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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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시험
2008.12.06 토요일 첫째 시간, 우리 반은 어제 보았던 기말고사 시험지를 나누어 받았다. 이번 시험은 중간고사보다 난이도가 쉬운 편이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지만, 나는 이번이 4학년 최악의 시험이 되지 않을까 초조했었다. 기말고사를 보기 전까지 나는 내 실력을 끝없이 의심하면서 마음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나누어주는 시험 대비 학습지를 풀 때마다, 번번이 점수가 엉망이었고, 점수가 척척 잘 나오는 친구들을 보면 신기하고 부러워서 한숨이 푹~ 나왔다. 특히 이번에는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수학이 나를 괴롭혔다. 그중에 라는 단원이 머리에 뿔이 날 정도로 힘들었다. 항상 소수점 몇째 자리까지 정확하게 계산하는 법에 재미를 붙였었는데, 갑자기 모든 수를 대충 어림해서 계산하라니, 도무지 적응할 ..
2008.12.07 -
암에 걸린 할머니
2008.10.05 일요일 며칠 전부터 나는 우울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엄마가 대구에 입원해 누워 계신 할머니를 만나러 가셨기 때문이다. 나도 따라가고 싶었지만, 아직 남은 감기 기운이 할머니께 좋지 않을까 봐 참고 다음번에 찾아뵙기로 하였다. 할머니가 암이라는 소식을 듣고 나는 쇠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멍했다. 그리고 '분명 이건 꿈속에서 들은 소식일 거야. 이 꿈이 깨면 나는 침대에 누워 있을 거고, 학교에 가야 할 거야, 그러면서 나는 휴~ 내가 악몽을 꾸었구나! 하고 안심할 거야!'하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꿈이 아니었다. 나는 3년 전 외할아버지께서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도 가슴이 무너지듯 놀랐다. 다행히 외할아버지는 고비를 넘기셨고, 꾸준히 치료를 받아 지금은 많이 ..
2008.10.07 -
물을 찾아서
2008.09.08 월요일 3교시, 우리 반은 운동회 때 단체로 할 우산 무용을 연습하려고, 준비해 온 우산을 들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그리고 다른 반들과 모여 넓게 줄을 서서 우산 무용 연습을 시작했다. 그런데 따갑던 햇볕이 점점 커지더니,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운동장에 엄청난 태양빛이 쏟아져 내렸다. 연습하던 아이들은 화살을 맞은 듯, 갈수록 찡그린 표정을 지었고, 내 목은 사막에 발을 담그듯, 천 갈래 만 갈래로 타들어갔다. 무릎을 숙일 때마다 허벅지에 있는 열기가 느껴졌고, 심지어 우리들의 살이 익는 냄새까지 나는 것 같았다. 지도 선생님께서 눈치를 채셨는지, 다른 때보다 일찍 연습을 마쳐주셨고, 아이들은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정수기가 있는 급식실로 뛰어갔다. 급식실 가는 길은 물을 마..
2008.09.09 -
어느 돌고래의 생일 잔치
2008.08.07 목요일 오후 1시, 뚜룰루룰루룰 인터폰 소리가 울렸다. 나는 허둥지둥 인터폰 버튼을 눌렀다. 곧이어 문이 열리고 치타가 들어오더니 한쪽 손으로는 벽을 짚고, 다른 한쪽 손은 축 늘어뜨린 채 숨을 헐떡거리며, 고개를 조금 숙이고 "돌고래야, 생일 축하해~" 하고 간신히 말했다. 치타는 시간 약속을 지키려고 아침 일찍 학원에 가서 오늘 해야 할 과제를 한꺼번에 몰아서 빨리 풀고 오느라 무지 힘들었다고 하며 계속 숨을 몰아 내쉬었다. 숨을 돌린 치타는 마루에 앉아 "이거 되게 좋은 거야~ 하면 할수록 머리가 좋아져!" 하며 나무 퍼즐 선물을 꺼내 보였다. 나는 피라미드처럼 멋진 나무 퍼즐을 보며 우와~! 하고 입이 벌어졌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다른 친구들이 오지 않아 나는 점점 초조해지..
2008.08.13 -
파란 하늘
2008.07.09 수요일 요즘 들어 나는 파란 하늘이 그리웠다. 매일 같이 날씨는 죽을 만치 더운데, 두껍고 무거운 구름이 뿌옇게 하늘을 꽉 막고 있어서, 학교 오고 가는 길이 괴로웠고 가슴까지 타들어가듯 답답했다. 오늘 아침 교실 앞, 복도 창문에서 바깥을 내다보았을 때, 깃털 구름 사이로 가슴이 확 풀리듯 파란 하늘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나는 오랫동안 창문에 기대어, 볼수록 시원한 하늘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내 마음도 새가 되어 하늘을 가르며 마음껏 날다가, 깃털 구름에 매달려 더 먼 하늘까지 날아갔다 돌아왔다. 그리고 다른 때보다 훨씬 상쾌해진 마음으로 1교시 말하기.듣기.쓰기 수업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런 시를 배웠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2008.07.10 -
고향
2008.04.30 수요일 우리 가족은 저녁때 전에 살던 동네 할인점에 들렀다. 물건을 사고 나서 돌아오는 길옆에,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살던 아파트와 공원이 보였다. 갑자기 나도 모르게 울컥하면서 폭포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손을 뻗으면 가 닿을 것 같은 집인데, 이제 다시는 갈 수가 없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내가 눈물과 콧물이 범벅 되어 숨을 헐떡거리자, 엄마, 아빠는 깜짝 놀라서 공원 한옆에 차를 세우셨다. 나는 차에서 내려 내가 살던 집 5층을 하염없이 올려다보았다. 5층에 있는 우리 옛집 창문에서 보석처럼 불빛이 흘러나왔다. 내가 3살 때 처음 이사 와 8년 동안 살았던 집, 고향이나 다름없었다. 비록 작고 낡고 담벼락 여기저기 구정물 같은 때가 번져 있지만, 그 집은 어둠 속에서 하얀..
2008.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