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쌘돌이 청설모

2008. 3. 25. 07:21일기

<날쌘돌이 청설모>
2008.03.24 월요일

피아노 학원 가는 길에, 공원 입구에 늘어서 있는 나무 위로 무언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보았다. 그게 뭔가 가까이 가서 보려고, 나무 앞으로 바짝 다가가서 눈을 크게 뜨고 올려다보았다.

나뭇가지 사이로 검은 비닐봉지가 매달려 마구 흔들거리는 모습인 줄 알았는데, 가만 보니 털복숭이다! 그 털복숭이는 움직이던 것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는데, 눈동자가 검다 못하여 푸른색으로 똘망똘망 빛났다. 순간 내 눈도 똘망똘망해지며 아기처럼 입이 샤아~  벌어졌다.

지나가던 동네 형아가 "청설모다! 잡자~!" 하고 외쳐서, 나도 "어~ 안돼!" 하고 외치며 형아 뒤를 따랐다. 그러자 청설모는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날쌔게 다른 나뭇가지로 뛰어넘어갔다. 우리가 청설모를 쫓아다니자, 지나가던 아이들과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까지 무리를 이루어, 함께 청설모를 쫓았다.

청설모는 그런 우리에게 나 잡아봐라 하듯, 이나무에서 저나무로 바람돌이처럼 날듯이 옮겨다니다, 약수터 앞에 있는 소나무 위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서 까치 두 마리가 전투기처럼 날아와 청설모를 향해 꼿꼿이 부리를 앞세우고 덤벼들었다.

그때부터 까치들과 청설모의 일대 추격전이 펼쳐졌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두 손을 휘둘러 까치들을 몰아내 보고 싶었지만, 어림도 없었다. 그들의 추격전은 너무 높은 나뭇가지 위에서 벌어졌기에 나와 아이들은 발만 동동 구르며 올려다보았다.

까치들은 부엉이가 쥐를 잡듯이 청설모를 따라붙었고, 청설모는 정신없이 후다닥 약수터 지붕 천막 위에까지 내려와 도망을 쳤다. 초록색 천막 아래에서 보니, 청설모 발 모양이 작은 오리 발톱처럼 찍히며 천막을 지나갔다. 나는 외쳤다. "와! 무슨 시뮬레이션 같애!"

청설모는 약수터 천막 위에서 뛰어내려 공원 관리소 사무실 옆에 있는 울창한 숲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까치들도 더 쫓지 못하고 되돌아갔다. 아이들도 뿔뿔이 흩어져 돌아갔다. 나와 동네 형아만 남아 "우리 공원에 청설모가 나타났다는 건, 분명히 좋은 징조일 거야! "하며 들떠서 이야기했고, 형아는 며칠 전에 보았던 하늘다람쥐랑 비슷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상우 - <위험해, 청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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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우 - <예쁜 청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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