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19 보석같은 급식

2007. 10. 19. 00:00일기

<급식 시간>
2007.10.19 금요일

급식 시간이 되자 갑자기 어제 병원에서 들은 의사 선생님 말씀이 떠올랐다.

"앞으로 며칠 동안은 죽 외에 다른 음식은 가려 먹으세요."

그래서 그 사실을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그럼 죽이라도 싸온 것 있니?" 하셨다. 나는 "아니요." 하고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리고 급식을 받을 때에도 주춤주춤 나갔다가 예림이에게 사정을 말하고 다시 들어와 버렸다.

나는 급식 시간 내내 엎드리기도 하고 손바닥을 볼에 고이기도 하고 몸을 앞 뒤로 흔들거리면서 반 친구들이 급식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오늘따라 내 눈에는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 음식이 아니라 금으로 보였다.

보석처럼 노란 옥수수 알이 박힌 쌀 밥, 구수한 생선 찌개, 불 타는 빨간 루비같은 떡볶이, 진주 목걸이처럼 얼키설키 엉켜있는 숙주 나물, 푸른 에메랄드같은 네모난 김치.

그리고, 이 귀한 음식들을 먹는 친구들은 성의 잔치에 초대된 손님처럼 보였고, 나만 쫓겨나 내팽개쳐진 거지같이 느껴졌다.

내 뱃속에서는 계속 들개처럼 밥을 달라고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나는 내가 엊그제 급식 먹은 것을 폭포처럼 토했던 것을 기억하며 약을 먹고 장염이 다 나을 때까지 참으리라 참으리라 이를 악물고 배고픈 것을 참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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