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6.13 고통

2007. 6. 13. 00:00일기

<고통>
2007.06.13 수요일

잠에서 깨어나니 머리가 얼얼하고 온 몸이 쑤셔대고 어지러웠다. 아직 새벽 5시였다.

나는 집 안을 기어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엄마, 엄마 부르며 끙끙 앓았다. 내 머리는 불을 붙이려고 마구 비벼댄 나무가지처럼 뜨거웠다. 엄마는 눈을 뜨지 못한 채, "으음, 으음." 하면서 손만 휘저었다. 그러고 보니 엄마가 밤새 물수건으로 내 머리를 찜질해 주던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나는 다시 내 침대로 돌아와 앓아 누웠다.

누워 있으니 내 몸의 열 때문에 침대가 뜨거워지면서 내 몸도 녹는 것 같았다. 하품을 했더니 목 안이 못으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이러다가 내가 죽는 건 아닐까 두려워졌다.

그러나 생각했다. '아니야, 지금 내 몸 속에서는 신체 방어 세포와 신체 파괴 균이 한바탕 전투를 벌이고 있는거야!' 하고 책에서 읽은 지식을 떠올리며 아픈 것을 이겨보려 안간힘을 쓰다 잠이 들었다.

꿈 속에서도 코끼리 열 마리가 내 침대 위로 올라와서 시달렸다. 다시 잠에서 깨어났을 땐, 내 몸 전체가 이글이글 타는 숲처럼 뜨거웠고, 목은 엄청나게 큰 못으로 '땅' 박은 것처럼 아팠다.

결국 나는 "우어엉!" 울음을 터뜨렸고, 아빠의 등에 업혀 병원으로 갔다.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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