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나라

2007. 11. 7. 21:12일기

<나뭇잎 나라>
2007.11.04 일요일

날씨도 좋고 햇빛이 아까워 우리 가족은 물과 김밥과 새우깡을 싸가지고 서둘러 공순영릉으로 갔다. 공순영릉에 가니 많은 가족들이 가을을 느끼려고 우리처럼 나무 냄새도 맡고 돗자리를 펴고 앉아 햇볕을 쬐고 있었다.

공순영릉 안의 산책 길은 노랑, 주황, 갈색, 황금 빛 나뭇잎들이 카페트처럼 촤르르 깔려 있었는데, 어떤 곳은 발이 움푹 빠지도록 쌓여서 혹시 수렁이 아닐까 겁이 나기도 하였다. 겁이 없는 영우는 온 공원 안을 내 세상이다 하고 벼룩이처럼 폴짝 폴짝 뛰어다녔다. 두 팔을 양 옆으로 날개처럼 펼치고 "부엉 부엉!" 외치며 뛰어다니는 영우의 모습이 숲의 왕자처럼 자유로워 보였다.

그 모습이 부러워 아픈 내 신세가 처량하게만 느껴졌고, 피톤 치드라도 마음껏 들이마시자고 코로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길게 내뱉었다. 피톤 치드에 기분이 상쾌해진 우리 가족은 나뭇잎을 밟고, 던져서 뿌리고 놀았다. 내 발밑에서는 아주 오래 구워진 과자나 빵이 바스락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고, 두 손으로 나뭇잎을 주워 안고 다시 하늘로 뿌릴 때는 덩어리였다가 팍 풀어지는 새의 날개 깃털같았다.
 
한 마디로 나뭇잎을 던지는 것은 행복 그 자체였다. 주위의 나무들은 다정하고 듬직한 갈색 곰처럼 늘어 서 있고, 그 아래에는 바삭 바삭한 나뭇잎들이 내 발목을 잡고 장난치듯 간질여주었다. 나뭇잎을 던질 때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냥 어디선가 "쑤이익, 쑤이익." 하는 새 소리와 "꺄르륵." 숨 넘어가는 영우의 웃음 소리만 맑게 들려왔다. 눈에는 오로지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공중에 휘날리는 황금 잎들만 아른아른거렸다.

우리는 시간이 멈춰버린 나뭇잎 세상에서 나뭇잎을 던지고 또 던지고 또 던지고 영원히 끝내지 않을 것처럼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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