란색의 거대한 버스 두 대가 공룡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버스 앞 돌계단에 서니, 커다란 유리상자같이 생긴 멜론악스가 한눈에 보였다. 돌계단에는 레드 카펫이 깔렸는데, 이걸 따라 내려가면 1층 접수처에서 행사장 정문까지 이어졌다. 많은 사람이 레드카펫을 따라 한 줄로 쫙 서있었다. 행사에 참석하는 블로거들이 이름표를 받으려고 선 줄이었다. 난 레드카펫이 따뜻하고 폭신해 보여서, 그 위에 누워 뒹굴..
2009.10.24 -
2005.12.11 이탈리아 피짜
2005.12.11 일요일 우리 가족은 외식을 하러 이탈리아 피자집으로 갔다. 나는 자리에 앉아 식당안을 둘러 보았다. 식당 중간에는 커다란 나무가 있었고 나무엔 크리스마스 장식이 주렁 주렁 매달려 있었다. 벽에는 지팡이가 박혀 있었고 국기가 걸려 있고 그 너머엔 피자 굽는 화덕이 보였다. 마치 겨울 철새 한마리가 크리스마스를 찾아서 창문으로 들어올 것 같은 따뜻한 분위기 였다. 드디어 기다리던 피자가 나왔다. 이탈리아 피자라서 그런지 보통 피자완 모든 것이 달랐다. 맛도 부드럽고 바삭 바삭하고 쫄깃했다. 나는 쉴새없이 흠냠냠냠 들고 먹었다. 영우는 불만이 있다는듯 먹는둥 마는둥 했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니 뜨거워서 빨리 못먹고 형아가 너무 빨리 먹어서 불안해서라고 그랬다. 그래서 나는 영우를 안심 시..
2005.12.11 -
2005.12.08 길이 재기
2005.12.08 목요일 5교시에 선생님이 칠판에 있던 자석을 우리 반 아이들에게 떼어서 나누어 주셨다. 우린 모두 운동장으로 모였다. 선생님께서 먼저 자석을 멀리 던지라고 하였다. 나는 힘껏 던졌는데 예상만큼 멀리 못 던지고 바로 가까이에 떨어졌다. 선생님은 자기 자석이 있는 곳으로 가서 걸음으로 몇 걸음 인지 생각하면서 돌아 오라고 하셧다. 나는 8걸음이라고 예상했는데 줄을 넘고 스텐드 앞까지 걸어오는 바람에 30걸음이 더 넘었다. 친구들이 "야, 가면 안돼!" 하고 소리쳤다. 이번에는 줄넘기를 쫘악 펼쳐서 재어 보았다. 예상은 6줄이라고 생각했는데 5줄 이었다. 나는 이 공부가 세상의 길이를 재는 것 같아서 하는 동안 기분이 좋았다. 우리 나라를 재는것 같아서 마음이 끌렸다.
2005.12.08 -
2005.12.05 공항에서의 기다림
2005.12.05 월요일 아빠는 대한항공 이라고 써있는 창구에 가서 대기 번호를 받아왔다.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상우야, 좀 많이 기다려야 겠다." 우리는 대기표 2300번을 받았다. 어제부터 눈이 벼락치듯 내리는 바람에 어제부터 밀린 승객들 때문에 우리도 기다려야 했다. 눈바람 때문에 비행기가 못 뜬다니 왠지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의 한계가 느껴진다. 아빠는 갑자기 아주 아주 긴 줄 쪽으로 가더니 맨 뒤에 섰다. 아빠가 줄을 서 있는 동안 나머지 가족들은 공항 한 구석에 박스를 펼치고 앉았다. 나는 학교에 못 갈까봐 마음이 급했다. 나는 박스 위에서 놀다가 웃다가 먹기도 하고 울다가 졸다가 데굴 데굴 굴렀다. 나는 이 긴 기다림이 끔찍하기까지 했다. 저녁이 되어 간신이 비행기에 올랐을 때 하느님께..
2005.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