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한 그릇
2010. 7. 4. 09:00ㆍ일기
<자장면 한 그릇>
2010.07.03 토요일
오늘은 우리 동네 아파트 입구에 있는 자장면 집이,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여는 날이다. 그래서 그 기념으로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자장면을 한 그릇에 천 원에 파는 행사를 했다. 우리 가족은 자전거를 타고 자장면 집에 도착했다.
예상은 했었지만, 사람이 미어터지도록 많았다. 마침 비 온 뒤 날이 개자, 아파트의 모든 가족이 자장면을 먹으러 나온 듯, 쭉 이어진 줄은 세상 끝까지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겨우 마지막 줄에 껴서 턱걸이로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기말고사 후유증 탓인지 늦잠을 자버렸다. 그래서 늦게 일어나서 허둥지둥 학교 가느라 아침을 못 먹었고, 토요일이라 급식도 안 나왔다. 지금은 오후 1시 30분! 서서히 배가 졸이듯 고파왔다. 난 처음에 참다못해 입을 쩍쩍 벌리며, 공기를 음식처럼 먹는 시늉을 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줄은 1미터도 짧아지지 않았고, 일찍 와서 입맛을 다시며 집에 돌아가는 친구들도 보였다.
나는 줄을 선 아빠에게서 떨어져, 나 혼자 자전거를 타고 잠시 산책을 했다. 빠른 속도로 내리막길을 내달리면 입을 아~ 벌리고 바람을 먹었다. 그때 앞에 한 무리의 날벌레떼가 보였다. 나는 살짝 옆으로 틀면서 입을 닫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벌레 한 마리가 그대로 내 입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꺽~!" 처음에는 입안 쪽에서 위이이잉~ 날라다녀서, 꼭 내 입이 윙윙 울리는 동굴처럼 느껴졌다.
뱉어내려고 했지만, 이미 식도 입구에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찜찜하지만 끄을깍~ 삼켜버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부르르르~ 쉬한 것처럼 몸이 떨리며, 쏙독새가 된 기분이었다. 쏙독새는 사냥을 할 때 입을 벌리고 날아, 입안에 들어오는 날벌레들을 먹는다고 한다. 이제 더 산책할 마음도 나지 않아서, 다시 돌아와 자전거를 주차하고 아빠 옆에 줄을 섰다. 나는 이렇게 오래 무언가를 기다리거나 한 적이 없다.
게다가 이렇게 주린 배를 쥐고서! 외할아버지가 뇌경색에 걸리셔서 응급수술을 밤에 급하게 받으셨을 때 빼고는 말이다. 하지만, 그때는 배도 고프지 않았고, 할아버지에 생사가 걸린 절실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게 뭔가? 고작 자장면 한 그릇 싸게 먹자고, 한참이나 줄을 서서 기다리는 꼴이라니! 왠지 너무 손해 보는 기분이 들었다. 다른 데에서 싸게 행사하는 것을 많이 먹어보았는데, 양도 적고 맛도 떨어져서 싼 게 비지떡이었다.
벌써 1시간 하고도 20분이 흘러갔다. 1시간 20분이면, 사회 시간에 구석기 시대에서 고조선의 건국까지 배울 수 있는 시간이다. 너무 한심스러웠다. 하지만, 이제 우리 차례가 올 것 같은데! 올 것 같은데! 줄을 선 것이 아까워서 포기할 수가 없는 처지가 처량했다. 배도 너무 고팠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견딜 수가 있단 말인가? 문득 '인간이 배고프지 않고 먹지 않아도 된다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면 최소한 굶어 죽을 일은 없으니까 모두 놀아도 되는 건가? 아니야 추운 겨울을 어떻게 나지? 그리고 그렇다 해도 인간의 욕망은 그치지 않을 거야! 아, 만약에 먹지 않아도 된다면, 황홀한 음식 맛의 기쁨은 모른 채로 살겠구나! 나는 앞줄에 아빠의 품에 안겨 있는 아기를 바라보며 가까스로 참았는데, 거짓말처럼 우리 차례가 왔다! 나는 이제 더 기다리기가 어려웠다. 나무젓가락을 까는 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사실 자장면 맛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맛있는 음식은 없었다!
나는 원래 자장면의 느끼함에 거부감이 조금 있는 편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어떤 음식이라도 천국에서 내려온 음식처럼 황홀했으리라!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한, 아니 오늘 날벌레 한 마리 밖에 먹지 못한 나는, 1분? 아니 30초 만에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영화 <크리스마스의 악몽>에서 주인공 잭이, 크리스마스 마을을 발견하고 공허함이 채워지는 것처럼 힘이 넘쳐났다. 꼭 온몸에 가뭄이 들었는데, 자장면 비로 적시는 느낌! 오늘은 두 가지 사실을 깨우쳤다. 때로는 기다리는 것이 뜻밖에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과 날벌레보다 자장면이 맛있다는 것이다!
