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TEDx 강연 요청을 받다!

2013. 11. 17. 21:37일기

<다시 TEDx 강연 요청을 받다!>

2013.11.17 일요일


지난 주 초, 아빠의 핸드폰으로 나를 찾는 문자 메세지를 한통 받았다. TEDx 광화문 운영팀이었다. 2010년 6학년 초겨울 무렵, 사회복지사들을 대상으로 TEDx 인권 강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강연을 부탁한다는 메세지였다.


내가 전화로 "안녕하세요? 상우입니다."하니까, 운영진 아저씨께서 "어, 상우군, 목소리가 많이 변했네요, 변성기가 훨씬 지난 것 같애요~"하시는데, 그말을 듣고 내가 오히려 놀랐다. 내 목소리가 그렇게 늙어졌나?


마침 기말고사 기간이라 선뜻 대답을 못하고 며칠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생각에 잠겼다. 사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갖고 있는 사회복지에 대한 생각은 발전한 게 없고, 오히려 멀어졌다면 멀어졌달까? 그렇게 관심을 두고 살지 않아서 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나의 중학교 생활은 초등학교 때 운 좋게 블로그로 얻은 명성(?)만큼이나 자랑스러운 게 못되어서, 순간 주춤 했는지도 모른다. 나의 중학교 생활은 끔찍 했으니까! 경기도에서 서울 외할머니 댁으로 이사를 와 바뀐 환경에 적응을 못하고 겉돌다가, 학교 생활 역시 끝없는 추락의 연속이었다. 블로그도 열심히 하지 않았고,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이 전재산을 들여 투자해서 운영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건물주의 재건축 때문에 한푼 보상도 못받고 쫓겨날 위기에 처했었다.


그때 나는 벼랑 끝에 매달린 송아지 같은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아빠가 영하 15도가 넘는 추위에 1인 시위 하는 걸 보면서, 엄마의 뇌경색 증세가 심해지는 걸 보면서, 내가 뭘 어떻게 해볼 수 없다는 절망감과 우리 사회의 가진 자를 위해 만든 법에 대한 분노를 품고 살았다. 중학교 3학년 때 부모님 문제가 인권 단체의 연대로 간신히 해결되고 나서야 나는 좀 철이 들었다. 그러나 부모님은 오랜 투쟁으로 많이 지쳐있었고, 생활고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교복 바지 엉덩이가 해져 찢어진 걸 그냥 대충 꼬매 입고 다녔고, 3학년 제주도 수학여행을 갈 때도 수학여행비를 낼 수 없었다. 급식비도 낼 수 없었다. 우리 선생님께서 도와주시지 않았더라면, 졸업 여행 사진 한장도 건지지 못했을 것이고, 점심 밥을 못먹고 학교 생활을 했을 지도 모른다. 2학기에 접어드니까 오랫동안 심한 몸살을 앓다가 회복된 것처럼 학교 생활이 재밌어질려고 하는데, 어느새 졸업을 앞둔 말년 병장이 되었다. 앞으론 재미난 글도 쓰고 싶지만, 폭풍처럼 지나간 중학교 생활을 돌이켜 볼 새도 없이 마지막 기말고사에 집중해야 한다.


가난한 중학교 생활을 보낸 예비 고등학생, 특별할 것 없는 철거민의 아들... 사실 여기까지가 TEDx에 초대받은 강연자의 프로필이다. 내가 강연자의 자격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사회복지와 관계 없이 살았던 경험과, 사회복지에 대한 법이나 제도의 모순을 심각하게 느끼기 때문에, 한다면 할 이야기가 의외로 있지 않을까? 3년 전엔 그저 설레는 기분으로 실감 나지 않은 황홀한 상태에서 강연을 마쳤지만, 지금은 책임감을 느낀다. 세상을 바로 잡는데 도움이 돼야 한다는 책임감. 문득 얼마 전에 반 아이들과 현장 체험 학습을 가려고, 버스를 타고 시청 광장 앞을 지나갔던 일이 떠오른다.


시청 광장에서는 여느 때처럼 시위가 열렸다. 이번에는 삼성 서비스 노동자의 생활고에 시달린 자살 때문에, 전국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나서 근로환경을 개선시켜 줄 것을 요구하는 시위였다. 현수막에 쓰여진 문구도 'x팔! x같다!'였고, 구호도 "x팔! x같다!"였다. 시청 광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 구호였을 정도로 시위 분위기는 무겁고 살벌했는데, 버스 안의 우리 반 아이들은 "어? 오늘 시위하나 보네? 경찰이 많이 깔렸어~!" 하고 신기한 듯 내다보았다. 요즘 시청 광장에서 농성하고 시위하는 것이 하루이틀 일이 아닌데도, 아이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버스 안의 세상 물정 모르는 우리반 아이들과 버스 바깥 너머에, 생존권을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세상은 다르다. 나는 불현듯 이거다! 하는 생각이 퍼뜩 스쳤다. 노동자의 문제를 사회복지 차원에서 풀어나가야겠다! 나는 연락이 온지 이틀 뒤 용기를 내어 문자를 보냈다. '강연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3년 전 글 링크 - http://blog.sangwoodiary.com/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