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왕푸징 거리

2014. 8. 13. 11:51일기

<8월의 왕푸징 거리>

2014.08.09 토요일


'중국'하면 떠오르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네 발 달린 것은 의자 빼고는 다 먹는다!'라는, 어릴 적 들어왔던 중국인의 폭넓은 식습관이다. 북경 여행을 온 내내, 나는 밥 먹으러 간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을 했다.


'메뚜기 볶음? 말벌 조림? 풍뎅이 튀김? 생바퀴벌레?' 같은 끔찍한 상상을 하며 밥을 기다렸다. 다행스럽게 모두 평범한 식당에 걸맞은, 평범함이라는 범주 안에 넣을 수 있는 소박한 밥과 기름진 반찬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 앞에 펼쳐져 있는 이 왕푸징 시장 골목에서는 '평범함'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아주 특이한 음식들이 많았다. 입구에서부터 짭조름하고 찌릿찌릿한 향신료 냄새가 진동하며, 꼭 콩나물 지하철에서 시장판이 열린 것처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한여름에 북경의 좁은 꼬치 골목을 가득 메운 사람들로 공기는 후끈후끈 텁텁했고, 길가에 나뭇잎처럼 떨어진 음식물 쓰레기 더미들과 거대하고 지저분한 고무 쓰레기통은 열기로 녹아버릴 것 같다. 그렇게 혼잡한 속에서도, 중국을 떠올리게 하는 특이한 음식들은 주변의 풍경이 어떻든 상관 안 한다는 듯이, 생생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앞에 있는 전갈 꼬치는 아직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이산가족이 되지 않기 위해 왕푸징 거리를 한 줄로 서서 용감하게 진입했는데, 아빠와 나, 영우는 놀라운 꼬치 가게에 눈이 확 꽂혀, 앞서가시던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를 놓치고 말았다. 꼬치에 꽂힌 채로 움직이는 전갈의 옆에는 팔찌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는 말린 뱀과 검은색으로 반짝이는 훨씬 큰 전갈 꼬치, 부채처럼 날개를 쫙 펴놓은 박쥐에, 길쭉한 검정 사탕처럼 보이는 지네 꼬치도 있었다. 으~ 음식을 파는 곳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곤충을 컨셉으로 한 악세사리 가게이거나 자연사 박물관처럼 느껴졌지, 누가 저 꼬치를 집어서 내 입에 가져갈 거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그런데 아빠가 순식간에 전갈과 지네 꼬치를 나와 영우 손에 들려주셨다. 그리고서 아빠는 주인에게 꼬치 가격을 확인하느라 진땀을 빼셨다. 알고 보니 아빠는 전갈과 지네가 다른 꼬치에 비해 값이 훨씬 비싸다는 사실을 모르고 호기심에 덜컥 집었다. 아빠는 속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순간 멍해진 얼굴이었고, 나는 살아서 움직이던 전갈을 방금 보고 나니 도저히 먹을 엄두를 못 냈다.


난 항상 뭐든지 잘 먹는 것에 대한 은근한 자신감이 있었는데, 아무리 '이것도 음식이잖아, 중국이 아니면 어디에서 이런 걸 맛보겠어?'하고 합리화를 시켜보아도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어디서부터 입에 넣어야 할지 모르겠다. 머리부터 씹자니 정말 생곤충을 먹는 기분이라 소름 끼치고, 꼬리는 침이 달려 뾰족해 보였다. 결국, 제일 만만한 건 집게였다. 그마저도 도저히 뜬 눈으로는 먹을 수가 없어서, 눈을 감고 조금 베어 물었다. 눈을 감고 살살 맛을 보니, 전갈이라는 생각이 조금은 사라졌다.


맛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전갈의 생긴 모양새처럼 특이한 맛은 아니라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많이 두꺼운 감자 칩을 먹는 기분이다. 처음 한 입 먹고 나니, 다음부터는 눈을 감지 않고 전갈을 뜯어먹을 수 있었다. 주변에 지나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나를 보면서 지었던 표정이 조금 전까지 내가 진열돼있던 전갈 꼬치를 보았었던, 경악스런 표정이랑 비슷했지만... 나는 지네를 먹고 있던 동생에게 전갈을 건네며 꼬치를 바꿔먹었다. 한번 전갈을 먹어서 그런지 지네는 더 쉽게 넘어갔다. 생각보다 맛은 별로였다. 덜 익힌 생선을 먹는 것처럼 비리비리 개운하지 않은 맛이었다. 왕푸징 거리에서 너무 많은 걸 기대했을까? 자꾸 돌아다녀 보아도 지네와 전갈처럼 충격을 주는 음식을 찾기는 힘들었다.


전갈과 지네를 번갈아 먹으며 골목 안쪽으로 계속 들어가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마주쳤다. 할머니께서는 "아구~ 세상에~!" 깜짝 놀라시며 '저게 내 손자들이 맞나?' 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지 못하셨다. 워낙에 무표정한 할아버지께서도 "과일 꼬지도 있던디~" 하며 놀라셨다. 우리는 돌아 나오는 길에, 새의 머리가 그대로 붙어있는 새고기 꼬치를 보았는데 무슨 새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러나 이미 전갈과 지네를 섭렵한 영우와 나는 호기심이 있는 한껏 발동해 그토록 특이한 음식을 안 먹고 지나칠 순 없었다. 당장 한 꼬치 사서 나눠 먹었는데 심하게 짜기만 하고 고기는 질겼지만, 맛보다는 '특이함'에 의의를 둔 왕푸징 거리 방문이었으니 후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