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우일기(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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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8 유부초밥
2005.09.08 목요일 점심시간이 되었다. 나는 손을 씻고 돌아와서 도시락을 열었다. 유부초밥과 콩조림, 메론이 들어있었다. 나는 유부초밥을 집어 오물 오물 먹어 보았다. 그런데 그걸 먹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건 달달하면서 부드럽구나. 나는 생각했다. 엄마가 내가 목감기에 걸려서 부드럽게 싸 주었구나. 그런데 어떤 검은 물이 묻은 초밥이 있었다. 나는 검은 콩물이 묻은 건줄도 모르고 혹시 초밥이 썩으건 아닐까 궁금했다.
2005.09.08 -
2005.09.06 나무 게임
2005.09.06 화요일 허민지와 나는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술래를 정했다. 내가 술래가 되었다. 나는 청군이 우글 우글 모여든 곳으로 달려갔다. 그 바람에 청군이 반으로 갈라져 도착지점에 발을 딛고 있었다. 나는 총알같이 쫓아가서 한명을 쳐서 나무로 만들었다. 그런데 내가 친 아이와 두명이 더 부딪쳐서 3명이 나무가 되었다. 그 뒤로도 4명을 더 쳐서 나무로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 백군이 이겼다. 백군은 두 손을 활짝 처들고 만세를 불렀다.
2005.09.06 -
2005.09.04 성당에서
2005.09.04 일요일 우리는 성수를 이마에 찍고 교회 안에 들어갔다. 나는 신부님이 설교하는 천장 위로 뚫린 구멍을 통해 빛이 별덩어리 처럼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것이 하느님과 천사들이 내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열심히 성가를 따라 불렀다. 그리고 생각했다.우리는 하느님이 만들어 주신 생명의 인형이 아닐까? 하느님은 어떤 분일까? 나는 하느님과 손잡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혼자가 아니라 기뻤다.
2005.09.04 -
2005.03.24 바람
2005.03.24. 목 내가 집으로 가다가 내리막길에서 갑자기 이런 소동이 벌어졌다.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 폭풍처럼 바람이 다가왔다. 한 발은 땅을 밟고 있었지만 다른 한쪽 다리는 바람에 쓸려 위로 날아갔다. 나는 어어어워어 하고 소리쳤다. 머리는 가발처럼 바람에 쓸려 날아갈 것 같았다. 그래서 절뚝 절뚝 거리며 바람이 멈추기만을 기다리어 절뚝절뚝 걸어왔다. 나는 내가 바람이 된 줄 알았다.
2005.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