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73)
-
아침
2008.03.04 화요일 4학년의 첫 아침이다. 나는 아주 당연한 일처럼, 다른 때보다도 훨씬 일찍 일어나, 아직 자고 있는 엄마를 깨워 밥 달라고 졸랐다. 엄마가 졸린 눈을 비비며 아침밥을 준비하시는 동안, 나는 졸음기를 이기지 못하고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잤다 깼다를 반복하였다. 집을 나선 시간은 7시 30분, 날은 흐리고 우중충했다. 게다가 공원 입구는 시커먼 구름과 안개가 깔려있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거대한 용이 엎드려 있는 것처럼 으스스한 느낌이 났다. 어제는 입었던 겨울 잠바가 무겁게 느껴질 정도로 땀을 많이 흘렸다. 그래서 오늘 얇은 잠바로 갈아입고 나왔더니, 이번엔 뼈가 으들들거릴 정도로 춥기만 했다. 나는 이게 학교 가는 길이 맞나? 의심이 들었다. 왜냐하면, 공원 길엔 학교 ..
2008.03.05 -
인라인 스케이트 코치는 어려워!
2008.02.20 수요일 피아노 학원 마치고 영우와 함께 우석이네로 갔다. 우석이 남매가 며칠 전에 산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공원에서 연습한다는 것이다. 아직 인라인 스케이트가 익숙하지 않은 우석이와 서진이는 서로 손을 잡고 절뚝거리며 나타났다. 서진이는 넘어질까 봐 한쪽 손에 죽도를 짚고 있었다. 영우와 나는 우석이 옆에서 걸으며 우석이가 비틀비틀 넘어지려 할 때마다 팔을 잡아주며 공원 트랙까지 함께 걸어갔다. 그런데 공원 트랙까지 가는 동안 우석이가 자꾸 험한 길을 고집하여 애를 먹었다. 우석이는 벌써 인라인 스케이트 선수가 된 듯한 기분인지, 하늘로 목을 쭉 빼고 신이 나서 "와우~!" 하고 소리를 질렀지만, 옆에서 잡아주는 나는 우석이가 넘어질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하여 따라다녔다. 공원 트랙 ..
2008.02.21 -
귀신 소동
2008.01.05 토요일 어제부터 나는 지독한 감기를 앓고 있다. 그것은 잔물결처럼 시작해서 폭풍우처럼 거세졌다. 처음엔 잦은 기침이 헥켁켁 계속되다가, 시간이 갈수록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열이 나는 것이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코감기에 목이 심하게 부었다고 하시며 약을 처방해주셨다. 집에 와 약을 먹고 누웠는데도, 점점 열이 심해지면서 머리도 심하게 아파져 갔다. 열이 얼마나 끓어 올랐는지 가만히 있어도 온몸이 불에 덴 것처럼 화끈거렸고, 내가 만져서 손이 닿은 곳마다 불도장을 찍은 것처럼 뜨거워졌다. 나는 일어나 앉기도 힘들만큼 괴로웠지만, 이를 악물고 방안을 기어다니며 차가운 마룻바닥이나 소파 위에 몸을 문질러서 열을 식히려고 애썼다. 귀까지 먹먹하게 아파지자, 나는 덫에 걸린 호..
2008.01.05 -
2007.10.24 기다림
2007.10.24 수요일 학교에서 기침을 너무 심하게 해서 급식도 먹지 않은 채, 조퇴를 했다. 날씨는 화창했고 돌아오는 길은 견딜만했으나 문제는 집에 다 와서부터였다. 벨을 누르고 "상우예요, 상우예요!" 하며 몇 번씩 문을 땅땅 두드렸지만 돌아오는 건, 내가 누른 벨 소리가 집 안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뿐이었다. 나는 아무도 없음을 알고 어떻게 할 줄 몰라 한 동안 서있었다. 아무래도 오래 걸릴 것 같아서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층간 계단으로 가서 털썩 주저앉았다. 엘리베이터 소리가 '띵' 하고 날 때마다 엄마가 아닐까 하고 살펴 보았지만, 대부분 우리 집이 있는 5층에서 서지 않고 다른 층에서 멈추었다. 나는 기다리다 못해 1층으로 내려가서 돌덩이처럼 무거운 가방과 잠바를 벗어..
2007.10.25 -
2007.10.12 반지의 제왕
2007.10.12 금요일 중간 고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직도 나는 기침을 쿨럭쿨럭거리며 휘어진 갈대처럼 고개를 숙이고 힘 없이 걸어왔다. 그 동안 떨어질 줄 모르는 감기와 시험 공부에 한없이 지친 나는 이제 노인이 된 기분으로 우리 집 벨을 눌렀다. 엄마가 "네 책상에 무엇이 있나 보렴!" 하셨을 때도 나는 시험이 끝났다고 책을 사 준 것은 아닐까 생각하였다. 그러나 책상 위에 놓인 것은 쪽지 한 장과 작은 검정색 복 주머니처럼 생긴 것이었다. '상우님, 블로그 대마왕이 되신 것을 축하 드립니다! 대마왕이 되신 기념으로 반지를 드리겠습니다!' 라는 글을 읽기가 무섭게 나는 반지를 꺼내 보았다. 왕관 모양의 은빛 반지였는데 내가 원했던 금색은 아니었지만, 손가락에 끼고 높이 처들었더니 반지가..
2007.10.12 -
2007.06.13 고통
2007.06.13 수요일 잠에서 깨어나니 머리가 얼얼하고 온 몸이 쑤셔대고 어지러웠다. 아직 새벽 5시였다. 나는 집 안을 기어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엄마, 엄마 부르며 끙끙 앓았다. 내 머리는 불을 붙이려고 마구 비벼댄 나무가지처럼 뜨거웠다. 엄마는 눈을 뜨지 못한 채, "으음, 으음." 하면서 손만 휘저었다. 그러고 보니 엄마가 밤새 물수건으로 내 머리를 찜질해 주던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나는 다시 내 침대로 돌아와 앓아 누웠다. 누워 있으니 내 몸의 열 때문에 침대가 뜨거워지면서 내 몸도 녹는 것 같았다. 하품을 했더니 목 안이 못으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이러다가 내가 죽는 건 아닐까 두려워졌다. 그러나 생각했다. '아니야, 지금 내 몸 속에서는 신체 방어 세포와 신체 파괴 균이 한바탕 전..
2007.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