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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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8 늙음
2006.01.08 일요일 우리 가족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외할머니와 삼촌을 모시고 외할머니의 고향 청주로 갔다. 청주 시골 집에서 외할머니의 어머니를 만났다. 그런데 그분은 나이가 92세였고, 많이 아팠고, 사람을 구별하지 못하였다. 나는 깜짝 놀랐다. 증조 외할머니의 피부가 너무 조글조글하고 습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무서웠다. 엄마 아빠도 언젠가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 하지만 지금은 아빠 엄마 얼굴이 팽팽한 걸 보니 안심이 되었다. 나는 증조 외할머니가 불쌍해서 마음이 아팠다. 사람은 한번 태어나 죽는다는데 나는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할머니, 많이 아프세요?" 하고 소리쳐 물었더니 할머니는 멍하게 허공만 바라보았다.
2006.01.08 -
2006.01.07 사우나
2006.01.07 토요일 영우랑 처음으로 남자 사우나에 들어갔다. 우리는 온몸을 깨끗하게 씻고 온탕에 들어 갔다. 나는 두 다리부터 가슴까지 풍덩 집어 넣었다. 영우는 물이 아주 아주 뜨거울까봐 손가락으로 물을 만져본 다음 볼에다 문지르면서 천천히 들어갔었다. 아빠는 우리까지 샤워 시키느라 제일 늦게 온탕에 들어갔다. 목욕탕 한가운데는 물이 분출되고 있었다. 아빠는 나에게 거길 건너 보라고 하셨다. 영우는 자신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는 두려웠다. 분명히 볼록 튀어나온 부분이 물을 뿜고 있을 것이 분명할 것이니 말이다. 나는 용기를 내어 산처럼 물이 솟아나는 쪽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거긴 이상하게도 따뜻하고 바닥은 부드러웠다. 내가 마치 부글 부글 끓고 있는 스프 속에 들어간 개미 같았다.
2006.01.07 -
2006.01.06 새장
2005.01.06 금요일 엄마가 아주 예쁜 가짜 새가 들어 있는 하트 새장을 사오셨다. 나는 엄마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내방 벽걸이에 걸어 놓았다. 나는 새를 자세히 관찰해 보았다. 그 새는 온몸이 누릿 누릿했고 꼬리는 파랑색이고 아주 작고 귀여운 새였다. "안녕, 내가 네 주인 이란다." 하고 말을 걸자 그 새는 금방이라도 '삐오 삐오' 울 것 같았다.
2006.01.06 -
2006.01.05 사법고시
2006.01.05 목요일 오늘은 아침부터 엄마와 아빠가 시끌벅적 이야기를 나누셨다. 나는 엄마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엄마는 막내 삼촌이 사법고시에서 예상치도 못한 아주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는 것이다. 나는 아주아주 기뻤다. 왜냐하면 막내 삼촌이 잘하면 판검사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의사 큰삼촌에 판검사 작은 삼촌이라 정말 잘 어울리는 형제다! 비록 할머닌 가난했지만 아들들이 그렇게 훌륭한 일을 해냈으니 어깨가 우쭐하시겠다. 나는 작은 외삼촌이 앞으로의 인생을 잘 꾸려나갈 거라고 믿고 있다. 나도 내인생을 잘 꾸려나가야지. 나는 삼촌들이 자랑스럽다.
2006.01.05 -
2005.12.11 이탈리아 피짜
2005.12.11 일요일 우리 가족은 외식을 하러 이탈리아 피자집으로 갔다. 나는 자리에 앉아 식당안을 둘러 보았다. 식당 중간에는 커다란 나무가 있었고 나무엔 크리스마스 장식이 주렁 주렁 매달려 있었다. 벽에는 지팡이가 박혀 있었고 국기가 걸려 있고 그 너머엔 피자 굽는 화덕이 보였다. 마치 겨울 철새 한마리가 크리스마스를 찾아서 창문으로 들어올 것 같은 따뜻한 분위기 였다. 드디어 기다리던 피자가 나왔다. 이탈리아 피자라서 그런지 보통 피자완 모든 것이 달랐다. 맛도 부드럽고 바삭 바삭하고 쫄깃했다. 나는 쉴새없이 흠냠냠냠 들고 먹었다. 영우는 불만이 있다는듯 먹는둥 마는둥 했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니 뜨거워서 빨리 못먹고 형아가 너무 빨리 먹어서 불안해서라고 그랬다. 그래서 나는 영우를 안심 시..
2005.12.11 -
2005.12.08 길이 재기
2005.12.08 목요일 5교시에 선생님이 칠판에 있던 자석을 우리 반 아이들에게 떼어서 나누어 주셨다. 우린 모두 운동장으로 모였다. 선생님께서 먼저 자석을 멀리 던지라고 하였다. 나는 힘껏 던졌는데 예상만큼 멀리 못 던지고 바로 가까이에 떨어졌다. 선생님은 자기 자석이 있는 곳으로 가서 걸음으로 몇 걸음 인지 생각하면서 돌아 오라고 하셧다. 나는 8걸음이라고 예상했는데 줄을 넘고 스텐드 앞까지 걸어오는 바람에 30걸음이 더 넘었다. 친구들이 "야, 가면 안돼!" 하고 소리쳤다. 이번에는 줄넘기를 쫘악 펼쳐서 재어 보았다. 예상은 6줄이라고 생각했는데 5줄 이었다. 나는 이 공부가 세상의 길이를 재는 것 같아서 하는 동안 기분이 좋았다. 우리 나라를 재는것 같아서 마음이 끌렸다.
200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