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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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축제가 뭐 이래?
2009.04.11 토요일 우리 가족은 아침 일찍, 지방에 있는 어떤 마을에서 열린다는 벚꽃 축제를 보러 갔다. 나는 난생처음 가보는 벚꽃 축제라서 마음이 퐁퐁 들떴다. 그런데 한적한 시골 길을 들어서니 이정표도, 벚꽃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수시로 차를 세우고, 지나가는 아저씨, 할머니에게 벚꽃 축제 어디서 하냐고 물어보았다. 그러면 "그냥 길 따라 쭉 가면 나와유~" 하셨다. 나는 기분이 좋아서 우리를 따라오는 나무들과 넓은 밭에서 뛰어다니는 노루를 보고, 마구 마구 손을 흔들어주었다. 우리 차도 신이 나서 '부우우' 소리 내며 축제장을 향해 부드럽게 미끄러지듯이 달려갔다. 그런데 아빠가 갑자기 더럽고 작은 하천이 흐르는 곳 근처, 자갈밭에 차를 세우셨다. 나는 어리둥..
2009.04.13 -
느끼한 연극
2008.11.21 금요일 1교시 말하기.듣기.쓰기 시간이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선인장 이야기를 읽고, 역할을 정하여 앞에 나가서 발표하기를 하였다. 나는 일단 눈으로 어떤 이야긴가 읽어보았다. 선생님께서 "이 이야기를 역할을 맡아, 인물에 알맞은 표정과 목소리로 잘 연기하여 보세요!" 하시며 연습할 시간을 주셨다. 다른 모둠은 약간 티걱태걱하며 역할을 정했는데, 우리 모둠은 아무렇지도 않게 나는 아빠, 유나는 엄마, 경훈이가 오빠, 정원이가 여동생을 맡겠다고 동시에 딱 정했다. 우리 모둠은 4번째로 교탁 앞에 나와 연극을 하였다. 나는 진짜 아빠가 된 심정으로 아이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것처럼 목소리를 낮고 근엄하고 부드럽게 내려고 했다. 나는 두 팔을 넓게 벌리며 "애들아, 아빠는 지금 너희들 모습이 ..
2008.11.23 -
친구에게 낚이다!
2008.06.19 목요일 학교 끝나고 성환이와 수영이와 김훈이와 나랑 영우랑, 4단지 놀이터에서 온몸이 땀에 흠뻑 젖도록 뛰어놀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성환이와 수영이가 "우리 학원 때문에 집에 가야겠다!"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막 놀이가 물이 올라 재미있어지려고 하는데, 애들이 간다고 하니까, 섭섭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성환이와 수영이도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다음에 또 놀자!" 하며 놀이터 바깥으로 가버렸다. 그런데 훈이까지 "난 시간은 있지만 나도 가야겠어!" 하며 아이들 뒤를 따라 '쌩'하고 가버렸다. 나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맥이 탁 풀려 울상이 되어서, 영우랑 힘없이 미끄럼틀 타기만 반복하였다. 얼마가 지났을까? 갑자기 김훈이가 다시 놀이터 입구에 뽀르르 나타났다. 나는 반갑..
2008.06.21 -
벚꽃입니다!
2008.04.07 월요일 간밤에 나는 악몽을 꾸었다. 그리고는 아침에 깨어나서 "휴~ 살아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야!"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오늘따라 엄마의 잔소리도 왠지 정답게 들렸다. "상우야, 입에 묻은 밥풀 뗘야지! 아구, 그건 영우 신발이잖아! 눈은 어따 둬?" 하고 외치는 엄마에게, 나는 다른 때보다 더 능글맞은 웃음을 보이며 "아이~ 해도 쨍한데 좀 봐줘요!" 하며 여유를 부렸다. 아파트 복도를 지날 때, 창가에 비치는 햇살이 이제부터 벌어질 뭔가를 알리듯, 눈부시게 파고들어 왔다. 공원 트랙을 따라 학교 머리가 보이는 언덕에 올라서니, 진짜 뭔가 벌어졌다. 지난 주말 못 본 사이 거짓말처럼 도롯가에 벚꽃이 일제히 만발했기 때문이다. 연분홍 구름처럼 복실복실 탐스러운 벚꽃 나무들이 기..
2008.04.08 -
나의 첫 인라인 스케이트
2008.03.22 토요일 어제저녁, 난생처음으로 인라인 스케이트를 갖게 되었다. 나는 내일이 생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들떠서 밤새 잠을 설쳤다. 꿈속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다가, 하늘로 날아올라 쌩쌩 달리다 몸에 불이 붙어버리기까지 했다. 아침 일찍 안전 보호 장치를 팔꿈치, 손바닥, 무릎에 단단히 매고, 아빠의 손을 잡고 공원으로 나갔다. 처음에는 공원 트랙 평평한 곳에서 왔다 갔다 하며 균형을 잡았다. 아빠가 앞에 서서 두 손을 내밀어 잡아 끌어주셨다. 발 모양을 일직선으로 하고 서 있으면, 다리가 바깥쪽으로 점점 벌어졌고, 발 모양을 오므리면, 다리가 안쪽으로 모이면서 엉켰다. 그래서 쉬지 않고 발끝을 오므렸다 벌렸다 하는 연습을 했다. 나를 끌어주는 아빠 발보다 내 인라인 스케이트가 더 빨리 미..
2008.03.23 -
바다와 갈매기
2008.03.08 토요일 우리 가족은 새우젓을 사려고 소래포구에 갔다가 오이도에 들렀다. 오이도 전망대에 올라갈 때는 다리가 후둘후둘거렸다. 간신히 꼭대기에 올라가 전망대로 통하는 문을 열자마자, 엄청나게 거센 바람이 카앙하고 밀려와 머리가 벗겨지는 줄 알았다. 나는 두 팔로 몸을 부둥켜안고 으들들 떨며 앞으로 나아갔다. 전망대 난간에 서서 상가 쪽을 보았을 땐 그저 그랬다. 그런데 반대편으로 돌아가니, 바다가 내려다보였다. 바다는 새파랗고 드넓고 오후의 햇살을 받아 반짝거렸고, 내 마음처럼 출렁거렸다. 바다 건너 저편에는 신기루처럼 우리가 사는 도시가 보였고, 그 가운데에는 사파이어처럼 푸른 바다가 넘실넘실하였다. 순간 나는 저 바닷물로 뛰어들어 녹아버려서 내가 바다가 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이..
2008.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