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에서 보낸 한여름
2011. 7. 25. 09:00ㆍ일기
<양주에서 보낸 한여름>
2011.07.19 화요일
"슬라이드 타자~!", "안 돼! 은철아, 죽을지도 몰라!" 나랑 은철이는 실랑이를 벌이며 애꿎은 경훈이 팔만 잡아당겼다. 은철이는 경훈이의 왼팔을 잡아당겼고, 나는 경훈이의 오른팔을 잡아당기고, 경훈이는 드디어 "우악~!" 소리를 질렀다. 여기는 1년에 한 번씩 '대장금 테마파크'에서 열리는 이동식 야외 수영장이다.
그렇다! 여기는 양주다! 오랜만에 양주를 찾아 초등학교 친구들과 수영장에 온 것이다. 오늘 아침 지하철을 타려고 일찍 집을 나섰을 때, 나는 심장이 크게 부풀어 올라 터지는 기분이었다. 어젯밤엔 옛친구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기대에 부풀어 잠도 못 잤다.
엄마가 걱정스런 눈으로 떠나는 나를 배웅하면서 모레 방송 촬영이 있으니, 웬만하면 친구 집에서 자지 말고 늦게라도 집으로 돌아오라고 하셨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엄마에게 건성으로 대답하며 도망치듯, 골목길을 헉헉 뛰어 내려왔다. 나는 양주에서 1박 2일을 머물 계획이다. 센이가 죽고, 성적이 바닥에 곤두박질친 다음부터는 '양주로 가자!' 하는 외침이 항상 내 머릿속을 맴돌았었다. 어젯밤 경훈이랑 우연히 통화하다, 친구들이 방학한 다음 날 수영장에 가기로 했다며 상우 너도 오라고 했을 때, 나는 뛸 듯이 기뻤다.
나는 양주역에 내려 서늘하고 습기 찬 양주의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이제 살 것 같다~!" 하고 외쳤다. 거친 아이들의 틈바구니에 껴 숨을 쉬고나 살았던가? 하루하루 바늘 숲을 버티는 것만 같았다. 어렵기는 했어도 여기서 왕복 3시간 지하철 타고 학교 다녔을 때가 훨씬 사람답게 살았던 것 같다. 나는 친구들을 만나자마자 물 만난 고기처럼 헤헤헤~ 바보처럼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수영장에 들어갔는데 깜박하고 영우 수영복을 가져오는 바람에, 맞는 크기의 수영복을 빌려야 했다.
나는 엄마가 챙겨준 선크림도 바르지 않고, 물처럼 콸콸콸 쏟아져 내리는 햇빛을 맞으며 엄청 놀았다. 나와 은철이, 경훈이는 먼저 뼈대 있는 천막 안에 물을 채운, 푸른색 수영장에 들어가서 비치볼을 주고받았다. 물개놀이도 하고, 물속에 있던 거대한 개아제비를 물살을 이용해, 수영장 밖으로 쫓아내며 호들갑을 떨었다. 또 여러 개의 물 미끄럼틀이 있었는데, 배 모양, 호랑이 모양, 비행기 모양으로 풍선을 부풀려 만든 물 미끄럼틀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높은 보라색 슬라이드가 있었는데, 많은 아이들이 언덕을 낑낑거리며 올라가 한바탕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는 것을 구경만 하고, 경훈이랑 나는 겁이 많아서 엄두를 못 냈다. 하지만, 용감한 은철이는 자꾸 "얘들아, 여기까지 왔는데 저거 한번 타야지~!" 하며 계속 우리를 설득하였다. 은철이가 경훈이를 끌고 가서 나도 얼떨결에 언덕 위로 친구들을 따라 올라갔다. 언덕 위에 올라서니 날씨는 한여름 뙤약볕이 등줄기에 따갑게 내리꽂고, 바람이 불었고 아래에서 볼 때보다 훨씬 아찔했다.
