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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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갈매기
2008.03.08 토요일 우리 가족은 새우젓을 사려고 소래포구에 갔다가 오이도에 들렀다. 오이도 전망대에 올라갈 때는 다리가 후둘후둘거렸다. 간신히 꼭대기에 올라가 전망대로 통하는 문을 열자마자, 엄청나게 거센 바람이 카앙하고 밀려와 머리가 벗겨지는 줄 알았다. 나는 두 팔로 몸을 부둥켜안고 으들들 떨며 앞으로 나아갔다. 전망대 난간에 서서 상가 쪽을 보았을 땐 그저 그랬다. 그런데 반대편으로 돌아가니, 바다가 내려다보였다. 바다는 새파랗고 드넓고 오후의 햇살을 받아 반짝거렸고, 내 마음처럼 출렁거렸다. 바다 건너 저편에는 신기루처럼 우리가 사는 도시가 보였고, 그 가운데에는 사파이어처럼 푸른 바다가 넘실넘실하였다. 순간 나는 저 바닷물로 뛰어들어 녹아버려서 내가 바다가 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이..
2008.03.10 -
시소
2008.02.04 월요일 학교 수업 마치고 우석이랑 나는, 우석이네 옆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놀이터에 들어가 놀았다. 마침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석이는 미끄럼틀 꼭대기에 올라서서 아파트 화단을 내려다보며, "저기 고양이다! 안녕, 고양아! 귀여운 고양아!" 하고 외쳤다. 그러자 우석이 목소리가 빈 놀이터 안을 쩌렁쩌렁 울리면서 검정 고양이가 놀라 허더덕 달아났다. 나는 모래성을 쌓다가 시소를 타고 싶어 우석이와 시소 양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우석이와 내 무게 차이가 커서 내 쪽으로만 시소가 기울었다. 그래서 내가 시소 앞칸으로 얼른 옮겨 앉았는데, 시소가 탄력 있게 통통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지 못하고, 우석이만 공중에 떠있고, 나는 우석이 반만큼만 간신히 올라갔다가 끼이익 내려왔다...
2008.02.05 -
나뭇잎 나라
2007.11.04 일요일 날씨도 좋고 햇빛이 아까워 우리 가족은 물과 김밥과 새우깡을 싸가지고 서둘러 공순영릉으로 갔다. 공순영릉에 가니 많은 가족들이 가을을 느끼려고 우리처럼 나무 냄새도 맡고 돗자리를 펴고 앉아 햇볕을 쬐고 있었다. 공순영릉 안의 산책 길은 노랑, 주황, 갈색, 황금 빛 나뭇잎들이 카페트처럼 촤르르 깔려 있었는데, 어떤 곳은 발이 움푹 빠지도록 쌓여서 혹시 수렁이 아닐까 겁이 나기도 하였다. 겁이 없는 영우는 온 공원 안을 내 세상이다 하고 벼룩이처럼 폴짝 폴짝 뛰어다녔다. 두 팔을 양 옆으로 날개처럼 펼치고 "부엉 부엉!" 외치며 뛰어다니는 영우의 모습이 숲의 왕자처럼 자유로워 보였다. 그 모습이 부러워 아픈 내 신세가 처량하게만 느껴졌고, 피톤 치드라도 마음껏 들이마시자고 코로 ..
2007.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