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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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5 교실 꾸미기
2006.03.15 수요일 우리 반은 3교시 때 교실 꾸미기를 하였다. 색종이에 네모를 반으로 가른 모양을 규칙적으로 딱딱 붙여 가지고 그것을 다시 교실 벽에 붙였다. 반 친구들이 색종이를 네모난 색종이판에 붙일 때 주황색, 연두색이 또롱 또롱 반짝거렸다. 멀리서 보니 교실 벽은 풍성한 꽃밭 같았다. 선생님도"2-2반 오늘 똑똑하게 잘 했어요."하셨다. 우리 반 교실 벽을 보는 사람은 기분이 좋아지겠다.
2006.03.15 -
2006.03.10 진짜 시작
2006.03.10 금요일 오늘은 새로 바뀐 짝과 처음 공부하는 날이었다. 내앞에 한, 두칸 앞에 있는 친구들과 모두 여섯 명이서 한 조가 되었다. 그러고 나서 공부가 한 단계 더 업 한 것처럼 조금 더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에는 잘 적응되지 않았지만 차츰 차츰 적응이 되었다. 이제 진짜 2학년의 시작인 것 같았다. 왜냐하면 내 마음에 2학년의 진짜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2006.03.10 -
2006.02.10 내 취향
2006.02.10 금요일 우리는 저녁에 파주에 사는 상욱이 아저씨네 놀러 갔다. 엄마는 선물로 작고 예쁜 화분을 사 가셨다. 그 집엔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형아가 둘이나 있었는데 둘 다 컴퓨터 광이었다. 나는 그 형아들과 진지하게 이야기 나눌 마음에 기대했으나 그냥 물끄러미 서서 컴퓨터 하는 것만 지켜 봐야 했다. 그러다가 나는 지겨워져서 마루로 나와 여기저기 둘러 보았다. 그 중에서 책장 앞에 있는 그물 침대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나는 책을 하나 꺼내 들고 그물 침대에 누워서 읽었다. '역시 이게 나하고 딱 맞아!' 하고 침대를 건들 건들 흔들었다.
2006.02.10 -
2006.02.04 눈밭
2006. 2. 4 토요일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우리 집 앞이 눈으로 뒤덮인 눈밭이었다. 우리 집 옆 성당 지붕도 눈으로 덮여 있었다. 나는 거기로 뛰어 내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멀리 뛰어도 교회 지붕 위엔 못 올라 갈 것이다. 그리고 만약 올라 가더라도 다시 내려오는 건 불가능 할 것이다. 주차장이 차들도 엉성하고 삐뚤게 주차되어 있었고, 공원은 나니아 연대기에 나오는 얼음 세상처럼 되어 있었다. 그런데 눈이 이보다 많이 와서 시골에 비닐하우스가 무너져 내린 것처럼 됐었다면 아름답지 않았을 것이다. 이세상에 모든 건 적당해야 보기 좋은 것 같다.
2006.02.04 -
2006.01.14 멋진 공연
2006.01.14 토요일 나는 극장 2층 중간 쯤에 앉아 빈 소년 합창단의 노래 소리를 들었다. 어둠 속에서 울려 퍼지는 그 소리는 슬프게 들렸다. 나는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들었다. 앞 자리에 앉은 어떤 할머니는 망원경을 쓰고 음악 감상을 하셨다. 빈 소년 합창단의 목소리는 마치 부드러운 구름이 나를 돌돌 감아 하늘로 데려 가는 것처럼 꿈결 같았다. 내가 만약 외국어를 잘 하게 된다면 빈 소년 합창단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사람의 마음을 찡 하게도 하고 편안하게 하는 음악이 신기해서 좀 더 자세하게 공부하고 알아보고 싶어서다. 빈 소년 합창단이 '꽥꽥꽥' 동물 노래를 불렀을 땐 사람들은 웃고 난리났고 나도 두 손을 높이 들고 박수를 쳤다.
2006.01.14 -
2006.01.12 광어
2006.01.12 목요일 우리는 소래포구에 있는 회 가게에서 회를 한마리 떴다. 회 가게 아줌마는 물고기 자르는 전용 칼을 들더니 광어를 도마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칼을 더 높이 들고 정확하게 아가미 부분을 겨냥해 내리쳤다.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나는 칼을 맞은 충격에 얼굴만이 펄떡이는 모습이 끔찍하고 불쌍했다. 하지만 광어는 워낙 멍청해서 자기 자신이 잘린 걸 모르는 것 같았다. 그 다음 아줌마는 몸통의 양살을 잽싸게 발라내었다. 영우와 나는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 보았다. 나는 불쌍한 마음과 충격적이면서 신기한 마음이 엇갈렸다. 내가 이 다음에 커서 바다 낚시를 하게 된다면 왠지 광어는 잡고 싶지 않을 것 같다.
2006.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