내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안 되겠다, 난 돌아갈래!" 했지만, 옆에 선 은철이는 "상우야, 이제 와서 가려고?" 하였다. 경훈이는 포기한 듯, "상우야, 힘내! 이것도 경험이야! 우리 아래에서 보자!" 하며 벌써 안내요원의 지시에 따라 앉았다. 나는 '하느님, 저를 무사히 아래로 보내주소서~!' 성호를 긋고 기도한 뒤 자리에 앉았다. 안내요원의 "자, 준비하시고, 팔다리 X자로 꼬아주세요! 자, 이제에... 출발!" 소리와 함께, 나와 은철이, 경훈이는 앞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물안경을 껴서 눈을 뜰 수는 있었지만, 물방울이 쉴 새 없이 튀겨서 하늘에 꼭 구멍 뚫린 것처럼 비가 오던 날, 우리 차를 덮은 물방울처럼 물안경이 젖었다.
갑자기 확 빨라지면서 나는 불타는 우주선에서 지구로 탈출하기 위해, 비상캡슐을 타고 대기권을 뚫고 지구에 착륙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바람은 온몸을 때리고, 슬라이드 내려가는 속도에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그래도 TV 광고에 나오는 회전 물 미끄럼틀 같은 게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도대체 광고에 나오는 무시무시한 물 미끄럼틀은 어떻게 사진을 찍으며 타는 사람은 얼마나 무서울까? 생각하는데, 갑자기 바닥이 울퉁불퉁 덜덜거렸다. '덜덜덜덜덜~' 내 몸도 함께 꼭 높은 방지턱을 몇 개나 이어놓은 것처럼 덜덜거린다.
그 와중에도 나는 지구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면서 "살아서 지구로 돌아간다! 살아서 지구로 돌아간다! 대기권 돌파 60%~!" 하고 목이 터져라 외치며 내려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갑자기 아래에 모든 것이 보이지 않고 몸이 붕 떠올랐다. 그것은 한순간이었지만, 이제 곧 땅이라는 생각에 감격스러워졌다. 내 몸은 다시 땅으로 꺼졌고, '첨벙~!' 소리와 함께 온몸을 감싸 안는 물! 코와 입으로도 물이 들어갔다! 경훈이와 은철이도 온몸에 물이 흐르고, 모두 물을 많이 먹어 헥헥거렸지만, 곧 서로 보고 까르르르~ 웃었다. 그 모습이 벚꽃처럼 아름다워서 나는 행복했다. 나도 물을 한번 푸우웁~ 뱉어내고 눈을 찡긋찡긋 거리며 웃었다.
2011.07.19 화요일
"슬라이드 타자~!", "안 돼! 은철아, 죽을지도 몰라!" 나랑 은철이는 실랑이를 벌이며 애꿎은 경훈이 팔만 잡아당겼다. 은철이는 경훈이의 왼팔을 잡아당겼고, 나는 경훈이의 오른팔을 잡아당기고, 경훈이는 드디어 "우악~!" 소리를 질렀다. 여기는 1년에 한 번씩 '대장금 테마파크'에서 열리는 이동식 야외 수영장이다.
그렇다! 여기는 양주다! 오랜만에 양주를 찾아 초등학교 친구들과 수영장에 온 것이다. 오늘 아침 지하철을 타려고 일찍 집을 나섰을 때, 나는 심장이 크게 부풀어 올라 터지는 기분이었다. 어젯밤엔 옛친구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기대에 부풀어 잠도 못 잤다.
엄마가 걱정스런 눈으로 떠나는 나를 배웅하면서 모레 방송 촬영이 있으니, 웬만하면 친구 집에서 자지 말고 늦게라도 집으로 돌아오라고 하셨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엄마에게 건성으로 대답하며 도망치듯, 골목길을 헉헉 뛰어 내려왔다. 나는 양주에서 1박 2일을 머물 계획이다. 센이가 죽고, 성적이 바닥에 곤두박질친 다음부터는 '양주로 가자!' 하는 외침이 항상 내 머릿속을 맴돌았었다. 어젯밤 경훈이랑 우연히 통화하다, 친구들이 방학한 다음 날 수영장에 가기로 했다며 상우 너도 오라고 했을 때, 나는 뛸 듯이 기뻤다.
나는 양주역에 내려 서늘하고 습기 찬 양주의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이제 살 것 같다~!" 하고 외쳤다. 거친 아이들의 틈바구니에 껴 숨을 쉬고나 살았던가? 하루하루 바늘 숲을 버티는 것만 같았다. 어렵기는 했어도 여기서 왕복 3시간 지하철 타고 학교 다녔을 때가 훨씬 사람답게 살았던 것 같다. 나는 친구들을 만나자마자 물 만난 고기처럼 헤헤헤~ 바보처럼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수영장에 들어갔는데 깜박하고 영우 수영복을 가져오는 바람에, 맞는 크기의 수영복을 빌려야 했다.
