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블로거 촬영의 날!

2011. 7. 28. 09:00일기

<슈퍼블로거 촬영의 날!>
2011.07.21 목요일

"상우야, 지난번에는 방송 촬영할 때 한 명만 가고, 대포 같은 카메라와 장비들도 없어서 실망했니?", "아, 그렇지는 않았고,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 "그래서 이번에는 있는 장비를 모두 다 끌고 왔단다!" 대장 PD님의 한마디로 갤러리 안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밤 10시, 나는 나무 의자에 연예인 호란 누나와 마주 앉아, 홍대 입구의 <상상마당> 2층 갤러리에서 MBC 방송국 슈퍼블로거 팀과 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갤러리 안에는 아직 이해할 수 없는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거대한 카메라와 풍선같이 부풀어 있는 조명장치들에 둘러싸인 나는, 사실 지금 당장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기분이다. 이틀 전 양주에 놀러 갔다가 어젯밤 늦게 돌아왔는데, 친구들과 야외 수영장에서 선크림도 안 바르고 하루종일 놀았더니, 오늘 아침에서야 온몸이 시뻘겋게 일어난 것이다.

가려워서 가만히 있기가 어려웠고, 특히 등과 어깨 부분은 날카로운 볼펜이 수백 개나 박힌 것처럼 따가웠고, 무언가 가볍게 스쳐도 비명이 절로 나왔다. 촬영장으로 오는 차 안에서 나는 고통을 못 이기고, "쓰으읍~ 꺄~ 으그~" 하고 이상한 소리를 마구 신음하였고, 엄마는 한숨을 쉬셨다. "하필 방송 촬영하는 날 이게 뭐니? 숯검댕이가 되어가지고? 그러길래 왜 엄마 말을 안 들어?" 하지만, 내가 <슈퍼블로거>의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마당에, 도저히 그렇게 추한 꼴을 보여줄 순 없지 않은가?

나는 연예인에 대해 잘 몰라서 유명하다는 아나운서 호란 누나와 마주하고 이야기 할 때도, 마음속에선 '웃음을 지어! 방송에 나가는데 이런 울상만 짓고 있어서 되겠어?'라고 주문을 걸었지만, 웃음을 짓기는커녕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나는 원래 긴장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오늘만큼은, 등은 따갑고 거대한 대포 같은 카메라에 조명장치가 모두 나를 향하고 있어서 긴장을 넘어 어지러웠다. 어떻게 얼렁얼렁 꿈속에서 대답하는 것 같이 대답하다가, 가끔 쉬었다가 다시 촬영 시작을 알리는, 붉은 옷을 입은 형아가 치는 손뼉에 깜짝 놀라서 정신이 번쩍 나고는 하였다.

슈퍼블로거 촬영의 날!





촬영 중간 쉬는 시간에는 동생 영우가 가져다준 생수를 벌컥벌컥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빨아들였고, 화장실로 달려가 물로 채워진 배를 비우고, "어푸아! 어푸아~!" 세수하였다. 그러자 꼭 화상을 입어서 부은 껍데기를 벗고,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이 순간 상쾌하고 정신이 번쩍 났다. 화장실에서 나갈 때,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지난번에 집에 찾아오셔서 촬영해주신 PD 아저씨였다. 그때와는 다르게 청바지에 구멍이 나지 않았고, 모자도 안 쓰셨고, 수염도 많이 덥수룩해지셨지만, 나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PD 아저씨는 나에게 먼저 반갑게 "상우군!" 하고 인사를 건네오셨다. "안녕하세요?"

아저씨는 나에게 친근하게 팔을 둘르시며 "잘 지냈니 상우야? 블로그에 아저씨를 너무 멋있게 그려줬더라고요. 외계인이라는 표현도 아주 멋있었어요!" 하셨다. 나는 "어, 그게... 멋있다는 뜻으로 외계인 같다고 한 건데..." 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아까 붉은 옷을 입고 손뼉 치던 형아가 "우주 괴물이에요! 우주 괴물! 맨날, 괴롭혀~!" 라고 외쳤다. 그러자 PD아저씨가 붉은 옷 입은 형아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조르며 다른 곳으로 사라졌고, 붉은 옷을 입은 형아는 "아, 하지 마요! 하지 마요~!" 외치며 끌려갔다. 그 모습은 마치 나랑 영우가 하는 장난 같아 웃음이 나왔다. 나는 갤러리를 둘러본 뒤 이번에는 맑은 정신으로 다시 촬영하는 의자에 앉았다.

MC인 호란 누나는 <슈퍼블로거>라고 쓰인 카드를 하나로 모아 여러 개 가지고 계셨는데, 힐끗 보니 그곳에는 대사가 쓰여있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이런 방송제목이 쓰인 카드를 많이 보았는데, 대사가 쓰인 것이었구나! 하고 깨달았다. 호란 누나가 주로 질문한 것은 나의 어릴 적 글에 관한 내용이었다. 어린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중학교 1학년이 되니까 너무 어릴 적 이야기만 하니, 지금 나의 모습이 가려지는 것 같아 좀 쑥스러웠다. 나에게는 긴장하지 않고 차분함을 유지하는 특별한 비법이 있다.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을 보지 않고 무언가 먼 곳을 응시하는 것이다! 나는 이 방법으로 TEDX광화문 강연, 예방 접종, 리코더 시험, 가창 시험 등 여러 가지 일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이 방법을 사용하려고 하였지만, 대장 PD님께서 호란 누나 얼굴을 보라고 하셔서, 이번에는 내 눈에서 빛이 나와 호란 누나 얼굴을 뚫을 기세로 바라보며 촬영하였다. 밤 12시경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시원한 물을 마셨다. 모두가 즐거운 표정이었고, 우리 집에 오셨던 PD 아저씨는 "상우군, 이번에는 수염을 부각되게 그려주세요!" 부탁하셨다. 등은 여전히 따가웠고 밤은 후덥지근했지만, 촬영을 실수하지 않고, 비교적 짧은 시각에 무사히 마쳐서 그제야 마음 놓고 웃을 수 있었다. 상상마당을 내려오는 길에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유명한 개그맨을 세 명이나 보았다. 모두 평상복으로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걸 보니, 방송에서 아주 유명해도 현실에서는 크게 적용되지 않나 보다 생각했다. 그래도 방송에 출연한 경험은 기쁨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더 큰 황홀감을 안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