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인라인 스케이트

2008. 3. 23. 17:11일기

<나의 첫 인라인 스케이트>
2008.03.22 토요일

어제저녁, 난생처음으로 인라인 스케이트를 갖게 되었다. 나는 내일이 생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들떠서 밤새 잠을 설쳤다. 꿈속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다가, 하늘로 날아올라 쌩쌩 달리다 몸에 불이 붙어버리기까지 했다.

아침 일찍 안전 보호 장치를 팔꿈치, 손바닥, 무릎에 단단히 매고, 아빠의 손을 잡고 공원으로 나갔다. 처음에는 공원 트랙 평평한 곳에서 왔다 갔다 하며 균형을 잡았다. 아빠가 앞에 서서 두 손을 내밀어 잡아 끌어주셨다.

발 모양을 일직선으로 하고 서 있으면, 다리가 바깥쪽으로 점점 벌어졌고, 발 모양을 오므리면, 다리가 안쪽으로 모이면서 엉켰다. 그래서 쉬지 않고 발끝을 오므렸다 벌렸다 하는 연습을 했다. 나를 끌어주는 아빠 발보다 내 인라인 스케이트가 더 빨리 미끄러져 아빠 발에 자꾸 부딪혔다.

어느새 내 머리와 등줄기에서는, 땀이 폭포처럼 펄펄 흘러내렸고, 허벅지가 찢어지는 것처럼 아파졌다. 잠깐 풀숲 바위에 앉아 쉬면서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빠는 "우리 상우가 막 넘어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 타네!" 하셨지만,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서 나는 조금 풀이 죽어 있었다.

그때, 키가 내 어깨에도 못 미치는 조그만 아이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내 앞을 쌩하고 바람처럼 달려갔다. 그 뒤를 이어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하연이가, 유령처럼 스르르 미끄러지며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지나갔다.

나는 더 참을 수가 없어 벌떡 일어나 다시 연습을 시작하려는데, 스케이트 뒷바퀴가 바위 밑 하수구 틈새에 끼어, 낑낑대다 간신히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힘을 내어 내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백조처럼 날듯이 시원하게 앞으로 뻗어나가는 모습만을 상상하며, 한 걸음씩 뚱깃뚱깃 내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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