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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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잡아, 출발!
2011.02.12 토요일 오늘은 강화도에 있는 옥토끼 우주센터를 취재하기 위해, 큰마음 먹고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다. 한적한 시골 길에 과연 우주센터가 있을까? 궁금했는데, 거대한 우주 발사대 모양의 건물을 보고 나는 앗! 여기다! 할 만큼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거대한 놀이공원에 온 듯이 우주 체험을 하고, 재미있게 취재하였다. 취재를 거의 마치고 휴게실에 들렀다. 휴게실을 통해 야외로 나가니 높고 파란 강화도의 하늘에 눈이 부셨다. 그리고 야외 공원에선 꽁꽁 언 얼음장 위에서 썰매를 타는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썰매장 옆에는 튜브를 타고 언덕에서 아찔하게 내려오는 어마어마한 눈썰매장이 있었다. 여기선 입장료만으로 썰매장을 이용하게 해준다. 나는 처음에 내 눈을..
2011.02.14 -
전학 간 친구의 빈자리
2010.11.20 토요일 오늘은 민재가 전학 간 지 하루가 지났다. 어제 민재는 우리 반에서 6학년 때 처음 전학을 간 기록을 남겼다. 5학년 때까지 많은 아이가 전학 가는 것을 보며 울었던 나는, 이제 전학 가는 것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 모두가 민재와 인사를 나누며 울고 있을 때, 나는 사실 눈물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슬프지도 않고 실감이 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오늘 하루 동안은 민재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나는 민재의 뒷자리에 앉았는데, 앞에 민재가 없으니 무언가 한구석이 텅~ 비어 버린 것 같았다. 수업 시작할 때도, 회장인 민재를 대신해서 부회장인 은철이가 수업이 시작함을 알렸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이상해!", "어색하다." 하는 소리가 들렸..
2010.11.22 -
과학실 가는 길
2010.06.25 금요일 2교시 쉬는 시간, 교탁에 앉은 선생님과 앞줄에 앉은 경훈이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에 다가가 보았다. 그런데 경훈이가 돌아서서 나에게 "상우야, 마침 잘됐다. 너도 학습부지? 나하고 같이 가자!" 나는 짐작하였다. 바로 다음 시간이 과학 시간인데, 과학 시간에 쓸 실험도구를 가져오라는 선생님의 부탁이 있으셨던 것이다. 나는 '이번엔 무슨 실험을 할까?' 궁금해하면서 경훈이를 뚱깃뚱깃 따라나섰다. 우리 반에서 과학실로 가는 길은 꽤 멀다. 과학실은 우리 반에서 또르르르~ 계단을 두 층 내려가, 후관 복도를 가로질러서 별관 복도도 가로지르고, 또르르르~ 본관 복도 끝에 있다. 나는 계단과 복도를 미끄럼 질 치며 여행하는 것처럼 길을 나섰다. 가는 동안 경훈이가 "이번엔 전..
2010.06.26 -
트라이더를 타고 날아요!
2010.04.25 일요일 조금은 늦은 저녁에 가족과 걸어나가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였다. 나는 시험공부에 매달려 있다가 오랜만에 트라이더라는 기구를 타고, 초저녁에 자유로운 바람을 만끽하고 있었다. 트라이더는 킥보드 비슷한 형태인데, 발판이 양쪽에 한 개씩 있고 다리를 오므렸다가 벌렸다가 하면 그 힘으로 앞으로 나가는 기구다. 자전거도 인라인 스케이트도 썩 잘 타지 못하는 나에게는 안성맞춤인 운동 기구였다. 나는 오랜만에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트라이더를 타니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영우랑 나는 교대로 트라이더를 탔는데, 서로 한 바퀴만 한 바퀴만 하면서 더 욕심을 내다가, 꽥~하고 으르렁대며 싸우기까지 했다. 엄마는 화가 나서 트라이더를 압수하려 하셨다. 트라이더는 아..
2010.04.29 -
목욕탕에서
2010.04.11 일요일 찰방! 첨덩! 내가 물과 처음 접촉했을 때 난 소리였다. 나는 점점 더 물속으로 다가가서 온몸을 담갔다. 순식간에 시원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 온몸으로 퍼져왔다. 오늘은 아침부터 몸이 계속 좋지 않고, 물만 마셔도 토를 하였다. 하지만, 힘을 내어 가족과 함께 '용암천' 목욕탕으로 목욕을 왔다. 그 목욕탕은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커다란 수영장이 딸려 있었는데, 오랜만에 시원한 수영장 물에 몸을 담그니, 내 몸이 물에 녹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이런 기분을 느껴본다. 나는 온몸에 힘을 빼고 뒤로 넘어가듯, 철퍼덕~ 소리와 함께 몸을 일자로 하고 누웠다. 물 위에 둥둥 떠있으니 꼭 하늘 위에 떠있는 것 같다. 내 몸을 받치는 물은 시원했고, 꼭 침대처럼 부드..
2010.04.13 -
처음 넘은 철봉
2009.04.03 금요일 체육 시간에 우리는 보통 단계별로 운동을 시작한다. 1단계가 제일 낮은 철봉을 잡고 한 바퀴 도는 거다. 그다음엔 2단계 더 높은 철봉, 3단계 철봉, 그다음엔 높이 뛰기, 이런 순으로. 난 언제나 1단계를 통과하지 못한 채, 나처럼 통과 못한 몇명의 아이들과 벌칙으로 개구리 뜀질을 하면서 시작해야 했다. 오늘도 1단계 철봉 앞에서 나가질 못하고 쭈물거리는 5명 정도의 아이들과 나를 향해, 우리 반 계주 선수이자 체육부장인 성환이가 보다못해 달려왔다. 그리고는 갑자기 철봉 밑에 저벅 엎드리더니, "너희들 나 밟고 올라가!" 하는 것이었다. 마침 바로 내 차례였는데, 성환이가 운동은 잘하지만, 몸집은 나보다 가늘어서, 과연 나를 떠받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성환이에게..
2009.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