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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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눈물
2010.05.24 월요일 지금은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 엊그제 저녁부터 내리던 비가, 아직도 하늘을 깜깜하게 덮어버리고 있다. 꼭 1년 전 돌아가신 그분을 애도하듯이 말이다. 어린 손녀 딸과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에 반항이라도 하듯, 개구쟁이 옆집 할아버지처럼 푸근하게 웃어주고, 나이 어린 학생에게도 진심으로 고개 숙여 인사하셨던 그분! 그분을 잃고 나서야 후회하며, 온 국민이 오늘 내리는 비처럼 펑펑 울었던 날이 바로 1년 전이다. 그날, 세상에 지진이 난 것처럼 충격적인 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던 그날! 내가 처음으로 아빠의 눈물을 보았던 날이었다. 아! 사실 나는 그분이 대통령이었을 땐, 너무 꼬맹이였다. 그래서 그냥 인상 좋은 대통령 아저씨로만 생각했었다. 내가..
2010.05.26 -
설날 할머니 집
2010.02.14 일요일 "상우야? 상우야? 깨야지?" 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홍알홍알 잠결에 들려왔다. 나는 놀라서 눈을 번쩍 떴다. 내 눈앞에는 엄마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 얼굴로 딱 붙어 계셨다. 엄마는 "어! 진짜로 일어났네!" 하시고서 나한테서 떨어져 이번에는 영우 옆으로 가셨다. 그런데 일어날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정말로 푹 오랜만에 개운하게 잔 것을 나는 알았다. 나는 보통 축농증이라는 병이 있어 밤잠을 설치거나, 자고 일어나도 몸이 무겁고 어지럽거나 부스스한데, 할머니 집에 와서 자니 온몸이 개운한 게 너무 기분이 좋았다. "우와! 정말 개운하다!" 절로 감탄사가 입에서 나왔다. 나는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이불 위에 짠! 하고 섰다. 방에 놓여 있는 책상 앞 닫힌 창문으로, 아름다운 빛..
2010.02.16 -
인생은 아름다워
2010.01.06 수요일 오랜만에 비디오를 빌려보았다. 라는 이탈리아 영화였다. 나는 영화 초반에는 주인공 귀도 아저씨가 하는 말이 너무 웃겨서 웃고, 귀도 아저씨의 기발한 재치와 딱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이 웃겨서, 몸을 앞뒤로 흔들며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다. 그러나 갈수록 웃으면서도 가슴 속에 바람이 불고 딱딱한 응어리가 지면서, 나중엔 펑 터져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솟구쳐 흘렀다. 가족이란 것이, 인생이란 것이 이렇게 소중한 것이구나! 이 영화를 보면서 내 마음은 가족을 지키려는 귀도 아저씨의 입장이 되어 비장해졌다. "이건 꿈일 거야. 아침이 되면 네 엄마가 따뜻한 우유와 쿠키를 가져다주겠지. 우선 먹고 오래오래 사랑을 나눌 거야! 그녀와 함께할 수만 있다면..." 이것은 이 영화의 주인공 귀도 ..
2010.01.08 -
끝장나게 추운 날
2009. 12.15 화요일 계단 청소를 마치고 교실을 나섰는데, 이미 아이들은 집에 가고 복도엔 아무도 없었다. 복도 창틈마다 차가운 바람이 위이잉 하고 새어나올 뿐! 바람은 복도를 물길 삼아 돌다가, 가스가 새듯이 흘러들어 복도 안을 불안하게 워~ 돌아다녔고, 나는 이 바람이 몸을 스르륵 통과하는 유령처럼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신을 때, 내 몸은 눈사태 같은 추위에 파묻혀버렸다. 나는 추위에 쪼그라든 몸을 최대한 빨리 일으켜 얼음처럼 딱딱한 신발을 후닥닥 갈아신었다. 정문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내려갈 때 내 몸은, 바람에 밀리는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바람을 가르는 운석처럼 타타타타~ 굴러 떨어졌다. 그러자 정문은 괴물처럼 입을 쩍 벌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더 큰 바람을 쿠후우..
2009.12.16 -
신종플루 백신을 맞아요!
2009.11.25 수요일 오늘은 우리 학교 전체가 신종플루 백신 주사를 맞는 날이다. 보건소에서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이 나오셔서, 강당에서 직접 백신을 놔주셨다. 강당 안은 톡 쏘는 알코올 소독약 냄새가 솔솔 흘렀다. 강당 안 제일 오른쪽은 주사 맞기 전에 상담하는 줄, 중간은 주사 맞는 줄, 왼쪽은 주사 맞고 나서 변화가 있나 20분 동안 관찰하는 줄이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먼저 예진표를 보고 "축농증 있다고 하던데 괜찮니?"하고 물으셨다. 나는 대답을 하려는데, 갑자기 기침이 켈륵켈륵 나왔다. "음~ 기침은 좀 하고 다른 증상은 없어?", "네, 토도 가끔 나와요." 그러자 "백신 맞는 데는 이상 없겠구나, 그럼 가서 백신 맞으렴! 다음!" 하셨다. 나는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된 사실에 안심..
2009.11.28 -
매운맛은 싫어!
2009.11.05 목요일 이른 저녁 아빠와 상가 병원에 갔다가, 상가 2층 식당에서 뼈 해장국을 먹었다. 그런데 밥을 다 먹었을 때쯤 갑자기 잔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잔기침을 없애는 데는,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이 도움된다고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났다. 그래서 나는 눈앞에 보이는 반찬 그릇에 담긴 파란 고추 중에, 내 셋째 손가락만 한 크기의 제일 작은 고추를 하나 집어들었다. 이제 된장에 푹 찍어서 한입 뿌드득~ 베어 물었는데, 그 순간은 푸릇푸릇한 고추가 맛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씹으면 씹을수록 뭔가 맛이 쓰고 이상했다. 난 속으로 '애걔걔, 내가 벌써 12살인데 겨우 이런 고추 하나를 못먹나?' 하며 더욱더 꽈직꽈직~ 씹어먹었다. 쓴맛이 점점 매운맛으로 변하더니, 그냥 매운 게 아니라 혀가 잘리는..
2009.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