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태어난 상우일기

2014. 6. 7. 20:45일기

<책으로 태어난 상우일기>

2014.06.10 화요일


내 책상엔 지금 엄청나게 스펙타큘러한 선물이 놓여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인 지금까지, 우여곡절 끝에 운영해왔던 <상우일기> 블로그가 책으로 태어난 것이다!


'틈 속에서 길어올린 고통의 책'이라는 슬로건의 독립 출판사 북인더갭에서, 안병률 대표님과 김남순 실장님! 문학가 부부이자 최고의 책 만들기 전문가인 두 분께서 따뜻한 마음을 모아, 드디어 예쁜 책으로 태어나게 해주셨다.


또 <상우일기>의 표지 디자인은 미국에 사는 황은정 작가님께서 그려주셨다. 얼굴을 뵌 적은 없지만, 내가 블로그에 그렸던 그림들보다 훨씬 기발하고 통통 튀어서 왠지 낯설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책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이명호 사진작가 아저씨께서 나를 모델처럼 찍어주신 사진도 쑥스럽게 웃고 있다.


작년 봄, 북인더갭으로부터 상우일기를 책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편지를 받고 순간 어안이 벙벙했었다. 블로그에 일기 글을 쓰면서, 어른이 되면 본격적으로 제대로 된 글을 써서 책도 만들어내야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한 적은 있었는데, 막상 출판 제의를 받으니 나와 내 글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내가 책을 낼만한 자격이 있는지, 나는 아직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고 글도 좀 두서없는 것 같고... 하지만 책을 내기로 한 것은 정말 잘한 일 같다.


자신감이 없는 내가, 태어나서 처음 나를 흐뭇하게 여긴 계기가 되었고, 한갓 꼬마의 일기를 책으로 발간하려는 북인더갭의 용기와 선택을 믿었다. 두 분이 아니었다면 블로그 <상우일기>가 어떻게 더 큰 세상과 만날 수 있었을까? 평생을 두고 감사한 마음이다. 얼마 전 엄마가 실장님을 만나 짜장면을 먹었는데 실장님께서 그러셨다고 한다. 인문학의 시초는 어린 시절의 한 줄 일기 쓰기에서 출발한다고! 나는 그 얘길 전해 듣고 자신감을 얻었다.


책으로 태어난 <상우일기>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썼던 일기 글이 등장하면서 막이 오른다. 그리고 현재 고등학교 1학년, 대한민국을 분노와 슬픔에 빠지게 한 세월호 비극을 겪은 5월 어느 봄날로 마무리된다. 비극은 아직 현재진행형 중이고 17년 동안 내 또래의 가난한 아이들이 그렇게 살아왔듯이, 철없고 꿈많은 어린 시절을 지나 절망의 늪으로 빠질 수밖에 없었던 어두운 사춘기를 거쳐, 거의 웃음을 잃어버린 표정 앞에 <상우일기>는 책으로 태어났다. 그동안 괴롭거나 포기하고 싶을 때에도 블로그에 일기를 쓰면서 진심으로 담고 싶었던 것을 생각해본다. 그건 아마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애착이었고, 그 속에서 살아 뒹굴고 숨 쉬고 있다는 확인과 위로였음을 생각하니, 왜 이상하게 가슴이 아파지는 걸까?


나는 <상우일기>를 꼭 끌어안고 내가 <상우일기> 시대 전, 처음 일기 글을 썼을 때의 어린 시절로 시간여행을 하려 한다. 어린 시절의 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 같았고, 흡수력이 좋은 스펀지 같은 아이였다고 한다. 사실 내가 맨 처음 일기를 썼을 때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가장 처음의 기억이라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토이스토리 캐릭터가 그려진 어린이용 공책에 엄마와 같이 붙어 앉아 연필을 잡았던 기억이다. 그런데 그 내용은 별다른 것이 없었다.


주로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옮겨쓰거나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쓰거나였는데, 예를 들면 '나무에서 산소가 나서 내가 감기 다 나았어요.', '엄마, 머리 떼라, 머리가 너무 많아서 아이스크림 같애.', '우리 집은 우주선이고 바깥은 넓은 우주 같습니다~' 뭐 이런 문장들이었다. 엄마는 맞춤법은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셨다. 그저 내가 글을 옮기면 뭔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것처럼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표정이 한층 젊어지셔서 그게 참 기분이 좋았다. 나는 그 어린 나이에도 내가 쓴 글이 유치하다고 생각했지만, 서툰 연필 글씨체로 엄마의 환한 얼굴을 등불 삼아, 내가 한 말이나 생각을 글로 띄엄띄엄 열심히 옮겨적었었다. 그래서 아직도 어린 시절의 모든 기억은 낡은 나의 일기장을 통해 다시 만나고는 한다.


