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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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 희망
2009.11.09 월요일 우리 반은 지난주, 말하기 듣기 쓰기 시간에 이란 시를 공부했다. 이 시의 내용은 이렇다. 아버지가 문 짜는 공장 직공인 주인공은, 사회시간에 장래 희망을 발표한다. 나도 아버지의 직업을 물려받아 문 짜는 기술자가 희망이라고. 그러자 반 아이들이 그게 무슨 희망이냐고 모두 비웃는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앞뒤 생각 없이 대통령, 국회의원, 의사, 변호사 하는 것보다 백배, 천배 나은 꿈이라며 칭찬하시고, 주인공은 그제야 어깨를 편다는 내용의 시다. 그리고 숙제로 똑같은 제목의 시를 써서 오늘 발표하기로 했다. 드디어 선생님께서 "90쪽 펴기 전에 지난번에 했던 숙제 89쪽 펴보세요! 자아~ 9번!" 하셨다. 마침 내가 딱 걸렸다. 나는 내가 공들여 쓴 장래 희망이란 시를 더듬더듬 ..
2009.11.10 -
화장실에서 읽은 시
2009.03.10 화요일 급식을 먹고 나서 나는 2층 화장실로 향했다. 우리 학교는 층마다 화장실벽에, 액자에 시를 써서 걸어놓았는데, 난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골고루 돌아다니며 시를 읽는 걸 즐겼다. 단 2층 화장실은 한 번도 안 가봐서 오늘은 특별히 들러본 것이다. 세면대 위쪽에 붉은 보리밭 그림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시가 쓰여있었다. 나는 그 액자에서 가장 가까운 소변기에서 쉬를 하며 시를 읽었다. '여울에서 놀던 새끼 붕어, 다 커서 떠나고, 여울은 그때 그 또래 꼭 똑같네! 동네 아이들이 뛰어놀던 골목길, 아이들은 다 커서 떠나지만, 그 골목길은 그 또래 그대로이다!' 이 시를 읽고 나는 순간 멍해졌다. 뭔가 많은 느낌과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마치 우리가 어릴 때는 엄마 아빠 품에 잘 놀다..
2009.03.11 -
파란 하늘
2008.07.09 수요일 요즘 들어 나는 파란 하늘이 그리웠다. 매일 같이 날씨는 죽을 만치 더운데, 두껍고 무거운 구름이 뿌옇게 하늘을 꽉 막고 있어서, 학교 오고 가는 길이 괴로웠고 가슴까지 타들어가듯 답답했다. 오늘 아침 교실 앞, 복도 창문에서 바깥을 내다보았을 때, 깃털 구름 사이로 가슴이 확 풀리듯 파란 하늘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나는 오랫동안 창문에 기대어, 볼수록 시원한 하늘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내 마음도 새가 되어 하늘을 가르며 마음껏 날다가, 깃털 구름에 매달려 더 먼 하늘까지 날아갔다 돌아왔다. 그리고 다른 때보다 훨씬 상쾌해진 마음으로 1교시 말하기.듣기.쓰기 수업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런 시를 배웠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2008.07.10 -
2007.08.27 해돋이
2007.08.27 월요일 수평선 저 끝트머리가 붉어져 오네. 갈수록 구름도 빨갛게 물드네. 바닷물도 빨갛게 출렁거리네. 바다도 고기잡이 배도 갈매기도 모두 숨죽이고 해를 기다리네. 마침내 손톱만큼 모습을 드러내더니 찬란한 황금빛을 사방으로 뿜으며 서서히 몸통을 내보이네. 이제 모든게 다 드러났네. 동그랗고 이글이글 타는 빨간 태양이. - 2007.08.15 새벽 하조대에서 해돋이를 보고 나서 -
2007.08.27 -
2007.08.27 소나무
2007.08.27 월요일 소나무 숲 아래에는 다른 세상이 있다. 수 천 그루 소나무가 마구 뛰어 노는 어린애들처럼 맘대로 뒤틀리게 서 있고 매미 붙어 맴맴거리고 청솔모, 사마귀, 개미들 나무 위로 모이고 사람과 벌레에게까지 가장 큰 파라솔이 되어 준다. 소나무 틈 사이로 하늘이 끼어 들지 못하고 부러운 듯 살짝 내려다 본다.
2007.08.27 -
2007.08.27 매미 소리
2007.08.27 월요일 쐐애애, 쐐애애 빗줄기 같은 매미 소리. 몇 주 동안을 목청껏 울어대기 위해 땅 속에서 5년을 성충이 되기만을 기다렸노라. 불처럼 뜨거운 여름 시원한 소리로 온 세상에 그늘막을 쳐라. 터질 듯한 매미 소리 울다 울다 죽어도 좋다. 쐐애애, 쐐애애. 관련 일기 2006.08.03 매미 소리
2007.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