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선거

2008. 3. 8. 10:34일기

<회장 선거>
2008.03.06 목요일

나는 오늘 있었던 회장 선거에서 떨어졌다. 떨어질 땐 마음이 아팠지만, 예상했던 일이라 지금은 덤덤하다.

사실 내가 관심이 있었던 것은 회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과연 나에게 몇 명이나 투표 해줄까였다. 나는 아이들이 나를 믿고 따를 수 있으며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가를 투표수로 가늠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길은 내게 너무 멀었다.

반 친구들에게 추천받은 6명의 후보가 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는데, 처음에 나는 그 안에도 끼지 못하였다. 후보 중에서 남자 3명, 여자 2명이 채워졌을 때, 남은 여자 후보 1명을 남기고 내가 예은이를 추천 해주었다.

이렇게 해서 6명이 다 차자, 선생님께서 이 중에 혹시 기권할 후보 없느냐고 물어보셨다. 그러자 남자 후보 1명이 손을 들고 기권하겠다고 하였고, 예은이가 "권상우가 책을 많이 읽고 똑똑하니 우리 반을 잘 이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며 다시 나를 추천해주었다.

이게 웬일이야? 하며 얼떨떨한 기분으로 교탁 앞에 나가서 첫 번째로 연설을 하게 되었다. "전 아직 미숙하지만 여러분과 함께 열심히 공부하면서 4학년 최고의 반을 만들겠습니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내가 연설하는 동안, 아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굳어 있었고, 무척 따분하다는 표정을 짓기도 하였다.

나는 땀이 바짝 나면서 '차라리 여기 나오지 말 걸!' 하는 생각마저 들었지만, 주사위는 던져졌고 순식간에 투표는 진행되었다. 개표가 시작되고 내 이름이 1표씩 나올 때마다, 날개 달린 황금 공을 잡은 것처럼 짜릿했고, 기분이 좋아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으려고 손으로 입을 막았다.

결과는 4표, 후보 중에 제일 투표수가 적었고, 그중에 1표는 내가 찍은 것이었다. 내 이름이 불릴 때의 행복감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초라한 심정만 남았다. 나는 예전보다 아이들과 관계가 좋아진 듯해서 희망을 품어보았던 것인데, 아직 더 친해지려면 시간이 걸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3명이라도 날 찍어준 게 어딘가? 0표였다면 더 끔찍하지 않았을까? 그래, 미련은 없어 하며 청소를 마치고 복도를 걸어나갈 때, 담임 선생님께서 다가와 내 마음을 아신 듯, "상우야, 이번에는 떨어졌지만, 더 잘해서 2학기 때 다시 도전해보자!"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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