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실 가는 길

2010. 6. 26. 09:00일기

<과학실 가는 길>
2010.06.25 금요일

2교시 쉬는 시간, 교탁에 앉은 선생님과 앞줄에 앉은 경훈이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에 다가가 보았다. 그런데 경훈이가 돌아서서 나에게 "상우야, 마침 잘됐다. 너도 학습부지? 나하고 같이 가자!"

나는 짐작하였다. 바로 다음 시간이 과학 시간인데, 과학 시간에 쓸 실험도구를 가져오라는 선생님의 부탁이 있으셨던 것이다. 나는 '이번엔 무슨 실험을 할까?' 궁금해하면서 경훈이를 뚱깃뚱깃 따라나섰다.

우리 반에서 과학실로 가는 길은 꽤 멀다. 과학실은 우리 반에서 또르르르~ 계단을 두 층 내려가, 후관 복도를 가로질러서 별관 복도도 가로지르고, 또르르르~ 본관 복도 끝에 있다. 나는 계단과 복도를 미끄럼 질 치며 여행하는 것처럼 길을 나섰다. 가는 동안 경훈이가 "이번엔 전자석에 관한 실험을 한대!" 하고 귀띔해주었다.

전자석이라! 학기 초에 나는 과학책을 살펴보며 전자석에 대해 미리 보아두고, 인터넷과 TV로 전자석에 관한 지식을 찾아보았었다. 전자석은 평소에는 그냥 쇠붙이인데, 전기가 가해지면 자석으로 바뀐다. 전자석의 한 종류인 에나멜선은 가전제품에 주로 쓰인다. 그럼 전기가 통하지 않으면? 그냥 평범한 쇠붙이로 남는 거지 뭐!

특히 전자석에서 제일 신기하고 매력적인 것은, <자기 부상 열차>이다. 자석의 성질에는 같은 극끼리 닿으면 서로 강하게 밀쳐내는 힘이 있다. 자기 부상 열차는 자석보다 훨씬 자력이 강한 전자석을 이용해, 서로 떨어지려고 하는 힘으로 공중에 떠다니는 열차다. 전자석의 서로 밀어내는 힘으로 떠다니며, 실제로 선로와 닿는 면이 없는 자기 부상 열차는, 마법의 열차 같을 것이다.

공중에 떠서 다닌다니 얼마나 멋질까? 사람이 쉽게 손으로 밀수도 있다고 한다. 그럼 한 사람이 실수로 밀어서 그게 출발하면 어떻게 될까? 머릿속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생각이 스쳤는데, 나는 오늘 과연 어떤 실험을 할지가 궁금하였다. 혹시 자기 부상 실험을 할까? 아니면 가만히 있던 전자석, 그러니까 에나멜선에 전기를 가해서 순식간에 자석들이 달라붙는 것을 보게 될까? 어쩌면 오늘 전자석에 강한 자력에, 아이들의 핸드폰이 붙어버리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몰라!

나는 딱 과학실이 보이자마자, 피겨 스케이트 선수처럼 스케이트를 타고 샤랄라~ 미끄러지듯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반 여자 학습부 두 명이, 우리를 제쳐버리고 과학실로 잽싸게 들어갔다. 그러더니 에나멜선과 자석, 나침반, 불꽃 막대기가 가득한 실험 준비물을 한 꾸러미씩 안고 가져 나오더니, 나에게 "메롱~!"하고 이내 사라졌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어~?'하고 굳어버렸고, 경훈이는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빼네네!"하며 "짭~!" 입맛을 다셨다.

과학실 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