2010.07.03 토요일
오늘은 우리 동네 아파트 입구에 있는 자장면 집이,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여는 날이다. 그래서 그 기념으로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자장면을 한 그릇에 천 원에 파는 행사를 했다. 우리 가족은 자전거를 타고 자장면 집에 도착했다.
예상은 했었지만, 사람이 미어터지도록 많았다. 마침 비 온 뒤 날이 개자, 아파트의 모든 가족이 자장면을 먹으러 나온 듯, 쭉 이어진 줄은 세상 끝까지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겨우 마지막 줄에 껴서 턱걸이로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기말고사 후유증 탓인지 늦잠을 자버렸다. 그래서 늦게 일어나서 허둥지둥 학교 가느라 아침을 못 먹었고, 토요일이라 급식도 안 나왔다. 지금은 오후 1시 30분! 서서히 배가 졸이듯 고파왔다. 난 처음에 참다못해 입을 쩍쩍 벌리며, 공기를 음식처럼 먹는 시늉을 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줄은 1미터도 짧아지지 않았고, 일찍 와서 입맛을 다시며 집에 돌아가는 친구들도 보였다.
나는 줄을 선 아빠에게서 떨어져, 나 혼자 자전거를 타고 잠시 산책을 했다. 빠른 속도로 내리막길을 내달리면 입을 아~ 벌리고 바람을 먹었다. 그때 앞에 한 무리의 날벌레떼가 보였다. 나는 살짝 옆으로 틀면서 입을 닫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벌레 한 마리가 그대로 내 입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꺽~!" 처음에는 입안 쪽에서 위이이잉~ 날라다녀서, 꼭 내 입이 윙윙 울리는 동굴처럼 느껴졌다.
뱉어내려고 했지만, 이미 식도 입구에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찜찜하지만 끄을깍~ 삼켜버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부르르르~ 쉬한 것처럼 몸이 떨리며, 쏙독새가 된 기분이었다. 쏙독새는 사냥을 할 때 입을 벌리고 날아, 입안에 들어오는 날벌레들을 먹는다고 한다. 이제 더 산책할 마음도 나지 않아서, 다시 돌아와 자전거를 주차하고 아빠 옆에 줄을 섰다. 나는 이렇게 오래 무언가를 기다리거나 한 적이 없다.
게다가 이렇게 주린 배를 쥐고서! 외할아버지가 뇌경색에 걸리셔서 응급수술을 밤에 급하게 받으셨을 때 빼고는 말이다. 하지만, 그때는 배도 고프지 않았고, 할아버지에 생사가 걸린 절실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게 뭔가? 고작 자장면 한 그릇 싸게 먹자고, 한참이나 줄을 서서 기다리는 꼴이라니! 왠지 너무 손해 보는 기분이 들었다. 다른 데에서 싸게 행사하는 것을 많이 먹어보았는데, 양도 적고 맛도 떨어져서 싼 게 비지떡이었다.
벌써 1시간 하고도 20분이 흘러갔다. 1시간 20분이면, 사회 시간에 구석기 시대에서 고조선의 건국까지 배울 수 있는 시간이다. 너무 한심스러웠다. 하지만, 이제 우리 차례가 올 것 같은데! 올 것 같은데! 줄을 선 것이 아까워서 포기할 수가 없는 처지가 처량했다. 배도 너무 고팠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견딜 수가 있단 말인가? 문득 '인간이 배고프지 않고 먹지 않아도 된다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면 최소한 굶어 죽을 일은 없으니까 모두 놀아도 되는 건가? 아니야 추운 겨울을 어떻게 나지? 그리고 그렇다 해도 인간의 욕망은 그치지 않을 거야! 아, 만약에 먹지 않아도 된다면, 황홀한 음식 맛의 기쁨은 모른 채로 살겠구나! 나는 앞줄에 아빠의 품에 안겨 있는 아기를 바라보며 가까스로 참았는데, 거짓말처럼 우리 차례가 왔다! 나는 이제 더 기다리기가 어려웠다. 나무젓가락을 까는 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사실 자장면 맛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맛있는 음식은 없었다!
나는 원래 자장면의 느끼함에 거부감이 조금 있는 편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어떤 음식이라도 천국에서 내려온 음식처럼 황홀했으리라!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한, 아니 오늘 날벌레 한 마리 밖에 먹지 못한 나는, 1분? 아니 30초 만에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영화 <크리스마스의 악몽>에서 주인공 잭이, 크리스마스 마을을 발견하고 공허함이 채워지는 것처럼 힘이 넘쳐났다. 꼭 온몸에 가뭄이 들었는데, 자장면 비로 적시는 느낌! 오늘은 두 가지 사실을 깨우쳤다. 때로는 기다리는 것이 뜻밖에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과 날벌레보다 자장면이 맛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