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8강 응원기

2010. 6. 28. 09:00일기

<나의 8강 응원기>
2010.06.26 토요일

밤 11시! 결전의 날이다! 한국과 우루과이 선수들이, 경기장 한가운데에 비장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나는 긴장되어서 말을 할 수가 없었고, 소파에 굳어버린 조각처럼 앉아 있었다.

우루과이 국가가 연주될 때, 제목이 '자유가 아니면 영광스러운 죽음을 달라!'여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경기가 시작되자 나는 엄마, 아빠 사이에 앉아, 엄마, 아빠 손을 한쪽씩 잡았다.

우루과이 선수가 공을 잡으면 긴장이 되어, 콧등에 주름을 잡고 엄마, 아빠 손을 더 꽉 끌어당겨 안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수가 공을 잡으면, 콧등에 주름을 풀고 가슴을 휴~ 쓸어내렸다. 전반 전 10분쯤에 우루과이 골이 터졌을 때, 아빠는 "하아~!" 하시며 소파에서 마룻바닥으로 털썩 내려앉으셨다.

하지만, 나는 "지난 나이지리아전에서도 선취점은 먹었잖아!" 하고 큰소리쳤지만, 가슴은 조마조마했다. 역시 내 기대대로 우리나라는 맹공을 퍼부었는데, 수비수에 막히거나 공이 골대에 부딪히거나, 골키퍼가 가까스로 공을 막았다. 나는 우리 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마다, 두 손을 부여잡고 "하나님, 제발 이번에는 골이 들어가게 해주세욧~!" 하며 속삭였다.

갑자기 경기장에 비가 내렸다. 온몸이 비와 땀에 젖어 온 힘을 다하는 우리 선수들을 보다못해, 나는 계속 안절부절못하며 방안을 빙빙빙 돌다가, 엄마한테 가서 달라붙었다. 엄마는 "아오~ 덥잖아!" 하며 손을 뿌리치셨다. 나는 또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방안을 돌다가, 이번에는 아빠한테 가서 착~ 안겼다. 아빠도 "얘가 왜 이래?" 하며 나를 밀어내셨다.

그런데 후반전에 우리 선수가 공을 넣었을 때, 너무 감격스러워 땅에다 머리를 박고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들고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그때 "어, 형! 나한테 기도할 것까진 없잖아?" 하며 내 앞에서 응원을 하던 영우가 말했다. 아파트 창문마다 "와아~!'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피 말리는 사투 끝에 결국 우루과이가 1골을 더 넣고 이겼는데, 내 생각에는 운이 안 따랐고, 심판이 편파판정을 한 것 같았다.

그렇지만 결승전에서 이긴 경기보다 더 재미있고, 우리 선수들의 투지가 빛났던 멋진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축구가 얼마나 재미있는 경기인지 처음으로 눈을 떴다. 그리고 그동안 학교에서 보았던 축구를 잘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한순간에 스쳐 지나갔다. 공을 멀리서도 잘 차는 아이, 속공을 잘하는 아이, 달리기가 자전거만큼 빠른 아이... 그들은 이제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의 한국 축구를 밝게 할 숨겨진 보물임을 깨닫게 되었다. 왠지 가슴이 뛰고 뿌듯한 순간이었다.

나의 8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