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27 말과 함께 달려요

2007. 10. 28. 21:30일기

<말과 함께 달려요>
2007.10.27  토요일

원당 서삼릉과 종마 목장 입구는 형제처럼 나란히 붙어있었다. 서삼릉 입구는 한산했고, 종마장 입구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넘쳐났다. 나는 여기까지 사람들에게 치이면서 힘들게 걸어왔기에 또 사람들로 북적대는 종마장 입구를 보자 징그러워져서 서삼릉으로 들어가자고 했다. 그런데 아빠 엄마는 종마장이 더 좋다며 그리로 들어가버렸다. 하지만 나는 곧 종마장이 입장료를 받지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사람들 그늘을 따라다니며 힘겹게 걸어오르다 커다란 단풍 나무가 그늘을 드리워주는 벤치에 앉아서 좀 쉬고 나니 힘이 돌아왔다. 나는 영우랑 땅 바닥에 주저앉아 떨어진 단풍 나무 가지와 돌을 줏어 놀다가 "말을 보러 가자! 저기 백마도 있어!" 하고는 앞장 서 뛰었다.

울타리를 따라 언덕으로 올라 말을 보러 가는 길은 양 옆으로 노을 빛 찬란한 나무들이 가도 가도 끝없이 길게 늘어서 있어, 마치 왕의 행렬 속에 참석한 기분이 들었다. 언덕 위에 오르니 발 아래로 드넓은 초원이 저 멀리까지 펼쳐져 있었고, 그 위로 탁 트인 사이다처럼 맑은 하늘이 시원하게 떠 있었다.

말은 달랑 세 마리였다. 검정 말 두 마리, 하얀 말 한 마리. 아빠는 그것도 어디냐며 "저 놈들을 찍어야 한다구!" 외치며 디지탈 카메라로 말을 찍으려고 마구 뛰어다니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말들이 사진 찍기를 거부하듯 자꾸 달아나는 것이었다. 아빠도 말 띠인데다가 잘 달려서 우리는 "말이 말을 찍네!"하며 깔깔 웃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하얀 말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나는 말과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겁이 났지만 피하지 않고 말의 눈을 깊이 바라보았다. 초롱초롱한 말의 눈망울 속에 새파란 하늘이 담겨있었다. 그 하얀 말은 내 마음을 알아차린 듯, 울타리 밖으로 목을 쑥 내밀어 풀 한 뭉치를 입으로 성큼 뽑아서 우적우적 씹어 삼켰다. '잘 봐, 풀은 이렇게 씹는거야!'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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