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란국

2008. 9. 16. 13:23일기

<토란국>
2008.09.14 일요일

우리는 차가 밀려 점심 시간을 훨씬 넘겨 외가댁에 도착했다. 나는 외가댁에 도착하기 전부터 토란국이 먹고 싶어 입에 침이 고였다. 엄마가 할머니께서 토란국을 끓여놓고, 기다리신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토란국을 먹어본 적이 없었기에 어떤 맛일까 궁금해졌다. 이름이 탱탱한 공 같은 느낌이 나는 걸 보니, 혹시 살구처럼 아삭아삭한 열매 맛이 날까?

외가댁 식탁에 앉아 할머니께서 부랴부랴 내주신 토란국을 보고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고기와 무, 다시마 국물에 잠겨 있는 뿌연 토란은 물에 펄펄 끓여서 퍼진 마늘처럼 보였다. 머뭇거리는 나에게 엄마가 "이게 토란이야, 먹어 봐!" 하셨다.

나는 젓가락 두 개로 토란을 쿡 찌르고, 크레인으로 바위를 들어 올리듯이, 국물 속에서 토란을 들어 올려 입 앞까지 가져왔다. 나는 아삭아삭한 건 좋아하지만 물컹물컹해서 풀어지는 건 싫어했는데, 지금 토란의 모양새가 그렇게 생겨서 침을 꿀꺽 삼키고 토란을 한입에 넣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토란에서 부드럽고, 깊고 담백한 맛이 느껴졌다. 나는 이빨보다는 입천장과 혓바닥으로 토란을 씹으며, 그 깊은맛을 느꼈다. 매끄럽고 좀 껄죽하고 양파와 감자를 뒤섞은 좀 묘한 맛이 나고, 씹을수록 부드러워 더 먹고 싶어지는 토란! 그래서 나는 한 개도 남기지 않고 토란과 국물을 싹 비웠다.

저녁에도 우리는 토란국을 먹었다. 집앞에 공원에서 한바탕 뛰어놀고 온 뒤라, 또 배가 고파져서 잡곡밥과 토란국을 후루룩 뚝딱 먹어 치웠다. 한꺼번에 가족들이 몰려들어 저녁 식사를 하느라 식탁이 좁았다. 막내 삼촌도 토란국을 직접 떠서 식탁에 같이 앉았는데, 국그릇에 토란이 넘칠 정도로 꽉 차게 떠오셨다. 나는 밥을 빨리 먹었지만 뭔가 아쉬워서 삼촌 그릇에 꽉 찬 토란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다음 주엔 큰삼촌 가족도 오실 거라고 해서 우리는 주말을 기약하며, 할머니께서 싸주신 무공해 오이랑 보리과자랑 모기장을 들고 나오는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이상하게 할머니 집에만 오면 뭔가를 넘치게 받아서 터질 것 같다!' 생각하는데 대문 위에 보름달이 빵빵하게 떠서 웃고 있었다. 그것도 할머니가 끓여주신 토란국같이 따뜻한 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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