늦잠을 자 미술학원 버스를 타지 못해서 작은 다리 작은 걸음으로 학원까지 걸어가며 모든 길을 눈 속에 넣어두었던 기억이 일기장에 어설픈 문장으로 남아 있고, 비 오는 날 학원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까닭 없이 울음이 터져 기사 아저씨와 선생님을 당황하게 했던 기억이, 너덜너덜한 일기장에 눈물처럼 비 온 날의 감성으로 남아 있다. 시간의 흘러가면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들이, 우리 앞에 놓인 절망의 길이 얼마나 멀지 알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짧지만 완벽했던 행복의 시간들이, 단어나 글자 몇개, 몇개의 문장을 통해서 지금의 커버린 나와 다시 마주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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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실땅2014.06.10 10:17

    이렇게 멋진 책을 누군가 대신 후다닥~ 만들어준 것 같은 신비한 기분^^

    더 힘을 냈으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싶은 아쉬움...

    상우 필자님의 앞날에 격려와 축복을 따따블로 보냅니다.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미지의 독자님들께도 깊은 사랑의 인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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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2014.06.15 22:48 신고

      김실땅님, 상우일기를 책으로 태어나게 해주신 감사의 말씀을 어떻게 전할까요?
      예전에 대표님이 출간 후유증을 앓았다고 들었는데요, 이제야 무슨 말인지 조금 이해가 갈것 같아요.
      저도 책이 나오고 왠지 모를 생각에 젖어서 무작정 걸었는데요, 거센비가 줄기차게 오는 것도 몰랐어요.
      감기가 저를 괴롭혀도 괜찮아요.
      북인더갭의 축복이 저를 서서히 치유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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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Icon 유승용2014.06.12 22:19

    상우글잘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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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2014.06.15 22:52 신고

      승용아, 니가 우리반에서 첫번째 블로그 방문자인 것을 환영하노라!
      책 한권 사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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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6.12 23:18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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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2014.06.15 22:54 신고

      헤헤, 선생님, 어차피 다 알려진 것 같은데 이제 맘놓고 자랑하셔도 돼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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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blueman88.egloos.com BlogIcon Blueman2014.06.15 09:56

    축하드립니다.
    당장이라도 도서관 홈페이지에 구입신청하러 달려가고 싶군요. 후다닥^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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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2014.06.15 22:55 신고

      블루맨님, 감사합니다.
      제가 그동안 블루맨님의 응원을 많이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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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상우2014.06.16 19:10

    안녕하세요. 또 다른 상우입니다. 웹서핑하다가 상우일기란 책이 나왔다는걸 소식에 재밌어서 들어왔습니다. 전 뭐 상우님의 아버지뻘되는 나이이구요. 아무튼 이렇게 꾸준히 자기생각을 기록해놨다는데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엄청 사변적이라서 고등학교때도 생각은 무척 많이 했답니다. 근데 전 일기를 안썻어요. 뭐 가끔 기행문을 쓴정도라고라...
    젊음이 좋답니다. 앞으로 무얼 하시던 자기 철학을 가지고 열심히 하시길!!
    생각보다는 실천입니다. 물론 생각을 해야 실천도 하겠지만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만 하고 실천을 안하구요. 실천을 얼마나 하냐에 따라 삶의 질이라던지 위치가 조금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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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2014.06.22 21:44 신고

      안녕하세요?
      저의 아버지뻘 되시는 백상우님^^ 감사합니다.
      생각하고 실천하는 삶, 명심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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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Icon 황소2014.06.20 21:12

    책을 통해 요래요래 사랑스런 꼬맹 상우를 만날수있어 따뜻했습니다.^^축복하고 응원합니다^^♥오늘 친필 사인받고 느므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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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2014.06.22 21:53 신고

      어, 혹시 선생님~?
      책을 사주셔서 정말 감사했고요, 제가 워낙 악필이라 죄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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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Icon 카랑카랑 쌤 2014.07.13 11:53

