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 광화문, 무대에 서다!

2010. 11. 8. 11:40일기

<TED 광화문, 무대에 서다!>
2010.11.06 토요일

꿈만 같던 TEDx 광화문 행사가 끝났다. "사회복지 THE 상상해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올린 이번 무대는, 나에게 소중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내가 태어나서 이렇게 멋진 무대에서 처음 해보는 연설이라 얼떨떨했는데, 많은 어른이 칭찬을 해주셨다.

나는 행사 시작 전, 무대에서 김현 사회복지사님과 엄마와 몇몇 관계자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리허설을 하였다. 나는 <내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이란 제목으로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었다.

나는 원고를 보면대 위에 놓고, 마이크를 잡고서 넘기며 읽었는데 뭔가 조금 불편하였다. 본 무대에서는 귀에 꼽는 마이크를 사용하기로 했다. 리허설하는 동안, 나는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계속 말을 버벅거리면서, 관객이 있을 객석을 향해 눈도 돌리지 못했다. 조명은 너무 뜨겁고, 땀이 머리와 등을 타고 흘렀다.

TED 광화문, 무대에 서다!



그러는 사이 우리 가족이 도착해서 가족석에 앉았다. 외할아버지는 중절모를 쓰시고 할머니는 예쁜 분홍 모자를 쓰고 오셨다. TED 1부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나서 나는 더 걱정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서 연습을 좀 더 할 걸!' 사실 나는 집에서 연습을 어제 딱 2번 했다. 무대가 진행될수록, 나는 땀이 뻘뻘 나고 부담감이 나를 억누르는 듯하였다.

다른 강연자들은 즐겁게 파워 포인트를 사용하며, 사람들과 하나 된 듯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내가 할 강연이 너무 딱딱한 건 아닐까? 파워포인트도 사용할 줄 몰라서 관객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덜컥 겁이 났다. 이윽고 1부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나는 너무 답답하여 무대 바깥으로 나가서 바람을 맞았다. 강연장과 다르게 바깥은 매우 선선하여 땀으로 젖은 등이 시원하게 식었다.

전시실에서 아이폰을 눌러보고 있었는데, 큰고모가 깜짝 오셔서 나를 격려해 주셨다. 큰고모의 얼굴을 보니 힘이 나는 것 같았다. 나는 물을 조금 마시고 강연장으로 들어갔다. 나는 2부의 두 번째 주자였다. 강연자가 아닌 사회복지사 몇 분께서, 토크쇼 형식으로 TEDx 광화문을 소개하시는 동안에, 나는 담당자님께서 주신 귀에 꼽는 마이크를 착용하고, 긴장을 풀어가며 나갈 준비를 슬슬하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빨리 "네, 다음 순서는 초등학생 권상우 군입니다!" 하는 소리와 함께 딴딴~ 딴딴~! 박력 있는 음악이 울려 퍼졌다! 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그래도 '상우야, 너 열심히 했어. 가서 네가 생각하는 바를 용감하게 말하렴!' 다짐하며, 강연할 원고를 꽉 쥐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무대 위로 올라가니 머리 위로 뜨겁게 비치는 태양 같은 조명 때문에 눈이 부시고, 목이 막히고 땀이 줄줄 흘렀다.

나는 쑥스러워 인사말을 하며 피시시식~ 웃었는데, 관객들은 나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인지, 폭포소리가 나는 것처럼 손뼉을 쳐주었다! 처음엔 살짝 관객들과 눈 마주치기가 부담스러웠는데, 이번에는 리허설 때와 달리 조명이 더 강해서, 관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윤곽만 가까스로 보였다. 그래서 그 덕분에 조금 더 자연스럽게 부담 가지지 않고 강연할 수 있었다. 어느새 내가 강연을 하다 보니 긴장감은 싹 사라지고 강연에 몰입하였다.

점점 자부심이 느껴지고 정열적으로 변하는 나를 느꼈다. 리허설 때와 달리 버벅거리지도 않았고, 내가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권 이야기를 호소할 때,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것을 느꼈다. 관객들은 내가 강연을 끝낼 때 구르릉~하는 번갯소리처럼 열렬하게 다시 한번 박수를 쳐주었다. 그렇게 강연을 마치고 나오니 정말 마음이 후련했다. 더운 조명 때문에 줄줄 나는 땀이 식고, 내 몸과 마음이 날아갈 듯이 시원했다! 무대로 내려오니 어느샌가 가족석에서 할머니가 달려와 나를 와락 끌어 안아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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