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이 남기는 것 - 학교 폭력 추방에 관한 글짓기

2008. 9. 23. 23:07일기

<폭력이 남기는 것>
2008.09.23 화요일

나는 이 세상에 있는 폭력이란 놈을 종이처럼 접을 수만 있다면, 꽉꽉 접어 몇 번 땅 땅 땅! 발로 밟은 다음,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폭력은 물리적인 폭력이든 정신적인 폭력이든 상처를 남기기에 몹시 나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학교에 다니면서 직접 때리거나 맞아본 적은 없지만, 왕따를 당한 경험은 있다. 그것은 전학 오기 전, 2학년 때 일이었다. 그 당시 반 아이들은 몸이 아픈 담임 선생님 눈을 피해, 특정한 한 아이를 정해서 소외시키고 놀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게 바로 왕따라는 건데, 한 번 걸리면 늪처럼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제발 내가 안 걸리기를 바랄 뿐... 그런데 하필 내가 걸린 것이다! 거미줄에 걸린 운 나쁜 먹이처럼 아무 잘못도 없는데, 욕을 하지 않고, 남보다 튀는 행동을 한다는 이유로 걸려버린 것이다.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까지 놀림의 구실이 되었으며, 웃기만 해도 나를 벌레 보듯 했고, 머리가 돈 아이 취급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다시는 헤어나올 수 없는 죽음의 늪에 빠진 것처럼 막막하고 끔찍한 느낌이 든다.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1마리의 덩치 큰 코끼리가 30마리의 굶주린 사자에게 쫓기는 것처럼, 괴롭고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이것을 태풍이라 여기며 어서 지나가길 바랐는데, 쉽게 끝이 나질 않았다. 학년이 바뀌자 태풍은 지나갔고, 나에게는 태풍이 할퀴고 간 상처가 여기저기 남았다. 그러나 나는 태풍에 쓸려 날아가거나 무너지지는 않았다. 나는 돌아보았다. 왕따를 당하는 동안 나에게는 나를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고, 그 덕분에 스스로 소중한 존재라는 믿음을 저버린 적이 없었다.

나를 포함해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은 순하고 욕을 하지 않는 편이다. 반대로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은 거칠고 욕을 잘한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는 자신감을 잃고 상처를 받지만,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은 스스로 소중한 존재라고 믿는지, 밖에서 더 큰 폭력에 시달리는 건 아닌지 의심이 간다.

학교에서 이런 폭력을 멀어지게 하려면 반 친구들이 자꾸 뭉쳤으면 좋겠다. 우리는 서로에게 아픔을 주려고 만난 관계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약점이 있다. 살아남으려고 남의 약점을 밟고 올라서려는 심보가 왕따라는 폭력을 만들어낸 건 아닐까? 그건 누가 가르친 거지? 친구들이 약점을 감싸주고 마음을 합쳐도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 4학년 송화 반에는 다행히 그런 폭력적인 친구가 한 명도 없다. 나에게는 천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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