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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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5 거리의 예술가
2007.04.05 목요일 학교에서 집으로 오고 가는 길은 이상하게도 나에게 작지만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해준다. 나는 그것들이 즐겁다. 오늘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초록색 공원 트랙 길을 따라 내려오던 중, 맨발 마당 맞은 편 풀숲 속에서 아름다운 관악기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소리가 너무 부드럽고 편안해서 나도 모르게 그 음을 따라 부르며 풀숲 너머를 바라보았다. 거기 벚꽃 나무 아래 벤취는 어릴 때 엄마와 내가 앉아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었던 곳인데, 그 벤취에 어떤 아저씨 둘이서 클라리넷을 불고 있었다. 아저씨들이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무언가에 집중해서 연주를 할 때, 벚꽃 나무는 마치 무대 배경처럼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바람도 잔잔하게 불고 음악 소리가 너무 포근하여 엄마 생각이 났다..
2007.04.05 -
2006.08.07 생일
2006.08.07 월요일 나는 지금으로부터 9년 전 8월7일 밤 열한시 10분에 태어났다. 우리는 그 시간에 케익을 자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너무 졸려서 노골 노골 눈이 자꾸 감겼다. 나는 케익에 얼굴을 파묻고 자버리고 싶었다. 영우는 벌써 잠이 들었다. 11시가 되니까 엄마는 생일 축하 음악을 틀어 주셨다. 그것은 너무 신나고 멋진 기타 곡이었다. 아빠 엄마는 기타 곡에 맞추어 박수를 치며 기뻐하셨다. 그리고 "우리 밤호랑이 생일 축하해." 하고 외치셨다. 늦은 밤이지만 하늘에 둥근 달도 내가 태어난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2006.08.07 -
2006.08.05 홍합 따기
2006.08.05 토요일 우리는 어제 밤에 '꿈에그린' 펜션에 도착해서 오늘 연포 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하였다. 해수욕을 마치자 갑자기 승민이 형아가 홍합 따러 가자고 했다. 우리는 샌달을 바닷물에 씻어 다시 신고 갯바위로 항했다. 회색 갯바위에는 홍합과 따개비들이 다닥 다닥 박혀 있었다. 그리고 물 웅덩이에는 가재와 말미잘도 살고 있었다. 승민이 형아가 무시하는 말투로 말했다. "갯바위에 붙어 있는 크고 입이 다물어져 있는 홍합을 따봐!" 나는 홍합을 찾으면서 여러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맨 손으로 홍합을 따려면 어느 정도 체력을 갖추어야 하고 갯바위나 껍질에 찔려 상처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승민이 형아 말대로 크고 입이 다물어져 있는 것을 찾아 보았다. 하지만 좀처럼 없었다. 그런데 한참 찾다..
2006.08.05 -
2006.07.31 조개 잡이
2006.07.31 월요일 뜨거운 한낮이었다. 나는 바다에서 파도 타기를 하던 우리 가족이 바다 바로 앞에 있는 갯벌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궁금하여 가 보았다. 내가 "엄마 뭐해요?" 하고 물어 보았더니 "조개를 잡아." 하고 대답하셨다. 나도 땅을 파 보았다. 정말로 파기만 하면 조개가 나왔다. 정말 조개가 많이 나와서 아빠가 조개 담는 바구니를 가지러 갔다. 그 사이 희안한 광경을 보았다. 잡았던 조개들을 땅 위에 내려 놓으니 일자로 뒤집어져서 갯벌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이러다가 조개를 다 놓치겠어!" 하고 영우와 난리를 부렸다. 나는 옷을 뒤집어 보자기처럼 만들어서 다시 조개들을 빼내 옷 속에 담았다. 아빠가 통을 가져와서 한가득 잡고 꽉 찬 마음으로 샤워장에 갔다.
2006.07.31 -
2006.07.30 바다
2006.07.30 일요일 우리는 바닷가 갯벌 앞에서 준비 운동을 하였다. 팔을 허리 옆까지 대고 굽히기도 해보고 손을 무릎에 대고 굽혀 보기도 하였다. 우리는 바다 얕은 데서 깊은 곳으로 옮겨 갔다. 나는 개구리 헤엄을 쳤다. 나는 학교에서 방학을 하는 이유를 이제 좀 알 것 같다. 껍데기를 벗으라고 였다. 껍데기란 공포심과 불쾌함 그리고 증오감 그런 것들이다. 그런데 바닷물이 그걸 다 씻어주는 것 같았다. 나는 학교 다닐 때 아이들이 나에게 욕을 하고 머리를 왜 때리는지에 대한 공포심이 있었다. 항상 느리다고 어딜 가나 구박을 받다 보니 누가 날 무시하는 행동을 하면 슬픔과 분노가 차올라서 그림 속으로 들어가 버린 스님처럼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파도가 나의 그런 것들을 마그마가 물건을 녹이듯..
2006.07.30 -
2006.07.27 빗소리
2006.07.27 목요일 나는 지금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를 듣고 있다. '후두두두' 떨어지는 빗소리가 내 마음을 닦아 주는 것 같다. 그동안 내 마음은 힘이 들어 너무 말라 있었다. 축구부에서는 느리다고 욕도 많이 먹고, 날씨는 변덕을 부리고, 집에서는 맨날 동생하고 싸우다 아빠, 엄마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화가 많이 쌓였다. 그런데 이 빗소리는 왠지 나의 화를 씻어 주고 시원한 기분이 들게 한다. 왜냐하면 내 눈에서는 빗줄기처럼 시원하게 눈물이 흘러 내리기 때문이다.
200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