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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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보내며
2014.12.26 금요일 크리스마스가 조용히 흘렀다. TV에서 틀어주던 '해리포터'나 해마다 우려먹는 '나홀로 집에' 같은 구닥다리 특선 영화가 아니었다면, 개교기념일인지 크리스마스인지 구분도 안 될 휴일이었다. 시험이 끝나고 오랜만에 할 일 없이 누워서 얼마 안 남은 올해와 그동안 지난 시간을 생각해 본다. 이러저러한 핑계로 블로그에 글 쓰는 걸 게을리했기에 몇 편 안되는 글이지만, 한편 한편, 쓸 때만큼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무렵부터 지금까지, 나는 타자를 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야 하는 시간이 많았고, 손에 연필을 쥐고 글을 썼던 더 어릴 적을 생각하면, 글을 쓰기 위해 몰두한 시간이 내 생활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만큼 놓..
2014.12.26 -
교회에서 상우일기를 만나다!
2014.07.15 화요일 오늘은 지난 12일, 토요일 오후 4시에 열렸던 일산은혜교회 북 콘서트 이야기를 하려 한다. 일산은혜교회는 출판사, 북인더갭 대표님의 가족이 다니는 교회였고, 지난봄 일산으로 이사 와 엄마가 은혜교회에서 열리는 '어머니 학교'에 6주간 다녔던 인연이 있는 곳이다. 그런데 나는 우리 사회 교회의 대부분을 싫어한다. 내가 갓난아기였을 때 유아 세례를 받고 세례명까지 받았던 카톨릭 신자인데도, 커오면서 내가 느꼈던 교회의 배타적 태도, 강압성, 인간은 빼놓고 물질 숭배 사상만 자리잡은 듯한 분위기에 꽉 혐오감이 잡혀서이다. 교회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예를 들면 용산참사 때 촛불을 든 그리스도인들 빼놓고 교회가 뭐 한 거 있었나? 여하튼 나는 교회에 대한 편견이 강하다. 하지만..
2014.07.15 -
책으로 태어난 상우일기
2014.06.10 화요일 내 책상엔 지금 엄청나게 스펙타큘러한 선물이 놓여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인 지금까지, 우여곡절 끝에 운영해왔던 블로그가 책으로 태어난 것이다! '틈 속에서 길어올린 고통의 책'이라는 슬로건의 독립 출판사 북인더갭에서, 안병률 대표님과 김남순 실장님! 문학가 부부이자 최고의 책 만들기 전문가인 두 분께서 따뜻한 마음을 모아, 드디어 예쁜 책으로 태어나게 해주셨다. 또 의 표지 디자인은 미국에 사는 황은정 작가님께서 그려주셨다. 얼굴을 뵌 적은 없지만, 내가 블로그에 그렸던 그림들보다 훨씬 기발하고 통통 튀어서 왠지 낯설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책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이명호 사진작가 아저씨께서 나를 모델처럼 찍어주신 사진도 쑥스럽게 웃고 있다. 작년 봄, 북인..
2014.06.07 -
다시 TEDx 강연 요청을 받다!
2013.11.17 일요일 지난 주 초, 아빠의 핸드폰으로 나를 찾는 문자 메세지를 한통 받았다. TEDx 광화문 운영팀이었다. 2010년 6학년 초겨울 무렵, 사회복지사들을 대상으로 TEDx 인권 강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강연을 부탁한다는 메세지였다. 내가 전화로 "안녕하세요? 상우입니다."하니까, 운영진 아저씨께서 "어, 상우군, 목소리가 많이 변했네요, 변성기가 훨씬 지난 것 같애요~"하시는데, 그말을 듣고 내가 오히려 놀랐다. 내 목소리가 그렇게 늙어졌나? 마침 기말고사 기간이라 선뜻 대답을 못하고 며칠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생각에 잠겼다. 사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갖고 있는 사회복지에 대한 생각은 발전한 게 없고, 오히려 멀어졌다면 멀어졌달까? 그렇게..
2013.11.17 -
비오는 밤의 낙서
2013.07.13 토요일 비가 징글맞게도 내린다. 생각은 장맛비처럼 징글징글 내려와 머릿속을 덮는다. 비가 무슨 죄냐만 블로그의 하얀 공간에 뭘 써내려갈지 모르겠는데, 비는 자꾸 추적추적 내려서 내 집중력을 방해하니 기분이 안 좋다. 내가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은 스크릴렉스(skrillex)의 뱅가랭(bangarang)으로 어지러운 일렉트로닉 음악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음악 듣는 취향은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이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들으면서 무언가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가사도 없고 어지러운 비트가 계속 귀를 강타하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생각을 빼내기에는 딱 좋은 음악같다. 소형 선풍기 바람은 정말 애매하다. 내 몸쪽으로 계속 고정시켜 놓으면 몸이 시렵고 머리가 차갑게 띵한데,..
2013.07.14 -
찢어진 바지
2011.08.20 토요일 오늘따라 왠지 교복 바지의 움직임이 자유롭고, 다리를 마음껏 벌릴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교실에서 편한 바지의 느낌을 즐기기 위해, 마이클 잭슨처럼 문워크도 흉내 내고 허벅지를 뱅뱅 돌렸다. 교복 바지는 몸에 딱 맞아서 다리의 움직임이 한정돼 있었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그렇지가 않았다! 아마 수업이 짧은 토요일이라서 마음이 가벼워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하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1교시는 진로 교육으로 TV에서 박태환 선수의 이야기가 주르륵 나왔다. 악재를 딛고 다시 한번 세계선수권대회 1등을 한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선수를 보다가, 잠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바지 아래쪽으로 무언가 가느다란 실 같은 것이 풀려, 삐쭉삐쭉 삐져나와 있는 것을 보았다. '어..
2011.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