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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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감기
2008.03.26 수요일 3교시 수업을 앞두고 화장실에 갔다 오는데, 갑자기 머리가 쑤시고 속이 울렁거리면서 아침에 먹었던 주먹밥 냄새가 속에서부터 올라왔다. 나는 속으로 '이제 소화가 되나 보네!'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교실 앞 복도에서 순간적으로 몸이 앞으로 수그려지면서, 입에서 하얀색 액체가 액! 하고 쏟아져 나왔다. 그러더니 그것은 복도 바닥에 떨어져 눈사태처럼 쌓였다. 나는 놀라 '어마, 이게 무슨 일이야?' 하며 뒤로 물러났는데, 지나가던 아이들이 똥 싼 괴물을 본 것 마냥 "아아아악~!" 하고 비명을 질렀고, 어떤 아이는 코를 막고 "아이, 더러워!" 하며 나를 피해 갔다. 나는 진땀이 나면서 목이 찔리듯 따끔따끔 아파졌지만, 더 괴로웠던 것은 아이들이 나를 못 견디게 더러운 눈으로 바라..
2008.03.28 -
흔들다리 위에서
2008.03.16 일요일 새로 이사 갈 집을 알아보고 돌아오던 중, 너무 배가 고파서 길가에 보이는 식당에 내려 밥을 먹었다. 나는 국밥을 뚝딱 먹어치우고 먼저 밖으로 나와 서성거렸는데, 식당 뒷마당에 특이한 것이 있었다. 뒷마당 끝은 바로 절벽이고, 그 밑으로 운동장만 한 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철판을 붙여 만든 기다란 흔들다리가 그네처럼 걸려있었고, 그 다리를 건너면 또 다른 식당 마당이 이어지는 것이었다. 어린 아이들이 신났다고 그 다리 위를 쿵쿵 뛰어다니며 왔다갔다 놀았다. 그러나 뛸 때마다 다리가 끼이익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면서 마구 출렁거렸다. 나는 조심조심 발을 내밀어 다리 중간까지 걸어갔는데, 갑자기 나보다 쪼그만 아이들이 내 옆에서 일부러 팡팡 뛰었다. 그러자 다리가 끊..
2008.03.17 -
인라인 스케이트 코치는 어려워!
2008.02.20 수요일 피아노 학원 마치고 영우와 함께 우석이네로 갔다. 우석이 남매가 며칠 전에 산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공원에서 연습한다는 것이다. 아직 인라인 스케이트가 익숙하지 않은 우석이와 서진이는 서로 손을 잡고 절뚝거리며 나타났다. 서진이는 넘어질까 봐 한쪽 손에 죽도를 짚고 있었다. 영우와 나는 우석이 옆에서 걸으며 우석이가 비틀비틀 넘어지려 할 때마다 팔을 잡아주며 공원 트랙까지 함께 걸어갔다. 그런데 공원 트랙까지 가는 동안 우석이가 자꾸 험한 길을 고집하여 애를 먹었다. 우석이는 벌써 인라인 스케이트 선수가 된 듯한 기분인지, 하늘로 목을 쭉 빼고 신이 나서 "와우~!" 하고 소리를 질렀지만, 옆에서 잡아주는 나는 우석이가 넘어질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하여 따라다녔다. 공원 트랙 ..
2008.02.21 -
비밀 일기
2008.01.14 월요일 이 책은 12살 때부터 16살 될 때까지 아드리안 모올 이라는 소년이 쓴 일기 모음집이다. 그리고 전편과 속편으로 나누어져 있다. 내가 이 낡은 책을 책장 한 귀퉁이에서 발견했을 때, 우리 집에 이런 책도 있었나? 하고 의아해했다. 엄마가 이 책은 큰 삼촌이 어렸을 때 좋아했던 책이라고 하셨다. 라는 제목이 흥미로웠고, 이 책에는 그림이 전혀 나와 있지 않아서 주인공과 등장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전부 새롭게 상상하며 읽었다. 주로 인물들의 이름이나 특징을 살펴서, 내가 전에 읽었던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얼굴을 집어넣어 보았다. 예를 들면 주인공 아드리안 모올은, 의 주인공 소년, 푸셀을 갖다 붙이고, 아드리안 모올의 여자 친구 판도라는 에 나오는 베키 대처를 상상했다. 아드..
2008.01.15 -
대조영 마지막회를 보고나서
2007.12.23 일요일 텔레비전 드라마 마지막회를 꼭 보고 싶었던 이유는, 발해를 세운 대조영의 후계자 자리를 누가 이어받을까 궁금해서다. 유력한 후보는 검이와 단이! 검이는 대조영이 초린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고, 단이는 고구려의 마지막 왕인 보장왕의 조카딸과 결혼하여 낳은 아들이다. 여기서 내가 관심이 있는 인물은 검이었다. 검이는 어릴 때부터 대조영이 자기 아버진 줄 모르고 자랐다. 엄마인 초린은 거란족장의 딸이었는데, 고구려 장수인 대조영과 사랑을 나누다 검이를 임신했지만, 불같이 화가 난 아버지 앞에서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말하지 않고 죽임을 당할 뻔 하다가, 거란족 장수 이해고의 도움으로 살아났고, 검이를 낳아 키우게 되었다. 당연히 검이는 이해고를 자기 아버지로 알고 컸으며, 이해고..
2007.12.24 -
2007.05.29 선생님
2007.05.29 화요일 나는 하루 종일 많은 생각을 하였다. 내일이면 서미순 선생님과 마지막으로 공부하게 된다. 지난 주에 선생님께서 이번 주 수요일이 마지막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 때 난 믿고 싶지 않아서 모르는 척 했었다. 그런데 왜 이리 뭉클한 걸까? 그냥 울고만 싶어진다. 우리 선생님은 엄숙해 보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린 티가 나셨다. 그것은 학기 초에 우리에게 땅콩을 나누어 주신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딱딱한 땅콩의 껍질을 벗겨 가듯이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알아 가라는 말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 선생님은 운동회 때 우리가 너무 줄을 잘 안 서서 힘들어하셨다. 어느 날, 선생님 목이 많이 쉬어서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은 목이 안 쉰 날보다 쉰 날이 더 많으셨던 것 ..
2007.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