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2008. 3. 5. 13:19일기

<아침>
2008.03.04 화요일

4학년의 첫 아침이다. 나는 아주 당연한 일처럼, 다른 때보다도 훨씬 일찍 일어나, 아직 자고 있는 엄마를 깨워 밥 달라고 졸랐다. 엄마가 졸린 눈을 비비며 아침밥을 준비하시는 동안, 나는 졸음기를 이기지 못하고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잤다 깼다를 반복하였다.

집을 나선 시간은 7시 30분, 날은 흐리고 우중충했다. 게다가 공원 입구는 시커먼 구름과 안개가 깔려있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거대한 용이 엎드려 있는 것처럼 으스스한 느낌이 났다.

어제는 입었던 겨울 잠바가 무겁게 느껴질 정도로 땀을 많이 흘렸다. 그래서 오늘 얇은 잠바로 갈아입고 나왔더니, 이번엔 뼈가 으들들거릴 정도로 춥기만 했다. 나는 이게 학교 가는 길이 맞나? 의심이 들었다. 왜냐하면, 공원 길엔 학교 가는 아이가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공원 여기저기서 안개를 뚫고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멘. 학생들이 우르르 나타나서 입김을 호호 불며 떼를 지어 몰려가는 것이었다. 그들은 중학생, 고등학생인 형, 누나들이었다. 그들은 나를 보고 재미있다는 듯, 가방을 툭 치고 지나가며 깔깔 웃기도 하였다. 나는 더 키가 커 보이게 하려고 움츠렸던 어깨를 쫙 펴고 걸었다.

약수를 뜨러 빈 생수통을 끌고 가던 어떤 아저씨가 "어이구, 학교 가는구나. 착하기두 허지." 하며 웃어주셨다. 학교 앞에 도착할 무렵, 아직 아이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해가 보이지 않는 하늘에서, 갑자기 희끗희끗한 눈발이 줄줄이 사탕처럼 쏟아져 내렸다. 나는 학교 건물 3층에 있는 4학년 4반 교실을 올려다보며 '흠~ 오늘 내가 첫 발자국을 찍겠군!" 하고 후문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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