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갈매기

2008. 3. 10. 08:09일기

<바다와 갈매기>
2008.03.08 토요일

우리 가족은 새우젓을 사려고 소래포구에 갔다가 오이도에 들렀다. 오이도 전망대에 올라갈 때는 다리가 후둘후둘거렸다. 간신히 꼭대기에 올라가 전망대로 통하는 문을 열자마자, 엄청나게 거센 바람이 카앙하고 밀려와 머리가 벗겨지는 줄 알았다.

나는 두 팔로 몸을 부둥켜안고 으들들 떨며 앞으로 나아갔다. 전망대 난간에 서서 상가 쪽을 보았을 땐 그저 그랬다. 그런데 반대편으로 돌아가니, 바다가 내려다보였다.

바다는 새파랗고 드넓고 오후의 햇살을 받아 반짝거렸고, 내 마음처럼 출렁거렸다. 바다 건너 저편에는 신기루처럼 우리가 사는 도시가 보였고, 그 가운데에는 사파이어처럼 푸른 바다가 넘실넘실하였다.

순간 나는 저 바닷물로 뛰어들어 녹아버려서 내가 바다가 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이상하게 바다를 보면서 꼭 내가 사람이 아니라, 돌고래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바다 앞에서 나는 그동안 맺힌 것이 팍 뚫리듯이 시원했다.

다시 아래로 내려와 1층 매점에서 새우깡을 사서 부두로 달려갔다. 부두 맨 끝 난간에서는 사람들이 달라붙어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을 던져주고 있었다. 우리도 그 속에 끼어들어 새우깡을 던졌다.

나는 특히 갈매기가 날아드는 타이밍을 맞추어, 갈매기가 공중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입을 벌리고 정지해 있을 때, 입 안에 쏙 넣어주었다. 어떤 갈매기는 얌체같이 옆에서 날아와 슉슉 새우깡을 채어갔다. 머리가 좋은 갈매기들은, 사람들이 새우깡을 잘 못 맞추는 걸 알고, 힘들여 날지 않고 부두 아래서 앉아 쉬며 떨어지는 새우깡을 쉽게 받아먹었다.

나는 갈매기들이 두 날개를 활짝 펴고 푸른 바다를 차고 올라, 더 먼 하늘로 날아오르기를 바라며 새우깡 던지기를 그만두고, 온 부둣가를 두 팔 벌려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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