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에서

2008. 9. 25. 08:35일기

<김포공항에서>
2008.09.20 토요일

오후 6시, 우리 가족은 김포공항 출구에서 큰삼촌 가족을 기다렸다. 큰삼촌과 외숙모, 그리고 조카 진우는 제주도에서 5시 비행기를 탄다고 했다. 큰삼촌 가족은 제주도에 사셔서 자주 뵙지를 못한다. 하나밖에 없는 외사촌 동생 진우는 올해 5살인데, 돌잔치 때 보고 나서 4년 만에 만나는 거라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했다.

나는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이 걸어나오는 문 앞 기둥에 기대어서, 뒷짐을 지고 몸을 앞뒤로 흔들며 기다렸다. 영우는 사람들이 나오는 자동문 안으로 뛰어들어 갔다가 경비 아저씨에게 불려 나왔다. 나도 가까이 가서 유리문에 코를 대었다가 역시 아저씨에게 뒤로 물러나란 소리를 들었다.

도착 예정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삼촌 가족의 모습이 보이질 않자, 엄마는 비가 와서 비행기가 늦게 출발한 모양이라고 하셨다. 순간 나는 옛날 제주도에서 진우 돌을 마치고 비행기를 타려는데, 폭풍이 몰아쳐서 아침에 탈 비행기를 기다리다 밤에 탔던 일이 기억이 나서 초조해졌다.

기다리다 심심해진 영우와 나는 가져온 우산으로, 대기실 기둥을 방패 삼아 총싸움 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두두다다 빠바바밤~ 총소리까지 흉내 내며 신나게 총싸움을 하다가, 갑자기 "상우야! 삼촌이다!" 하는 엄마의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어디? 어디? 하며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문 안쪽에서 걸어나오는 삼촌 가족을 보았다.

모자를 눌러 쓰고 공항 카트에 짐을 싣고 밀며 나오는 삼촌의 얼굴에선 광채가 났고, 마치 먼 옛날 중국에서 공부하고 온 유목민 폴로 같은 느낌이 났다. 나풀나풀 자유롭고 편안해 보이는 옷차림을 한 외숙모는 세계여행 중인 사람처럼 보였다.

그리고 진우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엄마는 진우가 많이 컸다고 하셨지만, 나는 진우가 변하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야 생각했다. 진우는 여전히 귀여웠기 때문이다. 빙글빙글 웃으며, 외숙모의 손을 잡고 콩콩 가벼운 걸음으로 가까이 오는 진우가, 알프스 산에서 우유 짜는 어린애처럼 맑게 보였다.

나는 삼촌과 외숙모에게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팔은 배 위에 모으고서 기역자가 되도록 꾸벅 인사를 하였다. 진우는 나를 똘망똘망하게 누구예요? 하는 듯이 올려보다가, 곧 형아~하며 내 손을 착 잡았다. 영우랑 함께 진우 손을 잡고, 우리가 주차해놓은 곳으로 가서 차를 타고 우리는 외할머니 댁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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