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상우일기를 만나다!

2014. 7. 15. 01:22일기

<교회에서 상우일기를 만나다!>

2014.07.15 화요일


오늘은 지난 12일, 토요일 오후 4시에 열렸던 일산은혜교회 북 콘서트 이야기를 하려 한다. 일산은혜교회는 출판사, 북인더갭 대표님의 가족이 다니는 교회였고, 지난봄 일산으로 이사 와 엄마가 은혜교회에서 열리는 '어머니 학교'에 6주간 다녔던 인연이 있는 곳이다.


그런데 나는 우리 사회 교회의 대부분을 싫어한다. 내가 갓난아기였을 때 유아 세례를 받고 세례명까지 받았던 카톨릭 신자인데도, 커오면서 내가 느꼈던 교회의 배타적 태도, 강압성, 인간은 빼놓고 물질 숭배 사상만 자리잡은 듯한 분위기에 꽉 혐오감이 잡혀서이다.


교회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예를 들면 용산참사 때 촛불을 든 그리스도인들 빼놓고 교회가 뭐 한 거 있었나? 여하튼 나는 교회에 대한 편견이 강하다. 하지만 엄마가 '어머니 학교' 다니는 동안, 내가 듣고 싶은 말 '시간이 해결해 준단다~ 늦지 않았다~ 너를 믿는다~'같은 얘기들을 흠뻑 해주셨고, '어머니 학교'에 나가는 과정이 강압적인 것이 아님을 자연스럽게 이해했기에, 교회에서 북 콘서트를 한다는 것이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그리고 실장님과 대표님께서 나를 위해 특별히 마련해 주신 자리라서 발걸음은 고맙고도 가벼웠다. 그런데 일찍 교회에 도착한 나는 비전홀에 들어서자마자 다시 나가고 싶어질 만큼 당황했다.


내 또래의 학생들이 북 콘서트를 위한 공연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남녀 중학생들이 젬베를 두드리며 율동을 하고, 고2 남학생의 강력한 랩 음악까지... 영우도 피아노 리허설에 합세했다. 영우는 물 만난 고기처럼 뿡짝뿡짝 피아노를 쳤다. 우리 집에 전자 피아노가 있는데, 좁아서 진짜 피아노는 들어갈 자리가 없고 영우는 계속 피아노를 치고 싶어하고... 건반 연습이라도 하라고 중고 디지털 피아노를 들여놓았는데, 강약조절이 안 돼 느낌을 표현하기 어렵다고 종종 투덜거렸었다. 그런데 진짜 클래식 피아노를 보니 얼마나 황홀했겠는가? 키쿠지로의 '여름'이 비전홀 강당에 신 나게 몰아쳤다. 실장님과 학생들도 어깨를 들먹였다.


그런데 나는 오글거림을 못 이기고 근육은 굳어지고 어깨가 더 뻣뻣해졌다. 반에서 아직 친구 관계도 어색한 편에 속할 정도로 소심한 성격인데, 내 또래의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내 책 이야기를 하고, <상우일기>를 축하하기 위한 공연까지 봐야 하다니, 어디 숨을 곳을 찾고 싶은 심정이다. 점점 입을 떼기가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지는 가운데 실제 공연이 펼쳐졌고, 어느새 나는 실장님과 나란히 앉아 북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내가 오글거리는 어색함을 느낀 이유는 <상우일기>와 나는 같으면서 또 다른, 괴리감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남중을 나왔다. 3년 동안 극과 극을 왔다갔다 하는 혈기 왕성한 남학생들의 생활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래서 동창에게 남녀공학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느냐고 조언을 구하기도 했었다. 막상 남녀공학에 들어오니, 학교생활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학기 초엔 담임 선생님께 블로그를 아이들에게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었다. <상우일기>가 알려지면 아이들이 존재감 없는 나를, 블로그 속의 상우로만 관심 집중할 것이고 내 행동엔 색안경이 씌워질 수도 있을 것인데, 무엇보다 나는 부족한 모습 그대로, 실제 상우로서 친구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그런데 남자아이들은, 중3 내내 어둡게 생활한 나에 비해 너무 해맑고 고민이 없어 보였고, 여자아이들은 너무 씩씩한 분위기였다.


특히 여학생들이 화장한 것이 무섭게 느껴졌고, 교복 치마의 길이가 짧아 어디다 눈을 둬야 할지 몰랐다. 인사말 건네기도 어려웠었다. 누가 다가와서 말이라도 걸면, 긴장해서 생각과는 다른 말이 튀어 나가 분위기가 싸~ 해지기 일쑤였고, 결국 오늘날도 걱정 없는 꽃밭에 껴들어 간 표정없는 잡초처럼, 본의 아니게 왕따 아닌 왕따 생활을 하는 처지다. 여기 북 콘서트에 혹시 우리 학교 애들이 오는 건 아닌지, 잔뜩 긴장하며 침을 삼킨다. 다행히 낯익은 아이는 없고 대신 내 나이와 비슷한 학생들이, 나는 눈빛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모르겠는데 내 앞에서 진지하게, 눈을 크게 열고 더듬거리는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멋지게 랩 공연을 한 고2 형아가 <상우일기>에 나오는 친구 우석이를 지금도 만나느냐고 물어보았다. 우석이는 중학교 때도 몇 번 만난 적이 있었고, 내가 일산으로 이사 오면서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우석인 공부도 잘하고 기타를 꽤 오래 쳤고, 음악을 좋아하는 모습이 언뜻 그 형을 닮은 것 같다고 느꼈다. 중1 여학생이 청문회 분위기로 촛불시위에 대한 글을 예로 들면서 종북이나 좌빨로 몰아가는 경향을 어떻게 감당했느냐고 물었다. 그 글을 썼을 때는 초등학교 때라 어려서 종북, 좌빨이라는 단어도 몰랐다. 가끔 실장님을 비롯해 참석하신 어른 독자들의 쏟아지는 칭찬에도 내 표정은 얼어가기만 했다. 피아노를 치며 북 콘서트의 분위기를 차분하게 이끌어주던 중2 여학생이 <상우일기>를 읽고 난 독후감을 발표하는 시간도 있었다.


중학교 2학년인데도 조목조목 자기 생각을 잡아내는 글솜씨가 놀라웠으며, '상우의 일기는 우리의 일기다'라는 말로 끝을 맺었을 때는 그야말로 으아~ 소리를 내며 쓰러지고 싶었다. 여기 모인 학생들의 공통점은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고 참 밝고 똑똑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몇번의 북 콘서트를 하면서 느낀 건, 난 아직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다, 난 좀 더 공부와 경험을 많이 하고 인격 수양을 하고 익어야 한다, 항상 한발 늦게 깨우치는 내가 먼 훗날 이 경험들을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어머니 학교에서 엄마와 같이 공부했던 동기분이 초코케이크를 선물로 사 오셨는데, 집으로 돌아와 먹는 케이크의 달콤함이 하루의 긴장을 싹 날려주어, 고마워서 편지라도 쓰고 싶었다. 역시 난 먹는 게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