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모스와 호랑이 놀이

2008. 3. 21. 22:47일기

<맘모스와 호랑이 놀이>
2008.03.19 수요일

2교시 쉬는 시간, 나는 우석이를 만나러 옆반 4학년 3반 교실에 들러보았다. 거기서 우석이와 잠시 놀고 나가려는데,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던 우빈이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나를 덮쳤다. 우빈이는 양팔로 자기 어깨를 감싼 자세로 계속해서 내 어깨를 밀어붙였다.

나는 어어 밀리다가 맞서서 같이 밀어붙였다. 우리는 팔짱을 낀 상태에서 코뿔소처럼 씩씩거리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 밀고 밀리다가, 우석이까지 합세하여 밀기 놀이에 열을 올렸다.

갑자기 복도를 지나가던 고학년 형아들이 우리를 보더니, 나와 우빈이에게는 "뚱뗑이!" 하고 외쳤고, 우석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뼈다귀!" 하고 외쳤다. 그 말을 들은 우석이는 화를 내며 "나 뼈다귀 아니야~! 얘들도 뚱뗑이 아니구!" 하고 받아쳤다.

우빈이는 충격을 받았는지, 시무룩해져서 가만히 서 있었다. 나는 씩씩거리는 우석이를 달래며 "얘들아, 다시 해보자. 우빈이 넌 맘모스 해, 난 검치 호랑이 할게!" 하였다. 그러자 우빈이가 다시 팔짱을 끼고 팔꿈치를 곤두세워 "이얏, 이건 맘모스 상아다!" 하며 달려들었다.

나도 "이건 검치 호랑이의 송곳니다!" 하며 맞섰다. 우빈이와 내가 어깨를 맞대고, 맘모스와 호랑이처럼 으르렁거리고 있을 때, 우석이가 우리 둘 머리를 한꺼번에 감싸 안으며 "나는 니들 잡는 사냥꾼이다!" 하고 올라탔다. 그리고는 셋 다 우르르 무너져내리며 복도 바닥에 주저앉았다.

우리는 복도 끝에서 끝까지 우쌰 우쌰 밀고 밀리며 수업 종이 칠 때까지 떨어질 줄 몰랐다. 특히 팔꿈치를 서로 맞대고 비비거나, 함께 부둥켜안고 무너져내릴 때는, 복도도 내려앉을 만큼 큰소리로 와카카카~ 웃었다. 비록 수업 종이 우릴 갈라놓았지만, 수업이 시작된지 한참 뒤에도 우빈이랑 우석이 땀 냄새가 코끝에서 맴도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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