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gwooDiary.com(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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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2 혹독한 여름
2007.08.02 목요일 올여름은 잔인하다. 어떻게 비가 이토록 매일 매일 쉬지도 않고 내릴 수 있단 말인가? 햇빛을 보는 날보다 시커먼 구름 덩어리와 무겁게 쏟아지는 비에 갇혀 사는 꼴이 되어버렸다. 오늘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점점 거세져서 우리 집 창문 밖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영우랑 나는 베란다 창이 보이는 마루에 모여 앉아 상을 펴고 비 오는 모습을 글로 써 보기 놀이를 하였다. 그러나 천둥 소리가 팡팡 터지고 번개가 하늘로 승천하는 용처럼 우르릉 치고 마침내 하늘이 뚫려 버린 것처럼 비가 쏟아지자, 영우와 나는 겁에 질려 글을 쓰다 말고 서로 놀란 얼굴로 바라보기만 했다. 우리 아파트가 폭풍우에 휩쓸려 떠내려 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다시 천둥이 치고 빗물이 온 세상을 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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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8 하조대 해수욕장
2007.07.28 토요일 나는 처음에는 해파리가 나타났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피서객이 생겼다는 방송을 듣고, 무서워서 하조대 해수욕장 바다에 뛰어들지 못하고 근처 모래밭에서만 뒹굴었다. 동해안의 모래는 몸에 스며들 것처럼 하얗고 부드러워서, 모래 찜질만 하루 종일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게다가 바다는 또 어떤가! 눈에 담을 수도 없을만큼 넓고,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거대한 다이아몬드처럼 푸르렀다. 그것은 눈이 터지도록 아름다운 우리 나라 동해 바다였다. 나는 처음에 해파리를 겁냈으나 그 아름다운 푸른 물에 빠져들 듯 끌려 들어갔다. 물이 얼마나 맑은지 속이 훤하게 들여다 보였다. 그리고 갑자기 발이 푹 빠지도록 깊었다. 나는 튜브에 둥둥 매달려 돌고래가 된 기분으로 바닷물의 찰랑거림과 부드러움을 느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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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7 텐트
2007.07.27 금요일 드디어 우리는 동해안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고속 도로는 막히지 않았지만, 시커먼 야산을 따라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을 며칠처럼 달려왔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밤 11시가 지나서 바다고 뭐고 자는 것이 급하였다. 그리고 어렵게 어렵게 속초 해수욕장에 있는 오토 캠프장을 찾아 텐트를 쳤다. 이미 사람들이 좋은 자리는 다 차지해버려서 빙글빙글 돌다가 구석진 곳 네 그루의 앙상한 소나무 아래 자리를 잡았다. 텐트를 치고 누우니 우리 집같이 안정되고 편안했다. 비록 텐트 지붕에 가려 별을 볼 순 없었지만, 왠지 하늘엔 별이 가득 총총총 떠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자꾸만 바람이 심하게 불어 텐트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것은 보통 바람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겨냥해서 기습 공격을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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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6 체르니 100에 들어 가다
2007.07.26 목요일 오늘은 왠지 피아노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기분이 좋았다. 왜냐하면 오늘 바이엘에서 체르니 100과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피아노 학원에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마음 속으로는 너무나 기뻤다. 너무 기뻐서 집으로 가는 길에 날아가 버릴 뻔하였다. 그 동안 내가 체르니 100에 들어가기 위해 얼마나 연습을 해 왔던가! 비록 바이엘을 74번까지만 치고 체르니 100에 들어갔지만, 나는 바이엘을 친 그 기간이 100년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 바이엘이라는 작은 산을 넘었지만 앞으로 펼쳐질 다른 거대한 음악의 산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뛴다. 언젠가는 그 모든 산들을 뛰어 넘어 피아노의 정상에 도달할 것이다. 나는 체르니 100에, 우리 학원에서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들어간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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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4 취직하려고 메뉴판을 외우는 기분
2007.07.24 화요일 오늘은 여름 방학 첫 날, 학교 영어 캠프에서 특이한 걸 배웠다. 바로 맥도날드 메뉴였다. 치즈 버거, 프렌치 파이, 빅 맥, 치킨 너겟, 밀크 쉐이크, 햄버거, 선데이 아이스크림, 애플 파이 등이었다. 우리는 그걸 가지고 게임을 하였다. 무슨 게임이었냐면, 사이먼 선생님이 조마다 카드를 나누어 주시면, 그 카드를 섞어 뒤집어 놓고 한 조에 있는 사람들이 한 명, 차례대로 카드를 한 장 뽑아서 거기 '해브 송 햄버거.' 라고 써 있으면 카드 한 장을 뽑아서, 그게 햄버거 그림이 그려져 있으면 1점을 얻고, 다음 사람 차례로 넘어가지만 그 그림이 아니면, 그냥 아무 점수 받지 않고 다른 사람 차례로 넘어 간다. 그 게임을 할 때, 왠지 내가 맥도날드에 취직하려고 메뉴판을 외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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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3 방학식
2007.07.23 월요일 오늘은 1학기의 마지막 날, 그러니까 방학식이다. 아이들은 방학 때 무얼 할 거라고 모여서 수다를 떨기도 하였다. 또 "만세!" 하고 소리치는 아이도 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이번 1학기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1학기 초반에는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서미순 임시 선생님에게 혼나고 지적도 자주 받고, 심지어 반성하라는 뜻에서 맨 앞 자리에 앉기도 하고 반성문까지 썼지만, 서미순 선생님이 가시고 박영은 선생님이 오셨을 때 태세가 바뀌었다. 지각을 해서 청소는 좀 하였지만 거의 지적이나 경고는 받지 않았다. 나는 노력했다. 서미순 선생님 계셨을 때, 잘못한 것들을 고치려고. 그리고 다시는 어리석은 후회는 하지 않도록 노력하려고 하는데 방학이 와 버렸다. 방학식 방송이 시작..
2007.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