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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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5 한밤중의 생일 파티
2006.03.25 토요일 밤 11시가 다 되어 규리 누나와 승민이 형아와 수현이 이모가, 내 동생 영우의 생일을 축하해 주려고 들이닥쳤다. 우리는 한밤중에 식탁 위에 촛불을 켜고 생일 케잌을 차리고 밤이라서 시끄러울까봐 사알살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쳤다. 오늘따라 케잌의 크림이 더욱 시원하고 예뻐 보였다. 영우는 자다 깬 얼굴로 얼떨떨해 했지만 기분은 좋아 보였다. 나는 왠지 우리들의 파티가 달 밝은 밤에 모인 부엉이들의 파티같았다.
2006.03.25 -
2006.03.24 푸른곰의 굵기
2006.03.24 금요일 나는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공원 한가운데 서있는 푸른곰을 만져 보고 싶었다. 푸른곰이 뭐냐면 1학년때부터 내가 이름을 지어준 나무이다. 그 나무는 공원에서 제일 키가 크고 가장 푸르고 가장 듬직해서 내가 푸른곰이라고 이름 붙이고 학교 가는 길에 만날 때마다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오늘 푸른곰의 몸을 손으로 만져 보았더니 너무 단단해서 도끼로 찍어도 도끼날이 상할만큼 단단했다. 나도 어른이 되면 푸른곰처럼 듬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
2006.03.24 -
2006.03.23 사라진 아이들
2006.03.23 목요일 나는 목감기가 심하게 들어서 3교시에 학교에 왔다. 그런데 교실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운동장으로 선생님과 아이들을 찾아 나섰다. 나는 운동장 전체가 잘 보이는 스탠드 맨가운데 서 보았다. 하지만 얼굴이 하얗고 보들 보들하고 키가 큰 우리 선생님과 아이들은 아무데에도 없었고 다른 반만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다시 교실로 올라 갔는데 복도에서 우리반 승호를 만났다. 모두 컴퓨터실에 있었다고 한다. 나는 안심했다.
2006.03.23 -
2006.03.22 나타났다 사라졌다
2006.03.22 수요일 오늘은 처음으로 과학 특강 수업이 있었다. 선생님께서 파란색 물감과 선생님이 주신 액체를 섞어 보라고 하셨다. 나는 액체가 든 비이커에 물감을 다섯 방울 떨어 뜨렸다. 파란색이 될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액체는 노란색 이었다가 원래대로 하얗게 돌아왔다. 선생님께서는 모른척 하시며 "어, 여러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하고 시치미를 떼셨다. 그 액체는 색을 사라지게 하는 액체였다. 나는 파란 물감이 너무 진했는데도 색이 없어진 것을 보고 놀랐다. 도대체 그 액체는 무엇으로 만든걸까? 그 액체를 구해서 내 옷에 묻은 때와 색깔을 마음대로 지워보고 싶다. 나는 오늘 수업이 뿌듯했고 다음 실험이 벌써부터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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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8 푸른 나무들
2006.03.18 토요일 1교시 때 선생님께서 "창문을 보세요.우리 학교 앞에 있는 나무들이 조금씩 조금씩 파릇 파릇 잎이 파릇 파릇 돋아나고 있어요. 이제 초봄이라서 다 푸르게 변한건 아니지만 조금씩 조금씩 푸르게 변해가고 있답니다." 라고 말씀 하셨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점점 창가 쪽으로 몰려 들었다. 아이들이 북적 북적 거리며 "와! 저것 좀 봐 진짜 푸르네!" 하고 소리쳤다. 나는 속으로 "아하! 나도 저렇게 푸른 나무가 되겠는 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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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6 봄비
2006.03.16 목요일 학교 수업을 마치고 후문을 나오면서 나는 우산을 폈다. 그때 갑자기 '고오 오오'하고 심한 바람이 불었다. 갑자기 안경이 뿌해 지더니 우산이 뒤로 날아가 버렸다. 나는 감각으로 왼손이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안경을 벗고 "안돼" 하면서 우산을 뒤쫓아 갔다. 그 바람에 내 머리카락이 흠뻑 젖어서 기분이 축축한 샐러드 같았다.
2006.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