    상우야~~오랜만에 글 남기넹. 종종 들러보긴 했는데, 이렇게 기특하게 책까지 내고 말이야^^예쁘게 잘 자라줘서 고맙구나~
    쌤 파주에 사는데, 둘째 아들 4월에 낳아서 지금 열심히 키우고 있단다. 상우일기 쌤이 한권 사서 읽어봐야겠넹~~나중에 쌤이 학교와서 후배들에게 강의 한번 해줘봐~~
    6학년 땐 통통했는데 살이 쏙 빠지고 훌쩍 큰것 같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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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2014.07.14 00:31 신고

      선생님, 반갑습니다. 두 아들의 엄마가 되셨군요.
      그럼 파주에 있는 학교에 나가시는 건가요?
      6학년 때 모습이랑 너무 달라져서 저를 못알아보실지도 몰라요.
      선생님의 이야기가 제 책에도 나온답니다.
      근데 예쁘게 잘 자란게 아니라 좀 어둡게 자라서, 신이 불쌍하게 생각했는지도 몰라요.
      운좋게 책까지 낸 걸 보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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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tvexciting.com BlogIcon 이종범2014.07.24 01:24 신고

    상우님, 축하드려요~! 이제야 책 출간한 사실을 알았네요. 상우일기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도전받고, 힘을 내고, 용기를 얻는다는 것 잊지 말아주세요.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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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2014.07.30 21:15 신고

      감사합니다, 이종범 아저씨.^^
      <블로그로 꿈을 이루는 법>에 제 블로그 이야기도 실어주셔서 뒤늦게 감사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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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blog.naver.com/555rkdekrud BlogIcon 강다경2014.10.12 18:27

    안녕하세요!저는 이화여고1학년 강다경 입니다!
    도서관에서 수학문제를 풀다가
    잠깐 쉬는데 '상우일기' 라는 책을 발견해 읽었어요...글 정말 멋진것 같아요 !
    귀엽기도 해요.. 급식 먹는 이야기 나올때(물고기 튀김 이라던가 추압추압, 눌룹~삼키다 이런 단어들이 정말 귀여워서 소리내어 읽었어요! )
    하지만 인권에 대한 이야기나, '난쟁이가 쏘아올린 공' 이란 책에서도 나왔던 철거(카페) 이야기, 지금 학교에서 일어나는 과도 입시 경쟁 공부이야기,이런 내용이 나올땐 읽는 속도가 빨라지며 뭔가 안타깝고 마음이 복잡했어요. 마지막 글인 세월호 사건을 읽으며 처음 소식을 접했을때의 충격이 되살아났지요...
    이 글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같은 사건을 보며 나는 무슨 생각을 했나...과거를 기억하기 위해 뭐라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나서 일어나는 사회현상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기도 해요 !그 카페에서!!ㅎ
    이런 글을 읽을 수 있어 좋았어요 (다만 시험기간에 읽었다는 것이 슬프지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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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2014.10.12 20:30 신고

      안녕하세요, 강다경님. 반갑습니다.
      저랑 같은 나이라 제글에 공감을 많이 하신 것 같네요.
      저도 사회 문제에 고민이 많습니다.
      아무리 제가 이기적이고 제멋대로 사는 재능(?)이 있어도 사회를 떠나서 살 수 없기 때문에 사회문제에 대한 고민은 필연적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와 동떨어져 이기적으로 사는 것이 또다른 피해가 되어 내게 돌아오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요, 일단은 글이라도 기록해 놓는 것이 좋은 방법같긴한데~ 어쨌든 저도 생각이 복잡하네요...
      <상우일기>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시험 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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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naver.com BlogIcon 정재영2015.01.22 10:03

    안녕하세요~~~이제 6학년이 되는 정재영이라고 합니다.형이 쓰신 일기를 보고 웃기도 하고 눈물도 조금 나는 일기도 있었지만 각 일기마다 느낀 것은 어떻게 초등학교 때 이렇게 일기를 자세히 쓸 수있지???라는 느낌이었습니다.진짜 존경하고요,그래서 그런데 이웃 블로거 신청 좀 해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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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2015.01.25 21:20 신고

      정재영님. 재밌게 일기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저는 네이버 블로그가 아니라 이웃신청 기능이 없네요.
      블로그로 들어오시면 언제든 대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