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26. 22:53ㆍ일기
<썩어 문드러진 4대강!>
2013.10.25 금요일
강이 녹색이었다. 초록색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거무죽죽하고 눅눅한 초록색이 기분 나빴다. 굽이굽이 질척하게 흐르는 게 강물인지, 푹 데쳐서 흐느적거리는 시금치인지 모르겠다. 토할 것 같다.
초록색의 걸쭉한 물로 바뀐 강물 때문에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집에 있는 정수기 물을 더 마실 수가 없고, 물고기는 떼죽음 당했고, 어부의 얼굴도 까맣게 죽었다.
낚시하는 사람들은 물이 흐르지 않아 강이 죽었다고 수심에 찬 표정으로 말했고, 농민들은 강물이 높아져 땅에서부터 물이 차 올라, 진흙탕 밭이 되어버린 밭을 보며 울고 있다.
"유럽에서는 우주의 시작을 알아보는 실험을 계획하고 성공시켜서 노벨상을 받는데 7조 원을 썼고, 우리나라에서는 동영상으로 보시는 것처럼 강을 파괴하고, 어민, 농민을 힘들게 하는데에 22조 원을 썼습니다. 유럽이 실험하는데 쓴, 입자 가속기를 3개는 만들 수 있는 돈으로 말이죠!" 4대강 사업은 시작하기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결과가 중학교 3학년 과학 시간에 드디어<환경 오염의 대표적인 예>로 배우게 될 정도로 나타났다.
내가 아직 생각이 미숙하고 많이 배우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 큰돈을, 그것도 22조 원이라는 평생 그림자도 보기 힘들 만큼, 어마어마한 세금을 모아서 환경을 파괴했다니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나라 발전의 더 위대하고 원대한 계획이 있어서 그런 일을 벌인 것이고, 내가 무식해서 이해를 못하는 것인가? 그것도 선생님이 틀어주신 동영상에서는 4대강 사업의 추진으로 인해 생길 악영향들을 전문가는 다 예측하고 있었다. 배울 거 다 배운 전문가들도 안 좋아질 것을 미리 예측했는데, 그냥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니, 이명박 정부, 진짜 너무했다!
내가 블로그에서는 왠만한 일이 있어도 욕을 쓰지 않고 참는데, 쌍욕이 꿀꺽 올라온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이포보 수영장이란 곳에서는, 물살이 너무 세서 수영이 금지 됐다는 영상을 보며, 내 머릿속에는 국민의 혈세! 22조, 22조만 회오리 바람처럼 되풀이되고 있었다. 나는 돈에 민감해서 급격히 우울해졌다. 경북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4대강 사업 이후로, 마시는 물에서 녹조가 들끓고 냄새가 나서 마실 수 없다고 한다. 추석 때 대구에 살고 계시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오랫동안 사용했었던 정수기 물도, 이제 낙동강 물 녹조라떼 때문에 마실 수가 없어, 할인마트에서 생수를 사다 드신다고 하셨다.
우리 아빠는 요즘 강제로 가게를 빼앗긴 세입자들의 권리회복을 도와주고 있는데, 그런 세입자들은 하나 같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최소한의 것을 얻기 위해 투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다른 한쪽에서는 22조 원이라는 큰돈이, 가난한 세입자들을 모두 덮어줄 수 있을 것 같은 그돈이, 대학을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 장기간 무상으로 교육 받을 수 있는 엄청난 돈이, 강 속에 들어가 살아 숨 쉬는 강을 죽이고, 강과 더불어 사는 농민, 어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주었다. 역겹다. 울고 싶은 기분이다. 땅바닥에 주저앉아 누가 와서 달래줄 때까지 울고 싶다. 이 무서운 세상 앞에 난 너무 철없고 무기력한 아이라는 자괴감에 빠져서 그동안 얼마나 괴로와 했는지 아는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난 내가 상식이 모자라고 덜 떨어진 사람이라 이해를 못한다고 믿겠다.
출처 - 연합뉴스 http://media.daum.net/politics/clusterview?newsId=20120810163106158&clusterId=636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