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24 기다림

2007. 10. 25. 06:07일기

<기다림>
2007.10.24 수요일

학교에서 기침을 너무 심하게 해서 급식도 먹지 않은 채, 조퇴를 했다. 날씨는 화창했고 돌아오는 길은 견딜만했으나 문제는 집에 다 와서부터였다.

벨을 누르고 "상우예요, 상우예요!" 하며 몇 번씩 문을 땅땅 두드렸지만 돌아오는 건, 내가 누른 벨 소리가 집 안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뿐이었다. 나는 아무도 없음을 알고 어떻게 할 줄 몰라 한 동안 서있었다.

아무래도 오래 걸릴 것 같아서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층간 계단으로 가서 털썩 주저앉았다. 엘리베이터 소리가 '띵' 하고 날 때마다 엄마가 아닐까 하고 살펴 보았지만, 대부분 우리 집이 있는 5층에서 서지 않고 다른 층에서 멈추었다.

나는 기다리다 못해 1층으로 내려가서 돌덩이처럼 무거운 가방과 잠바를 벗어 땅 바닥에 내려놓고 서있었다. 아파트 마당에는 아기 엄마가 나와서 세 발 자전거를 타는 꼬마들을 보살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아기같은 마음이 되어 엄마가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에 울적해졌다.

아파트 입구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기다렸지만 엄마는 오지 않았다. 나는 화가 나서 오리 주둥이처럼 입이 쑥 나왔다. 다시 돌처럼 무거운 가방과 잠바를 들고 5층으로 올라가 계단에 앉았다. 나는 몸이 들썩이도록 '쿨름 쿨름' 기침을 하며 죽기 전에 엄마를 볼 수만 있다면 하고 생각했다.

그 때 옆 집에 사는 하연이 엄마가 지나가면서 "왜 그러고 있니?" 해서 사정을 말해드렸다. 하연이 엄마가 가고 난 뒤 조금 있다가 하연이 동생 하종이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더니 쓱 지나갔다. 나는 <플란다스의 개>를 가방에서 꺼내 읽다가 내가 네로와 파트라슈처럼 죽어가는 기분이 들 때 쯤 엄마가 헐레벌떡 나타나셨다.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급하게 나를 일으켜 세웠지만, 나는 힘이 다 빠져서 반갑다는 표시도 못하였다. 집에 와 시계를 보니 내가 학교에서 돌아온 지 2시간이 흐른 뒤였다.

기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