나는 엄마가 챙겨준 선크림도 바르지 않고, 물처럼 콸콸콸 쏟아져 내리는 햇빛을 맞으며 엄청 놀았다. 나와 은철이, 경훈이는 먼저 뼈대 있는 천막 안에 물을 채운, 푸른색 수영장에 들어가서 비치볼을 주고받았다. 물개놀이도 하고, 물속에 있던 거대한 개아제비를 물살을 이용해, 수영장 밖으로 쫓아내며 호들갑을 떨었다. 또 여러 개의 물 미끄럼틀이 있었는데, 배 모양, 호랑이 모양, 비행기 모양으로 풍선을 부풀려 만든 물 미끄럼틀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높은 보라색 슬라이드가 있었는데, 많은 아이들이 언덕을 낑낑거리며 올라가 한바탕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는 것을 구경만 하고, 경훈이랑 나는 겁이 많아서 엄두를 못 냈다. 하지만, 용감한 은철이는 자꾸 "얘들아, 여기까지 왔는데 저거 한번 타야지~!" 하며 계속 우리를 설득하였다. 은철이가 경훈이를 끌고 가서 나도 얼떨결에 언덕 위로 친구들을 따라 올라갔다. 언덕 위에 올라서니 날씨는 한여름 뙤약볕이 등줄기에 따갑게 내리꽂고, 바람이 불었고 아래에서 볼 때보다 훨씬 아찔했다.
내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안 되겠다, 난 돌아갈래!" 했지만, 옆에 선 은철이는 "상우야, 이제 와서 가려고?" 하였다. 경훈이는 포기한 듯, "상우야, 힘내! 이것도 경험이야! 우리 아래에서 보자!" 하며 벌써 안내요원의 지시에 따라 앉았다. 나는 '하느님, 저를 무사히 아래로 보내주소서~!' 성호를 긋고 기도한 뒤 자리에 앉았다. 안내요원의 "자, 준비하시고, 팔다리 X자로 꼬아주세요! 자, 이제에... 출발!" 소리와 함께, 나와 은철이, 경훈이는 앞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물안경을 껴서 눈을 뜰 수는 있었지만, 물방울이 쉴 새 없이 튀겨서 하늘에 꼭 구멍 뚫린 것처럼 비가 오던 날, 우리 차를 덮은 물방울처럼 물안경이 젖었다.
갑자기 확 빨라지면서 나는 불타는 우주선에서 지구로 탈출하기 위해, 비상캡슐을 타고 대기권을 뚫고 지구에 착륙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바람은 온몸을 때리고, 슬라이드 내려가는 속도에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그래도 TV 광고에 나오는 회전 물 미끄럼틀 같은 게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도대체 광고에 나오는 무시무시한 물 미끄럼틀은 어떻게 사진을 찍으며 타는 사람은 얼마나 무서울까? 생각하는데, 갑자기 바닥이 울퉁불퉁 덜덜거렸다. '덜덜덜덜덜~' 내 몸도 함께 꼭 높은 방지턱을 몇 개나 이어놓은 것처럼 덜덜거린다.
그 와중에도 나는 지구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면서 "살아서 지구로 돌아간다! 살아서 지구로 돌아간다! 대기권 돌파 60%~!" 하고 목이 터져라 외치며 내려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갑자기 아래에 모든 것이 보이지 않고 몸이 붕 떠올랐다. 그것은 한순간이었지만, 이제 곧 땅이라는 생각에 감격스러워졌다. 내 몸은 다시 땅으로 꺼졌고, '첨벙~!' 소리와 함께 온몸을 감싸 안는 물! 코와 입으로도 물이 들어갔다! 경훈이와 은철이도 온몸에 물이 흐르고, 모두 물을 많이 먹어 헥헥거렸지만, 곧 서로 보고 까르르르~ 웃었다. 그 모습이 벚꽃처럼 아름다워서 나는 행복했다. 나도 물을 한번 푸우웁~ 뱉어내고 눈을 찡긋찡긋 거리며 웃었다.